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선덕왕지기삼사 # 선덕왕과 모란 설화
殘紅落盡如吐芳 봄의 잔홍(殘紅)이 지고 난 다음에 꽃을 피우니
佳名喚爲百花王 아름다운 그 이름은 백화왕이라
競誇天下無雙艶 천하무쌍의 아름다움을 서로 다투어서
獨占人間第一香 이 세상에 으뜸가는 향기를 홀로 차지하였네
그렇다면 이 이야기는 누가, 언제, 어떠한 목적으로 창작한 이야기일까요?
선덕여왕과 모란 설화에 숨겨진 진짜 주인공은 누구였을까요?
향기 없는 꽃은 무엇을 가리키는 비유였을까요?
제27대 덕만(德曼)[만(曼)을 만(萬)이라고도 한다.]의 시호는 선덕여대왕(善德女大王)으로 성은 김씨이고 아버지는 진평왕(眞平王)이다. 정관(貞觀) 6년 임진(서기 632)에 왕위를 올라 16년 동안 나라를 다스렸는데, 앞일을 미리 안 것이 세 가지가 있었다.
첫째, 당 태종이 붉은색ㆍ자주색ㆍ흰색의 세 가지 색으로 그린 모란과 그 씨 석 되를 보내왔는데, 왕이 그 그림을 보고 말하였다. “이 꽃은 정녕 향기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는 씨를 뜰에 심도록 명하였다. 그 꽃이 피었다 지기를 기다렸는데, 과연 그 말과 같이 향기가 없었다.
(중략) 당시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물었다. “모란꽃이 그러할지 어떻게 미리 아셨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꽃은 그렸지만 나비는 없었소. 그래서 향기가 없는 것을 알 수 있었소. 이것은 당나라 황제가 내가 남편이 없는 것을 비웃은 것이오."
(중략) 세 가지 색깔의 꽃을 보낸 것은 아마도 신라에 세 여왕이 있다는 것을 알고서 그런 것일까? 선덕(善德)ㆍ진덕(眞德)ㆍ진성(眞聖)이 이들이다. 당나라 황제는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다.
- 일연 『삼국유사』 권1 기이1 선덕왕지기삼사 中
진평왕 때 당나라에서 가져온 모란꽃 그림과 그 꽃씨를 덕만에게 보이니, 덕만이 말하기를 ‘이 꽃이 비록 지극히 아릅답기는 하지만 틀림없이 향기가 없을 것입니다’고 했다. 왕이 웃으며 말하기를 ‘네가 그것을 어찌 아느냐?’ 하니, 대답하기를 ‘꽃을 그렸으나 별과 나비가 없는 까닭에 그것을 알았습니다. 무릇 여자에게 국색(國色)이 있으면 남자들이 따르고, 꽃에 향기가 있으면 벌과 나비가 따르게 마련입니다. 이 꽃은 무척 아름다운데도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으니 이는 향기가 없는 꽃임에 틀림없습니다’고 했다. 그것을 심었더니 과연 말한 바와 같았으니 덕만의 미리 알아보는 식견이 이와 같았다.
- 김부식『삼국사기』제5권 신라본기 5 선덕왕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