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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Jan 27. 2021

틱낫한, <아! 붓다>, 그리고 <선방일기>...

불교의 정수를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든 책!

  


틱낫한 스님의 저서가 많지만, 그중에서 불교의 가장 기초적이고 가장 중요한 교리들을 거의 빠짐없이 해설해 놓은 교리 해설서는 이 책뿐이다. 이 책이 출간된 지 16년이나 흘렀지만, 나는 그 당시 이 책이 나오자마자 읽고 나서 틱낫한 스님께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지금은 읽기 쉽고 체계적인 교리 해설서가 종종 나오고 있지만, 그 당시에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불교 교리를 이론적으로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천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에 실천, 즉 수행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이 책 한 권을 독파하는 것만으로도 불교의 정수를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까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점은 이 책의 큰 장점인데, 틱낫한 스님의 각고의 수행과 공부에서 비롯된 공력 때문이라고 역자는 말하고 있다.     



통도사 극락암 가는 길에 본 소나무숲



틱낫한 스님은 어느 한 가지 경전만 보지 말고 여러 가지 경전을 연구하고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마치 귀중한 보석들을 실로 꿰어 목걸이를 만드는 일과도 같다는 것이다. 즉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어야 어느 한 가르침에 매달리는 우를 범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전이나 설법은 그 자체가 바로 지혜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말과 개념을 통해 지혜를 소개하는 수단에 불과한 것이라고, 바로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처럼.     



상원사 표지석



또한 스님은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이 수행을 기계적으로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지혜와 해탈을 얻을 수가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여 불법을 받아들이고 수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형식과 말과 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진정한 수행이 될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삶은 고통이다’와 같은 말을 되뇌면 어떤 것에 집착하려 하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고통의 참모습을 이해하거나 부처님이 보여 주신 길을 드러내 보이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스님은 잘못된 생계란 위선적이고 분명하지 않은 말을 늘어놓고, 점을 봐주며, 사기치고 욕심을 부리고 이자놀이를 하는 것이라고도 설명한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 책의 수많은 가르침 중에서도 생계를 어떻게 꾸려나가야 하는가에 대한 이 설명이 가슴에 와 닿는다. 왜냐하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생계수단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 이 대목을 스스로에게 비춰 본다.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 이 글은 2020년 9월 25일 출간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



월정사 석조보살좌상(국보 제48-2호, 진품은 월정사 성보박물관 내에 모셔져 있음)



*오늘 다시 보기 시작한 지허스님의 <선방일기>.. 1973년 월간 <신동아>에 연재되었던 작품이고, 모두 23편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미 1993년과 2000년, 2010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됨. 2010년 본은 2016년에 8쇄를 찍음



상원사행

- 10월 1일


나는 오대산의 품에 안겨 상원사 선방을 향해 걸어 나아갔다.

지나간 전쟁 중 초토작전으로 회진되어 황량하고 처연하기 그지없는 월정사에 잠깐 발을 멈추었다. 1천3백여 년의 풍우에 시달린 구층석탑의 탑신에 매달린 풍경소리에 감회가 수수롭다.

탑전에 비스듬히 자리잡은 반가사유보살상이 후학납자를 반기는 듯 미소를 지우질 않는다.

수복 후에 세워진 건물이 눈에 띈다. 무쇠처럼 단단하여 쨍그렁거리던 선와는 어디로 가고 목어 기둥이 웬일이며, 열두 폭 문살 문은 어디로 가고 영창에 유리문이 웬일인가.

당대의 거찰이 이다지도 초라해지다니. 그러나 불에 그을린 섬돌을 다시 찾아 어루만지면서 복원의 역사를 면면히 계속하고 있는 원력 스님들을 대하니 고개가 숙여지면서 선방을 향한 걸음이 가벼워진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는 삼십 리 길이다. 개울의 징검다리를 건너서 화전민의 독가촌을 지나기를 몇 차례 거듭하니 해발 1천 미터에 위치한 상원사에 다다른다.

상원사는 지금부터 1,360여 년 전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초창한 사찰로서 오늘날까지 선방으로서 꾸준히 이어 내려온 선 도량이다. 구금을 통해 대덕스님들의 족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중대에 자리 잡은 적멸보궁 때문이다.

적멸보궁이란 부처님의 정골사리를 모신 도량을 말함인데, 이런 도량에서는 불상을 모시지 않으며 우리나라에는 5대 적멸궁이 있으니 양산 통도사, 영월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설악산 봉정암, 오대산 중대이다.

기독교의 예루살렘이나 회교의 메카처럼 납자나 불교도들이 평생 순례를 염원하는 성지로 꼽힌다. 근세에는 이 도량에서 희대의 도인이신 방한암 대선사가 상주 교화했기 때문에 강원도 특유의 감자밥을 먹으면서도 선객이라면 다투어 즐거이 앉기를 원한다. 지나간 도인들의 정다운 체취가 도량의 곳곳에서 다사롭고, 청태 낀 기왓장과 때 묻은 기둥에는 도인들의 흔적이 역연하다.

종각에는 국보로 지정된 청동제 신라대종이 매달려 있어 1천 수백 년 동안 불음을 끊임없이 천봉만학을 굽이져 사바세계에 메아리로 전해 주었노라고 알리고 있다.


종문 비천상이 불심을 계시하면서, 초겨울의 서산에 비켜섰다. 큰방 앞에서 객이 왔음을 알리자 지객스님이 친절히 객실로 안내한다.

객실은 따뜻하다. 감자밥이 꿀맛이다. 무척이나 시장했던 탓이리라. 진부 버스정류소에서부터 줄곧 걸었으니 피곤이 온몸에 눅진눅진하다. 원주스님과 입승스님께 방부를 알리니 즉석에서 허락되었으나 큰방에 참석치 않고 객실에서 노독을 달래었다.


- 납자 : 납의를 입은 사람이라는 뜻으로, 스님을 이르는 말이다.

- 원주 : 사찰 살림을 총괄 담당하는 직책

- 입승 : 스님의 통솔을 담당하는 직책

- 방부 : 절에 가서 좀 있기를 부탁하는 것




~>> 제1편을 직접 타이핑하면서 음미해보았다. 

당시 월정사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고, 스님들의 원력으로 지금의 월정사를 만들어왔음을 새삼 알아차리게 된다.

저자인 지허스님이 상원사에 방부를 들이는 과정이 소박하고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읽고 타이핑하면서도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나라 절집에는 참 많이 갔는데, 월정사와 상원사를 포함한 5대 적멸보궁과 삼보사찰(통도사, 해인사, 송광사), 세계문화유산으로 2018년 등재된 부석사 등 7대 산지승원 및 갑사를 비롯한 각 수행처들과 3대 관세음보살 기도처와 백흥암을 비롯한 비구니 스님들의 수행처, 그리고 천은사를 비롯한 편안하고 고즈넉한 템플스테이 가능 사찰들...... 아.. 일단 발을 들이면 일시적으로나마 탐진치가 소멸된 듯한 느낌마저 드는 우리의 절집들이 참 많다.


절집에 가면 주로 독방을 신청하는데, 뜨끈한 방에 누워있는 시간도 좋고, 산사에 가는 이유이기도 한 새벽시간.. 예불을 드리고, 좌선을 하고, 새벽별을 보는 시간도 참 좋다. 스스로 묵언하며 절집 곳곳을 돌아다니고, 주변 암자들도 보러 다니면서 홀로 걷는 그 시간.. 걸으면서 발바닥이 땅에 닿는 부분에 집중하면 행선이 절로 된다.

무엇보다 자연과 함께 있는 그 시간이 행복하고, 오래된 전각들과 마주할 때 느끼는 희열은 그대로 절집에 머무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그리고 절집 안과 밖 어딘가에 있는 찻집에서 아메리카노, 보이차, 오미자차 등을 마시는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오랜만에 우리의 절집에 가보려고 한다. 생각만 해도 좋다..


아래는 인도에서 우리나라 월정사로 출가하신 도엄스님이 올 겨울 눈 많이 왔을 때 월정사, 상원사 곳곳을 찍은 사진들을 잔잔한 물소리, 깊은 범종소리와 함께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 채널에 올려주신 것이다. _()_



https://youtu.be/ons5bofzc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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