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이 정말 기뻐하며 좋아했던 10월, 앤을 생각하며 노동법률을 이야기하다
시월의 한가운데에 있다.
매년 시월이 되면 앤의 말이 떠오른다.
"세상에 10월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뻐요.
9월에서 11월로 바로 넘어가 버리면 정말 끔찍하겠죠?
이 단풍나무 가지들 좀 보세요.
막 가슴이 설레지 않으세요?
이 나뭇가지들로 제 방을 꾸밀 거예요."
"빨강 머리 앤" 초판본 표지를 입은 '빨간 머리 앤'이 출간되어 각 종류별로 이미 갖고 있는 앤 시리즈에 더해 또 구매하고야 말았다. 내용을 너무 훤히 알고 있어서 이야기가 궁금하다기보다 이 책 자체를 소장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동안 앤은 단행본 1, 2권짜리, 그림책 형식, 만화영화 DVD 등을 통해 내 곁에 왔고, 내가 살고 있는 춘천 우리 동네(걸어서 5분 거리)에는 앤을 콘셉트로 한 예쁜 카페도 있다.
앤은 루시 모드 몽고메리 여사가 창조한 캐릭터이지만, 작가 자체의 삶을 모티브로 만들어낸 이야기이고, 그동안 살아오면서 앤을 떠올릴 때마다 힘을 얻은 적도 여러 번 있었기에, 많은 여성들이 그러하듯이 내게도 앤은 매우 소중하다.
초판본 표지를 입은 <빨강 머리 앤>의 첫 장을 열어보니, 이런 글귀가 있다.
그대는 아름다운 별 아래 태어나
불꽃처럼 뜨겁고 이슬처럼 맑은 영혼을 가졌구나!
-> 로버트 브라우닝
그리고 다음 장엔 이렇게 쓰여있다.
늘 그리운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추억을 떠올리며 이 책의 상세목차를 살펴보자.^^
1장 레이철 린드 부인이 놀라다
2장 매슈 커스버트가 놀라다
3장 마릴라 커스버트가 놀라다
4장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은 아침
5장 앤의 이야기
: 앤이 학교 선생님이었던 아버지와 어머니가 병에 걸려 돌아가신 후 동네 아주머니에게 맡겨져 8세 때까지 살면서 그 집 어린아이들을 돌보다가 또다시 다른 집에 맡겨져 2년간 또 어린아이들을 돌본 후 갈 곳이 없어져 고아원으로 갔다가 4개월 정도 지내던 중 초록 지붕 집으로 오게 이야기를 마릴라 아주머니에게 함
6장 마릴라가 결심하다
7장 앤이 기도하다
8장 앤의 교육이 시작되다
9장 레이철 린드 부인이 제대로 충격을 받다
10장 앤의 사과
11장 앤의 주일학교에 대한 인상
12장 엄숙한 맹세와 약속
13장 기대하는 즐거움
14장 앤의 고백
15장 학교에서 일어난 대소동
16장 다이애나를 초대했지만 비극을 끝나다
17장 인생의 새로운 재미
18장 앤이 생명을 구하다
19장 발표회와 불행한 사건 그리고 고백
20장 지나친 상상력
21장 맛의 신기원
22장 앤이 목사관에 초대받다
23장 자존심을 지키려다 슬픔에 빠지다
24장 스테이시 선생님과 학생들이 발표회를 계획하다
25장 매슈가 퍼프소매를 고집하다
26장 이야기 클럽을 만들다
27장 허영심과 마음의 고통
28장 불쌍한 백합 아가씨
29장 앤의 삶에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나다
30장 퀸스 입시 준비반이 만들어지다
31장 개울과 강이 만나는 곳에서
32장 합격자 명단이 발표되다
33장 호텔 발표회
34장 퀸스의 여학생
35장 퀸스에서 보낸 겨울
36장 꿈과 영광
37장 죽음이라는 이름의 신
38장 길모퉁이에서
앤이 '기쁨의 하얀 길'과 '반짝이는 호수'를 만나던 순간에 한 말
마차로 가로수길을 지난 후, 아름답고 황홀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기분 좋게 아픈 상황..
"굉장히 아름다운 걸 볼 때마다 그러거든요.
그런데 저렇게 예쁜 길을 가로수길이라고 부르면 안 될 거 같아요.
그런 이름에는 아무런 의미도 없잖아요.
저 길의 이름은..... 그러니까..... '기쁨의 하얀 길'이 어울려요.
이게 더 상상력이 들어간 멋진 이름 같지 않으세요?
전 어떤 사람이나 장소의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늘 새로운 이름을 상상해서 붙여요."
중략
마차는 언덕 마루를 넘어 달렸다.
아래로 연못이 보였는데, 길고 구불구불한 모양이 흡사 강처럼 보였다.
연못 중간 즈음에 다리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다리가 있는 곳부터 아래로 연못 끝까지 호박색 모래 언덕이 길게 이어져서 검푸른 바다가 들어오는 길을 막았다.
물은 다채로운 색조를 피워내며 찬란하게 일렁였다. 더없이 그윽한 진노랑빛, 장밋빛, 영묘한 초록빛 그리고 도저히 뭐라 이름 붙일 수 없는 여러 빛깔이 어우러졌다.
다리 위쪽으로는 연못이 전나무와 단풍나무 수풀 안으로 들어가 어둑한 그림자만 수면 위에서 흔들렸다. 둑 여기저기에서 연못 위로 몸을 내민 야생 자두나무는 마치 하얀 옷을 입은 소녀가 발꿈치를 든 채 물속 그림자를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연못이 시작되는 늪에서는 구슬프도록 아름다운 개구리들의 합창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그 너머 비탈에는 회색 집 한 채가 하얀 사과꽃이 만발한 과수원에 둘러싸여 있었고, 아직 날이 완전히 저물지는 않았지만 창문 하나에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매슈가 입을 열었다.
"저건 '배리 연못'이란다."
"음, 그 이름도 마음에 들지 않아요. 저는 저 연못을, 그러니까 '반짝이는 호수'라고 부를래요. 그래요. 저 연못에 딱 맞는 이름이에요. 꼭 어울리는 이름이 떠오르면 기분이 짜릿해져요."
"초록 지붕 집에서 맞은 아침" 중 앤의 방 창밖의 풍경을 묘사한 부분
창밖에 커다란 벚나무가 서 있는데, 무척 가까워서 벚나무 가지가 집을 톡톡 건드려 댔다.
꽃이 한가득 어찌나 흐드러지게 피었는지 나뭇잎이 하나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집 양옆에도 꽃나무들이 많았다. 한쪽은 사과나무 과수원이었고 다른 한쪽은 벚나무가 가득했는데, 여기도 꽃잎이 비처럼 쏟아졌다.
나무 아래 풀밭에는 민들레가 여기저기 피었다.
그리고 눈 아래 정원의 라일락 나무에는 보랏빛 꽃이 만발했고 아찔할 정도로 향기로운 라일락 향이 아침 바람을 타고 창문으로 흘러들었다.
정원 아래쪽으로는 클로버로 뒤덮인 초록 풀밭이 개울이 흐르는 골짜기까지 비탈져 내려갔고, 골짜기 안에는 하얀 자작나무들이 우거졌다. 그 밑 덤불 속에서 고사리와 이끼, 숲속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소담스레 자라고 있을 것만 같았다.
골짜기 너머 언덕에는 가문비나무와 전나무가 초록빛 깃털처럼 자라 있었다. 나무들 사이로, '반짝이는 호수' 맞은편에서 보았던 작은 집의 회색 모퉁이가 보였다.
왼쪽으로는 조금 떨어진 곳에 커다란 헛간들이 있고, 헛간 너머 완만하게 경사진 초록 들판 아래로 반짝이는 푸른 바다가 언뜻언뜻 보였다.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앤은 그 모든 풍경을 허기진 듯 바라보며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가엾게도 지금까지 아름답지 못한 곳들만 지겹도록 보며 살았는데, 이곳은 앤이 꿈꾸던 모습 그대로라 할 만큼 아름다웠다.
앤과 다이애나가 학교를 오가던 길 풍경에 이름을 붙이다
앤과 다이애나가 학교로 걸어가는 길은 예뻤다.
앤은 다이애나와 함께 학교를 오가며 걷는 그 길이 상상 속에서도 이보다 더 멋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큰길을 따라 돌아갔다면 이렇게 낭만적이지 않았겠지만 '연인의 오솔길'과 '버드나무 연못', '제비꽃 골짜기', '자작나무 길'은 어디를 가도 낭만적이었다.
'연인의 오솔길'은 초록 지붕 집의 과수원 아래에서 커스버트 농장의 끄트머리와 맞닿은 숲속까지 이어졌다. 이 길로 소들을 뒤편 목초지로 몰고 갔고, 겨울이면 장작을 패서 집으로 싣고 왔다. 앤이 이 길에 '연인의 오솔길'이라는 이름을 붙인 건 초록 지붕 집에 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우리는 온갖 이름을 붙이며 살아간다.
깨달음은 이름, 개념, 생각 이전의 그것을 생생하게 체험하고 알아차리는 일이지만, 그래서 모두의 연결성, '무아'를 체득하는 일이지만, 현실과 꿈이 둘이 아니라는 관점으로 본다면 오히려 앤의 이름 붙이는 행위는 고통스러워 보이는 삶을 생동감 넘치게 만들면서 지금 이 순간을 오롯이 느끼게 해 준다. '지금 이렇게 숨 쉬는 순간이 기적'이라는 스승들의 말씀도 같은 맥락에서 곱씹어보게 된다.
앤이 석판으로 길버트를 내리치던 상황
길버트 블라이드는 여자아이의 시선을 끌어야 하는 입장이 되어본 적도 없었고, 또 시선 끌기에 실패한 경우도 거의 없었다. 갸름한 턱에 커다란 두 눈을 가진 빨강 머리 여자아이 셜리. 에이번리의 여느 여학생들과는 다른 그 아이도 자신을 쳐다봐야 했다.
길버트는 통로를 가로질러 팔을 뻗더니 길게 땋은 앤의 빨강 머리끝을 잡고 쭉 잡아당기며 날카롭게 속삭였다.
"홍당무! 홍당무!"
그때서야 앤이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길버트를 쳐다봤다!
쳐다보기만 한 게 아니었다. 앤은 튀어 오르듯 일어났다. 상상의 세계는 돌이킬 수 없이 산산조각이 났다.
앤은 분노로 이글거리는 눈길을 길버트에게 던졌고, 화가 난 나머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이 비열한 나쁜 놈아! 어떻게 그런 말을!"
앤이 격한 목소리로 외쳤다.
그다음 '퍽'하는 소리가 났다. 앤이 석판으로 길버트의 머리를 내리쳤고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머리가 아니라 석판이.
길버트가 (물이 새는 배가 가라앉은 후 다리 기둥에 매달려 있던) 앤을 구하다
배는 다리 밑을 지나 떠내려가다 눈 깜짝할 새에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미리 연못 아래쪽으로 가서 기다리던 루비와 제인, 다이애나는 눈앞에서 배가 사라지는 광경을 보고 앤이 배와 함께 물속을 가라앉은 줄 알았다. 한동안 세 아이는 눈앞의 비극을 보고 공포로 얼어붙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린 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 다음 순간 목청껏 비명을 지르며 미친 듯이 뛰어 숲을 지났고, 다리 쪽은 눈길도 주지 않은 채 큰길을 한 번도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나무옹이를 위태롭게 딛고 죽을힘을 다해 기둥에 매달린 앤은 친구들이 황급히 달리는 모습을 보았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곧 도와줄 사람이 올 터였지만 자세가 너무도 불편했다.
몇 분이 지났다. 불쌍한 백합 아가씨에게는 일 분이 한 시간 같았다.
왜 아무도 안 오지? 아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전부 기절했나 봐! 아무도 오지 않을 건가 봐!
점점 힘이 빠지고 쥐가 나서 더는 매달려 있지 못할 것 같아!
앤은 매끈하니 긴 그림자가 너울대는 초록빛 심연을 내려다보며 몸을 떨었다.
온갖 섬뜩한 결말들이 머릿속에 펼쳐졌다.
팔과 손목이 아파 더는 버티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던 그때, 길버트 블라이드가 앤드루스 씨네 배를 타고 다리 밑으로 노를 저어왔다!
길버트는 흘깃 위를 올려다보고 깜짝 놀랐다. 무시하는 듯한 표정의 작고 하얀 얼굴이 겁에 질린, 하지만 여전히 도도한 커다란 잿빛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앤 셜리! 도대체 거기서 뭐 하는 거야?"
길버트가 소리쳤다.
그리고 앤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기둥 쪽으로 배를 몰아 손을 내밀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앤은 길버트 블라이드의 손을 잡고 재빨리 배 위로 내려와서는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숄과 젖은 스카프를 안고 배 뒤쪽으로 가서 앉았다. 앤은 흙탕물에 흠뻑 젖은 채 잔뜩 화난 얼굴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점잔을 부리기는 대단히 어려웠다.
"어떻게 된 거야, 앤?"
길버트가 다시 노를 저으며 물었다.
"일레인 연극을 하고 있었어. 난 배에 실려서 캐멀롯까지 떠내려가던 중이었고.
그런데 배에 물이 새는 바람에 기둥에 매달려 있었던 거야.
애들이 도와줄 사람을 찾으러 갔어. 미안하지만 나루터까지 좀 데려다 줄래?"
앤이 자신을 구해 준 길버트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
길버트는 친절하게도 나루터까지 데려다줬고, 앤은 길버트가 내민 손을 무시하며 재빨리 물가로 뛰어내렸다.
"정말 고마워."
앤이 도도하게 몸을 돌렸다. 하지만 길버트도 날렵하게 배에서 뛰어나와 앤의 팔을 잡았다.
"앤, 나 좀 봐. 우리 좋은 친구로 지내면 안 될까? 예전에 네 머리를 가지고 놀린 건 정말 미안해. 널 화나게 하려던 건 아니야. 그냥 장난이었어. 그리고 이제 오래된 일이잖아. 지금은 네 머리가 아주 예쁘다고 생각해. 정말이야. 우리 친구로 지내자."
길버트가 급하게 말을 꺼냈다.
잠깐 동안 앤은 망설였다. 상처 입은 자존심 이면에서 수줍은 듯 간절한 길버트의 적갈색 눈이 참 보기 좋다는 이상하고 새로운 자각이 눈을 떴다. 앤의 심장이 이상하게 조금씩 두근거렸다.
그러나 오래전 느꼈던 분노가 씁쓸하게 되살아나면서 앤은 흔들리던 결심을 얼른 다잡았다.
2년 전의 그 장면이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길버트는 앤을 '홍당무'라고 불렀고 전교생 앞에서 망신을 주었다. 다른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들이라면 웃어넘겼을지도 모르지만, 앤의 분노는 시간이 흘러도 적어도 겉으로는 조금도 가라앉거나 누그러들 줄 몰랐다. 앤은 길버트 블라이드가 미웠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었다!
앤은 차갑게 말했다.
"싫어. 너랑은 친구로 지내지 않을 거야, 길버트 블라이드. 그러고 싶지 않아!"
"좋아! 나도 다시는 친구 하자고 부탁하지 않을게, 앤 셜리. 나도 이제 필요 없어!"
길버트는 화가 나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배에 뛰어오르더니, 거칠게 노를 저어 금세 멀어졌다.
앤은 단풍나무 아래로 고사리가 핀 좁고 가파른 길을 올라갔다.
머리를 꼿꼿이 들었지만 이상한 후회가 밀려왔다.
'길버트에게 그렇게 말하지 말걸'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물론 길버트는 앤에게 잊지 못할 수치를 안겼다. 하지만 그래도!
앤은 주저앉아 실컷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겁에 질려 쥐가 나도록 매달려 있던 탓에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길버트와 화해하다
언덕 중간쯤 내려왔을 때 키 큰 청년이 휘파람을 불며 블라이드 씨네 집 문을 열고 나왔다. 길버트였다.
앤을 알아본 길버트의 입에서 휘파람 소리가 멈췄다. 길버트는 정중하게 모자를 벗었다.
하지만 앤이 걸음을 멈추고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아무 말 없이 그냥 지나쳐 갔을 터였다.
앤이 빰을 붉히며 말했다.
"길버트, 나를 위해 학교를 양보해 줘서 고마워. 나에게 정말 큰 도움이었어. 내가 고마워한다는 걸 말해 주고 싶었어."
길버트가 앤이 내민 손을 덥석 잡았다.
"그렇게 대단한 일도 아닌데, 뭐. 너한테 작은 도움이라도 줄 수 있어서 좋았어. 이제 우리 친구가 되는 거니? 오래전 내 실수를 정말 용서한 거야?"
앤이 웃으며 손을 빼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날 연못가에서 이미 널 용서했어. 그땐 나도 몰랐지만, 난 정말 어리석은 고집쟁이였어. 사실...... 솔직히 고백하면...... 그때 이후로 줄곧 후회하고 있었어."
"우린 최고의 친구가 될 거야.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좋은 친구가 될 운명이었어, 앤. 오랫동안 그 운명을 거슬렀던 거지. 우린 서로에게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될 거야. 앞으로 공부는 계속할 거지? 나도 그래. 가자, 집까지 바래다줄게."
길버트가 기쁨에 넘쳐 말했다.
앤이 부엌으로 들어오자 마릴라가 궁금한 듯이 쳐다봤다.
"같이 걸어온 사람이 누구니, 앤?"
"길버트 블라이드예요. 배리 아저씨 댁 언덕을 지나다가 만났어요."
얼굴이 빨개진 앤이 당황하며 대답했다.
"너와 길버트가 문 앞에 서서 30분 동안 이야기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인 줄 몰랐구나."
마릴라가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맞아요...... 우린 그냥 선의의 경쟁자였어요. 하지만 앞으로 좋은 친구로 지내는 게 훨씬 합리적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우리가 정말 30분이나 서 있었어요? 고작 몇 분밖에 안 된 것 같았는데, 사실 5년 동안 못다 한 이야기가 너무 많잖아요, 아주머니."
'옮긴이의 말' 중에서
<빨강 머리 앤>의 가장 도드라진 장점은 생기발랄한 주인공과 낭만적인 줄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빨강 머리 앤>이 오늘날까지 여전히 사랑받는 걸작으로 남을 수 있었던 힘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주변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밝고 당당한 모습으로 자라나는 고아 소녀의 성장기가 갖는 매력에 있을 것이다.
중략
유난히 환하고 선명하게 반짝이는 별빛 아래 소담스레 피어나 흩날리는 새하얀 사과꽃들, 장밋빛 노을이 내려앉은 들판과 골짜기, 그 위를 스쳐가는 향긋하고 상쾌한 바람. 앤과 함께 이곳 에이번리의 들판에 앉아 잠깐 쉬어갈 수 있다면, 그래서 한 소녀가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소통하며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는 전설을 떠올릴 수 있다면, 오늘날 우리에게 그보다 더 큰 휴식과 위로가 어디 있으랴.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강 머리 앤"으로 시작하는 만화영화의 주제곡을 기억한다. 앤의 이야기는 그 만화영화를 반복해서 본 덕에 모르는 게 없지만, 책을 읽다 보면 또 다른 맛을 느끼게 된다. 만화영화로는 다 표현되지 못한 부분을 읽어내려가다 보면.. 눈물이 고일 정도로 감동을 받게 된다. 한마디로 몰입도가 대단한 작품이다.
그리고 앤이 한 말들을 떠올리거나 앤의 삶 자체를 기억해 내는 순간, 삶에 대한 긍정성이 높아지면서 활력 있는 마음이 올라와 그저 웃게 된다.
시월의 한복판에서 앤과 함께 이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하고 싶다.
제18강에서는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에서 시작하여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 노동관행의 적용순위 및 노동관행의 의미, 근로계약서와 근로기준법 제2조의 중요 용어에 대한 정의 등 노동법률 이야기(1)를 하였다.
지금 풀어갈 "제19강 노동법률 이야기(2)"는 근로기준법 등 개별적 근로관계법률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알아야 할 간단 노동상식 10문 10답과 노동조합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참여법(근로자참여 및 협력증진에 관한 법률)에서 "노"와 "사"가 알아야 할 간단 노동상식 10문 10답이다. 퀴즈 풀어보듯이 쭉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1. 주휴일, 연차유급휴가, 퇴직금 제도의 공통점은?
⇨ 1주간 15시간 이상 근무해야 권리가 생긴다는 점
2. 법령, 단체협약, 취업규칙, 근로계약의 적용순위는?
⇨ 법령 > 단체협약 > 취업규칙> 근로계약. 다만, 뒷 순위라도 유리한 조건이라면 우선 적용됨.
3.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절차는?
⇨ 근로자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으면 해당 노동조합, 없으면 근로자 전체의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야 함. 불이익하지 않은 변경이라면 과반수 의견청취하면 됨.
4.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 ? ) 이상 지급하면 된다(4글자로 답하시오~)
⇨ 최저임금
5. 연차유급휴가 미사용수당은 최대 15일까지 지급할 수 있다 (O, X)
⇨ X
: 근로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25일까지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고, 미사용 시 남은 휴가일수 전체를 수당으로 받게 되는 구조임. 다만,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라 연차 촉진을 제대로 한다면 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됨. 연차유급휴가는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일 경우 최대 11일, 계속근로기간이 1년 이상이 되는 순간 15일, 계속근로기간이 2년 이상이 되는 순간 15일, 3년을 계속근로한 후 4년차에 들어선 순간 16일, 이후 2년 단위로 1일씩 가산되어 최대 25일까지 받을 수 있음.
6. 산재 신청 가능 기준과 산업재해조사표 의무제출 기준은?
⇨ ( 4 )일 이상 요양 / ( 3 )일 이상 휴업
7. 후불임금인 퇴직금 금액은?
⇨ ( 평균 )임금 기준, 1년에 ( 30 )일분 이상
8. 임금지급의 4대 원칙은?
⇨ 통화불, 직접불, 전액불, (매월 1회 이상) 정기불
9. 주휴일이란?
⇨ 1주간 소정근로일을 개근할 경우, 주당 평균 1일의 유급휴일 부여(주휴수당 형식으로 지급)
10. 연장근로는...
⇨ 주 ( 12 )시간 한도로 부여가능하고, 당사자 간 ( 합의 )해야 할 수 있다
1. 노동3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행사 방법은?
⇨ 2인 이상이 모여 노동조합을 설립하여 단체교섭을 하다가 교섭 결렬 시 조정을 거쳐 쟁의행위 가능함. 다만, 쟁의행위 시 무노동 무임금 적용
2. 헌법 제33조제1항은?
⇨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ㆍ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3. 노동조합이란?
⇨ 근로자가 주체가 되어 자주적으로 단결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목적으로 조직하는 단체 또는 그 연합단체
4. 복수노조가 허용되면서 이와 연동하여 생긴 제도는?
⇨ 교섭창구 단일화
5.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은?
⇨ 3년
6. 조정전치주의란?
⇨ 쟁의행위는 조정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뜻
7. 부당노동행위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 노동3권 침해행위
8. 노사협의회는 모든 사업장에 설치 의무가 있는지?
⇨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있는 사업이나 사업장 단위로 설치하여야 하는데, 상시 30명 미만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은 설치하지 않아도 됨
9. 단체교섭과 노사협의의 가장 큰 차이점은?
⇨ 쟁의행위 가능 유무
10. 노사협의회는 1년에 몇 번 하여야 하는지?
⇨ 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개최하여야 하므로 1년에 4번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추가 지급하여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