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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Feb 04. 2021

피해자(주로 여성 근로자) 상담을 위한 시사점

상담심리학, 여성주의 상담, 마음과 상담, 상담과 코칭 측면에서의 시사점



1. 상담심리학의 측면

여성 근로자들이 겪는 갑작스런 성희롱, 해고 등의 문제는 상담심리학에서 발생 원인의 소재에 따른 분류(상황적 문제와 성격적 문제로 분류할 수 있음)에 의해 상황적인 문제로 본다. 원칙적으로 상황적인 문제는 상황적 원인이 해소되어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경험하는 심리적인 문제는 상황적 요소와 성격적 요소가 결합된 경우가 많아 ‘상황적 요소와 성격적 요소가 상호 작용한다’고 표현된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들은 성희롱 및 해고라는 상황적 요소와 자신의 성격적 요소를 조건으로 하여 현재의 심각한 심리적 고통이 발생하였다는 사실을 먼저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하여 인지하기 시작하면 상황적 요소의 해소를 위해서 성희롱 및 해고라는 상황을 법적, 제도적으로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또 자신의 성격의 어떤 부분이 지금의 고통을 가중시키는지, 더 거슬러 올라가 혹시 성희롱 및 해고에 있어 자신의 성격적인 부분이 어떤 식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것은 “성희롱 및 해고의 원인이 자신의 성격 때문이다”라는 환원론에 빠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철저한 자기분석을 통해 고통의 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 나가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상담자는 이러한 내용을 인지하여 내담자인 여성 근로자 내부의 엉킨 실타래를 푸는 데 있어 하나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탈리아 베로나 줄리엣 동상



2. 여성주의 상담의 측면

여성주의 상담의 지침이 되는 네 가지 원리(개인적인 것은 정치적인 것이다, 상담자와 내담자는 평등하다, 내담자를 역량 강화한다, 여성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는 내담자가 여성 근로자인 경우에는 상당히 의미가 있다. 특히 상담자와 내담자인 여성 근로자 간의 평등은 상담을 진전시키는 데 있어 필수요소이다. 평등의식은 연대감을 강화시킴으로써 여성 근로자의 고통이 상담자의 고통과도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을 갖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된다. 또 그러한 인식은 여성 근로자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게 되어 결과적으로 여성 근로자의 역량을 강화시켜 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다. 그리고 여성의 시각으로 재조명한다는 것은 성희롱 판단에 있어 피해자 관점을 중시한다는 맥락에 맞닿아 있기도 하다. 따라서 여성주의 상담의 원리를 여성 근로자와의 상담에 적용하는 일은 여성 근로자의 고통을 해결하는 데 하나의 계기가 될 것이다.     



이탈리아 아시시 성프란체스코 성당



3. 마음과 상담의 측면

‘마음’을 다루는 문제는 현대과학의 마지막 과제에도 이어져 있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상담 역시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 것인가?”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그런데 마음은 지혜로운 주의를 기울여 보면 그 실체가 없다. 우주의 원리가 “불변하는 고정된 실체는 없다”라고 본다면, 마음 역시 그러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현대물리학에 의하면 시공간 속의 물질들이 끊임없이 생멸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불변하는 영원한 실체를 상정했던 과학과 종교, 철학에 대한 전복이다.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한다는 무상, 무상하기에 고통스럽기도 하고, 무상하기에 고통 역시 지나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형성된 것은 사라진다. 조건 생멸하는 것이다. 따라서 고통의 실체 역시 없다. 결국 우리는 실체가 없는 고통을 해결하려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분법을 넘어서, 피해의식을 넘어서, ‘피해자’라는 고정된 인식을 넘어서 진정한 ‘고통의 해결’의 길로 들어설 수 있어야 한다.




다만, 그전에 피해자의 고통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은 필수이다. 이런 작업이 없으면 이분법의 양극단을 넘어설 토대도 없어진다. 이제 피해자는 피해를 입은 상황은 드러내되, ‘자신이 피해자’라는 고정된 인식은 갖지 말아야 한다. 고통이 고정되어 있지 않아야 해결의 길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피렌체 두오모 성당



4. 상담과 코칭의 측면

‘코치’라는 역할을 맡은 사람은 개인의 현재 모습을 진단하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코칭의 상대방인 본인 스스로는 파악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하고, 내면의 변화를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코칭인 것이다. 따라서 코칭과 상담이 만나는 지점도 바로 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상담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된 그 사안만이 아니라 인생 전반에 걸쳐서 코칭이 필요한 사람들일 경우도 상당한 것이다. 어쩌면 우리 모두가 코칭이 필요한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상담이 상담을 넘어 코칭으로 진화한다면 그 상담은 이미 역할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전문적인 코칭 과정을 통해 배움을 심화하고, 성과를 향상시키고, 인생의 질을 높일 수 있다면 좋은 상담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2020년 9월 25일 출간된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 내기>에 실려 있습니다~




이탈리아 아시시 갔을 때 머물던 숙소(수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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