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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Aug 31. 2020

기억 한 자락(2) - 일반인 무문관 진행하는 갑사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면 안에 갇혀서 수행하는 무문관!



갑사는 2018년부터 내게 특별한 곳이 되었다. 갑사가 일반인을 대상으로 무문관 템플스테이를 매월 정기적으로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총 4회의 무문관 수행을 했다. 2박 3일 1회, 4박 5일 3회.

무문관은 핸드폰을 종무소에 제출하고, 밖에서 문을 걸어 잠그면 안에 갇혀서 홀로 일정기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직장인이라서 최대 4박 5일까지 할 수 있었지만, 스님들은 3년이나 6년을 하시는 분들도 있다.




갑사에서 주기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응시원서를 제출했던 공주시청은 비록 짧게 근무하고 지금은 그곳을 떠났지만, 공주시 공무직 노동조합의 의뢰로 사용자 측의 취업규칙 개정안에 대한 검토를 하게 되어 여전히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갑사 가는 길


     

아침 6시경에 보온도시락이 밥 구멍을 통해 들어왔을 때 자고 일어나 눈 뜬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 정말 꿀맛이었던 기억.


하루 한 끼 먹으면서 오후에 과일을 먹고, 배고프면 커피 한 잔과 율무차를 타 먹으면서 방 안에서 자신과 사투를 벌였기에 오후 8~9시가 되면 녹초가 되어 잠에 떨어졌던 기억.


초기불전인 《디가니까야》와 《제따와나 선원 법요집》, 법상스님의 《붓다수업》을 줄 쳐 가며 읽었던 기억.


좌선하다가 다리가 아픈 시기는 꼭 주기적으로 왔고, 허리까지 아프게 되면 20분 정도씩 누워서 쉬다가 낮잠까지 잤던 기억.


좌선이 힘들 때마다 걷기 수행을 했는데, 걸으면서 발바닥에 닿았던 그 느낌이 무문관을 끝내고 나서도 꽤 오래도록 발바닥에 남아 있었던 기억.



갑사 무문관 수행 장소



4번의 무문관 중 딱 한 번 25분 가까이 호흡에 집중했던 기억(다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서 그게 제대로 한 거였는지 모르겠음).


수행하다가 불 끄고 누우면 빛줄기가 양쪽 눈 옆으로 자꾸 보여서 몇 번씩 어디서 빛이 들어오는지 눈 뜨고 살폈던 신기한 기억.


아주 어렸을 적부터 근래 고통스런 기억까지 세세하게 떠올라 미쳐 버릴 것 같았던 기억.


갑사 평산스님께서 수행을 점검해 주셨던 기억.


무문관 4박 5일 수행을 여러 번 하다 보니 일주일이나 보름 정도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     



갑사, 어느 수행자의 공간



갑사는 해인사 다음으로 인연이 깊은 절이 되었다. 해인사도 문득 지금이다, 싶을 때 가겠지만, 갑사 역시 무문관 수행이 하고 싶어졌을 때 다시 가게 될 것이다. 갑사까지 올라가는 길은 짧지만 특별한 느낌을 준다. 한 번 느껴 보시길.



    

갑사 안내

충청남도 공주시 계룡면 갑사로 567-3

템플스테이 문의 전화 : 041) 857-8921

대중교통 이용 시 : 공주시내버스정류장에서 갑사행 버스

주요 프로그램 : 체험형(무문관형 포함), 휴식형

     


갑사 대웅전과 마당이 있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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