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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Aug 26. 2020

도올 김용옥, <스무 살, 반야심경에 미치다>

(이 책의 결론은) 나는 좆도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에 발간된 책이고, 도올 선생의 저서 중 가장 쉽게 읽힌다고들 한다. 나 역시 도올 선생의 다른 저서보다 편안하게 읽었는데, 이 책은 도올 선생의 득도 상황과 새색시의 인가 등 옛날 얘기 같은 재미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특히 성철스님과 명진스님이 법회에서 맞붙었던 이야기와 성철스님과 지관스님의 명진스님에 대한 사랑, 도올 선생이 명진스님을 좋아하는 이유 등도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다.



해인사 장경각 가는 길에 있는 팔만대장경 견본(반야바라밀다심경)



무엇보다도 이 책의 결론이 폭소를 자아내는데, 바로 “나는 좆도 아니다”이다.     

아상을 버린다는 것, 아트만의 부정, 즉 실체의 부정인 무아!




도올 선생이 스무 살 초경에 광덕사 변소간에서 반야심경 260자와 석 달 동안 진검 대결을 벌인 후에 쓴 오도송이 바로 일곱 글자인 ‘나는 좆도 아니다’라는 것이다. 불교의 무아, 즉 불변하는 고정된 실체가 없다는 것을 표현한 문장인데, 솔직하게 말하면 단박에 와닿는다.



해인사 불이문



그런데 도올 선생은 무아를 이해한 후부터 50 평생을 아주 비근한 의식 속에서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아무 이유 없이 피 흘린 가여운 중생들, 좆도 아니라고 무시당한 수없는 이 민족의 원혼들을 달랠 수가 있다면 “좆도 아닌 내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것이냐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이런 의식에 도달한 도올 김용옥 선생께 무한한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식인이고, 민중의 사랑을 가장 넓게 받고 있는 철학자인 그를 시민의 한 사람으로 존경하고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오래도록 우리 곁에 있기를 바란다.



성철스님 사리탑


     

도올 선생은 말한다. 우리나라의 불교 전통이야말로 당·송의 불학을 뛰어넘는 우리 민족의 고유한, 독자적인 삶과 가치와 느낌의 결정체라는 것을, 그리고 이것을 이해하는 것만이 우리 민족의 새로운 정신사적 활로라는 것을 이 땅의 미래 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고, 그래서 그 방편으로 자신이 택한 불교의 진리체계가 《반야심경》이라고.



     

《반야심경》은 공(空), 즉 무아(無我)를 핵심으로 한다. 일독을 권한다.



송광사 불일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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