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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명희 노무사 Mar 16. 2021

어디에나 적폐와 문제는 있고, 그 속엔 '나'도 있다!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은 자기를 바로 보는 일이다!


어디에나 적폐와 문제는 있고, 그 속엔 내가 속한 세력과 도 있다!

: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은 자기를 바로 보는 일이다!



    

적폐(積弊), ‘오랫동안 쌓여 온 폐단’이라는 뜻이다.

우리 사회는 곳곳에 적폐를 안고 있는데, 주로 친일·매국·기득권 세력을 적폐라고 규정해왔고, 이를 뿌리 뽑기 위해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 관료개혁 등을 해내자고 2016년 4/4분기부터 2017년 1/4분 사이에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부르짖고 있다.     


나 역시 4.19(혁명) – 5.18(민주화운동) – 6.10(민주항쟁) – 5.23(노통님의 서거) - 2016~2017 촛불 명예혁명으로 이어지는 도도한 흐름을 기억하면서 요즘 매일 터지는 크고 작은 기형적인 사건들을 가슴 아프게 지켜보고 있다.     



도봉산 천축사 가는 길에 핀 개나리(2019년 봄)



그런데, 언젠가부터 거대담론 속에서 우리가 외쳤던 ‘적폐청산’이 지금 나에게 진정으로 와 닿고 있는지 묻게 되었다. 오히려 내 삶, 내 일상, 내가 속한 조직에는 적폐가 없는가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그렇게 된 계기는 요즘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일들을 들여다보면서, ‘아, 적폐는 내 일상에도 이렇게 침투하고 있구나.’ 싶은 생각에 이르게 되면서부터이다.


특히 내가 관심을 기울이고 매월 회비를 납부하고 있는 단체들은 평균 20~30년 동안 이 사회를 위해 여러 방면에서 헌신해온 조직들이다. 그런데 이런 단체들의 행태를 지켜보면서 도달하게 된 결론은 기득권층의 적폐청산을 외치고 있는 그들도 각종 운동계의 적폐가 되어버렸다는 것이고, 적폐로 여겨지고 있는 특정 계파와 특정 사람들은 자기 욕심에 눈이 너무 멀어버린 상태라서 그들을 도려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조직을 해체하고 재건하자, 조직 내 기득권을 유지해온 자들을 모두 끌어내리자, 또 다른 세력을 키워 해당 세력을 쳐내자는 식으로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을 지겹게 지켜보다가 하나, 둘 사람들이 떠나갔고, ‘니들끼리 다 해 먹어라, 더러워서 못 보겠다.’라는 마음으로 관심을 아예 꺼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또 하나, 내가 주목하게 된 것은 어째서 그 적폐에는, 그 문제에는 늘 ‘자기’가 빠져있는가였다. 누구누구는, 어떤 세력은 적폐이고 문제인데, 그 속에 자기는 늘 없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 세력이나 남들의 문제는 귀신같이 보지만, 정작 자기가 속한 세력이나 자기자신은 보지 못한다. 그렇게 머리 구조가 되어있고, 세팅되어 있다. 이게 바로 진짜 문제이다.     



도봉산 천축사 가는 길에 핀 진달래(2019년 봄)



그래서 이제 나는 이렇게 본다.

어디에나 적폐와 문제는 있고, 그 속엔 내가 속한 세력과 ‘나’도 있다.

그리고 모든 문제 해결의 출발은 자기를 바로 보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적폐세력이나 상대도 수긍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청산이나 해결로부터 더 멀리 가버리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것은 어떠한 조건에 의지하여 형성되고 그 조건이 사라지면 소멸하게 되어있기에 이들은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이루어져 있고,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여 모두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인 모든 것은 상대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너’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고, ‘너’ 역시 ‘나’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긴 것은 짧은 것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고, 짧은 것은 긴 것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큰 것은 작은 것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고, 작은 것은 큰 것이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

이렇게 상대적인 모든 것은 그 상대가 없으면 성립될 수 없는 ‘개념’이다.

(여기서, ‘개념’에 주목해보자. 그리고 개념 지어지기 전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사유해보자. 뭐가 나오는지!)     

결국, 적폐와 문제는 그것에 기대어 있는 ‘적폐 아님’과 ‘문제 아님’ 없이는 성립할 수 없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동해바다



그러므로 나는 ‘나’부터 바로 보기로 했다.

‘내가 속한 조직이나 세력’부터 바로 보기로 했다.

그리고 상대를 비판하는 생각과 말 대신 치열한 사유와 실천에 몰두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아가다 보면.. 결국.. 바다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누군가 말했다.

크고 작은 하나의 조직은 스스로 개혁할 순 없다고.

본래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큰 흐름을 이루어내게 되면 자연스럽게 세력화되어 교체되게 되어있다고.     


아, 그 자연스럽고 거대한 흐름을 타고 함께 흘러갈 수 있도록 나부터 빈 마음으로 가벼워져야겠다.

힘주고 있다가 가라앉지 않도록.



낙산사 해수관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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