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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Dec 05. 2020

틱낫한, <사랑법>

나는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스물아홉의 강을 건널 때 읽었던 책인데, 불교공부를 시작한 초기에 읽게 되면서 틱낫한 스님의 진가를 알게 되었던 작품이다.


틱낫한 스님은 말한다. 

“당신의 첫사랑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당신의 첫사랑은 당신의 맨 처음 사랑도 아니고 맨 나중 사랑도 아니다. 그것은 그냥 사랑이다. 그것은 모든 것과 함께 있는 사랑이다.”     




틱낫한 스님도 젊은 수행자 시절, 여성 수행자를 사랑하게 된 일이 있었다. 그가 자신의 그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그 과정을 오롯이 아름답게 승화시켜 가는 과정을 보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혔던 기억이 새롭다.     



통도사 극락암, 경봉스님이 머무셨던 '삼소굴' 마루에 앉아서 본 풍경



틱낫한 스님은 말한다. 

꽃 한 송이가 시들어 갈 때 우리는 울지 않는데,

그건 덧없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사물이 덧없는 것임을 알면 그것들을 지금 여기에서 소중히 여기게 될 것이라고,

그리고 덧없음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고,

모든 것이 덧없으니 그 어느 것도 즐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해탈이란 모든 것에서 발을 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이해하는 것이라고,

이는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즐기는 것과 쾌감에 빠져드는 것의 차이를 분간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

오히려 덧없기에 매 순간이 새로운 것이고, 덧없기에 매 순간 깨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송광사, 새벽예불 전 법고 치는 모습



그렇다! 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이치를 숙고한다면 우린 현존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나는 나 아닌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틱낫한 스님의 이 말씀을 이해하는 데 오랜 세월이 걸렸다.




‘A’는 순전히 ‘A 아닌’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뜻으로, 예를 들어 종이는 종이 아닌 다른 요소들, 즉 나무, 햇빛, 비, 흙, 광물질, 시간, 공간, 의식 따위로 이루어진 물건인데, 그것은 ‘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동떨어진 존재의 ‘공(비어 있음)’이면서 다른 모든 것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비어 있음과 상호의존성과 불변하는 자아는 없음을 “‘나’는 ‘나 아닌’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 이 글은 9월 25일 출간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



춘천 제따와나 선원 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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