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사설 #<변강쇠가> #옹녀 #유랑인생 # 비극
열다섯에 얻은 서방 첫날밤 잠자리에 복상사로 죽고, 열여섯에 얻은 서방 매독에 튀고, 열일곱에 얻은 서방 지랄병에 펴고, 열여덟에 얻은 서방 벼락 맞아 식고, 열아홉에 얻은 서방 천하의 큰 도둑으로 포도청에 떨어지고, 스무 살에 얻은 서방 비상 먹고 돌아가니, 서방에 염증이 나고 송장 치기 신물 난다.
황해도하고 평안도하고 양 도가 공론허기를, "이 여자를 두었다가는 사내라고 생긴 놈 씨알맹이 하나 없이 뒈져벌리 것이고, 그 좋은 사내 맛 한 번 못보고 그냥 제물에 살짝 늙어버릴 것이여, 그러니 이 여자를 내쫓을백이 수가 없다" 허고 양 도가 합세해가지고 이 여인을 내몰아노니, 저 여인 하릴없이 쫓겨나오는디...
“내가 지금 죽은 후에 사나이라 명색(名色)하고, 십세전 아이라도 자네 몸에 손대거나 집 근처에 얼씬하면, 즉각 급살(急殺)할 것이니 부디부디 그리하소.”
불끈 일어 우뚝 서며 건장한 두다리는, 유엽전(柳葉箭)을 쏘려는지 비정비팔(非正非八) 빗디디고,
바위 같은 두 주먹은 시왕전(十王前)에 문지기인지 눈위에 높이 들고,
경쇳덩이 같은 눈은 홍문연(鴻門宴) 번쾌(樊쾌)인지 찢어지게 부릅뜨고,
상투 풀어 산발(散髮)하고, 혀 빼어 길게 물고,
짚동같이 부은 몸에 피고름이 낭자하고 주장군(朱將軍)은 그저 뻣뻣,
목구멍에 숨소리 딸깍, 코구멍에 찬바람 왜,
생문방(生門方) 안을 하고 장승 죽음 하였구나.
강쇠 여편네가 매장포(埋葬布), 백지(白紙) 등물(等物) 수습(收拾)하여, 가지고서 뒤쫓아 들어가니 허망하구나.
중놈이 벌써 이 꼴 되었구나.
깜짝 놀라 발구르며,
"애고 이것 웬일인가. 송장 하나 치려다가 송장 하나 또 생겼네."
(중략)
여인이 깜짝 놀라 손바닥을 딱딱 치며,
"또 죽었네, 또 죽었네. 방정맞은 저 초라니 자발없이 덤벙이다 허망히도 돌아간다. 고단한 내 한 몸이 세 송장을 어찌 할꼬.“
뎁득이 분을 내어 사면을 둘러보니
곳곳 큰 소나무 나란히 두주 서서 한 가운데 빈틈으로 사람 하나 가겠거든,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고울고울 달음박질하여 소나무 틈으로 쑥 나가니
짊어진 송장짐이 우두둑 삼동 나서 위 아래 두 도막은 땅에 절퍽 떨어지고, 가운데 한 도막은 북통같이 등에 붙어 암만해도 뗄 수 없다.
요간폭포괘장천(遙看瀑布掛長天) 좋은 절벽 찾아가서 등을 갈기로 드는데, 그렇게 훨씬 갈아 버린 후에 여인에게 하직하여,
"풍류남자 가려서 백년해로하게 하오. 나는 고향 돌아가서 동아부자(同我婦子) 지낼 테오."
떨뜨리고 돌아가니 개과천선(改過遷善) 이 아닌가.
이 사설 들었으면 징계가 될 듯하니 좌상에 모인 손님 노인은 백년 향수(百年享壽), 소년은 청춘 불로 수부다남자(壽富多男子)에 성세 태평하옵소서. 덩지 덩지.
- 성두본 <변강쇠가>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