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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WIND WORKS Aug 26. 2024

Reelay Review 05 : 토니 타키타니

이치카와 준 [토니 타키타니] 사운드트랙

Reelay Review 05

TONY TAKITANI

토니타키타니

릴-레이 리뷰 다섯 번째 영화는 '토니 타키타니(Tony Takitani)'입니다.

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렉싱턴의 유령'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을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류이치 사카모토가 작업했습니다.

누군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중 롤모델로 삼고 싶은 사람이 있느냐'라고 묻는다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이름이 가장 먼저 떠오를 것 같습니다.

성실한 이야기꾼이자 러너(Runner)로서, 존경받는 음악가이자 영화인으로서, 한 개인에게 크고 작은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영감이 되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둘의 이름이 나란히 적힌 한 편의 영화가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뜁니다.



Inspiration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이 수집한 티셔츠들에 대한 이야기를 모아 놓은 [무라카미 T]라는 에세이에는 영화 '토니 타키타니'의 시발점이 되어준 티셔츠가 등장합니다.

TONY TAKITANI 티셔츠

하루키는 한 시골 마을의 자선행사에서 'TONY TAKITANI'라는 특이한 이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구매했고, 이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상상하며 그를 주인공으로 한 단편소설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화까지 되어 이 티셔츠를 구매한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성공적인 투자였다고 말합니다.

티셔츠와 그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서로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다른 느낌인데, 영감이라는 것은 언제 어디에서 누구에게 찾아와 어떤 방식으로 풀이될지 정말 알 수 없는 것 같습니다.



Solitude :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증거로서의 고독


이 전에 사운드트랙에 대해 이야기하며 영화 음악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닌, 영화의 시각적 요소와 결합되고 영화가 끝이 날 때 비로소 존재한다고 했었는데, '토니 타키타니'의 경우는 사운드트랙을 먼저 접하고 음악에 매력을 느껴 영화를 찾아보게 된 케이스입니다.

처음 토니 타키타니라는 영화를 알게 된 것은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류이치 사카모토의 'Solitude'를 듣고 난 후였습니다. 해당 곡의 정보를 찾아보다 이 음악이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의 영화를 위한 사운드트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곧바로 영화를 찾아 감상했던 기억이 납니다.


'Solitude'의 사전적 의미는 '고독'입니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고독'이란 어떤 것일지 생각해 봤습니다.

고독은 기본적으로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기저에 두고 있습니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보통 자신이 혼자라고 느껴질 때 찾아오곤 합니다. 혼자가 되는 보편적인 이유는 크게 '누군가가 떠났거나, 누군가에게서 떠나왔거나, 누군가를 떠나가게 만들었거나'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이 보편적 '혼자됨'은 우리 모두가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거나 겪게 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고, 결론적으로 우리 모두는 잠재적 고독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에 도달합니다. 그렇다면 그 고독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 따라 외로움이라는 수식을 다른 단어로 대체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서의 대답은, [비움]입니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서 고독의 이미지는 아버지의 부재, 감정상실, 아내의 유품, 그리고 텅 비어버린 방의 순서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주인공 '토니 타키타니'는 유년시절 재즈 연주자인 아버지가 지어준 특이한 이름 때문에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잦은 공연으로 집을 비웠던 아버지로 인해 자연스럽게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당연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살아갑니다. 토니는 그림에 소질이 있었지만 그의 그림에서는 마음의 결핍이 간접적으로 드러났고, 그것을 장점 삼아 기계를 전문으로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로 합니다. 토니의 고독한 성장과정은 감정의 상실로 이어져 자신이 그려내는 그림들처럼 차갑고 건조한 사람이 되어갑니다.


어느 날 그의 당연했던 고독은 '에이코'라는 여자를 만나 결혼하며 더 이상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됩니다.

토니는 아내 에이코를 통해 감정의 상실을 극복해 나감과 동시에, 당연했기에 인지하지 못했던 고독 그 자체에 대한 불안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토니의 구원자 같았던 에이코는 자신의 공허함을 옷을 사는 행위로 채우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그 습관은 중독에 가까워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고, 토니는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회유를 하게 됩니다. 에이코는 토니와의 관계를 소중하게 생각했고 그의 뜻을 받아들이기로 결심하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습니다. 토니에게 에이코의 죽음은 그녀의 수많은 옷들과 함께 과거의 고독을 넘어선 심화된 형태의 또 다른 고독을 남깁니다.

이후 토니는 자신의 고독감을 해소하기 위해 에이코와 똑같은 신체 사이즈를 가진 비서를 채용하고, 업무시간 동안 죽은 에이코의 옷을 입어달라는 기이한 부탁을 합니다. 토니의 요청에 따라 에이코의 빼곡한 옷방을 들여다본 비서는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혀 일을 할 수 없게 되고, 토니는 결국 아내의 옷방을 비움으로서 자신의 고독을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감정의 증거’로서 받아들이게 됩니다.



Tony Takitani Cassette Tape


토니 타키타니 비공식 카세트테이프

Tony Takitani Unofficial Motion Picture Soundtrack

영화 토니 타키타니에서는 고독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백을 활용합니다. 화면상 최소한의 인물 배치와 저대비/저채도의 색감, 그 여백에서 느껴지는 공허함 같은 것들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고독을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토니 타키타니 사운드트랙은 영화의 간결한 화면구성과 연출을 통해 느껴지는 고독하고 결핍 어린 감정들을 사카모토의 피아노 소리로 함축시키며 관객이 영화에 온전히 이입할 수 있는 자연적 환경을 제공합니다.


토니 타키타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앨범 커버

영화 개봉 당시 토니 타키타니 사운드트랙은 실물 음반을 발매할 계획이 없었고, 온라인 스트리밍/다운로드 형식으로만 발매되었습니다. 그로부터 3년 뒤, 팬들의 성화에 의해 류이치 사카모토의 레이블 commmons에서 토니 타키타니 사운드트랙의 CD형태 음반을 발매했습니다.

발매된 음반의 커버는 영화의 전반적인 비주얼 아이덴티티가 잘 드러나는 디자인인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음반은 플라스틱 케이스가 아닌 친환경 디지팩(종이커버)으로 제작되었으나, 카세트테이프는 일반적인 플라스틱 케이스 규격에 맞춰 작업했습니다.


Cassette Tape

토니 타키타니 카세트테이프


[Track List]


SIDE : A

1. DNA Intro

2. Solitude

3. DNA

4. Bottom

5. Fotografia 1

6. Fotografia 2


SIDE : B

1. Solitude Short

2. Harmonics 1

3. Solitude One Note

4. Harmonics 2

5. Solitude Theme



J-CARD

J 카드 커버 이미지는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의 디자인을 카세트테이프 비율로 리사이징 했습니다. 일본 개봉 당시 포스터에 사용되었던 타이틀 로고를 살려 작업했고, 안쪽 내지는 토니가 에이코의 옷방에 누워있는 기존 사진에서 멍하니 텅 빈 방을 응시하며 서있는 스틸을 커버 이미지와 같은 톤으로 보정하여 교체했습니다.

토니 타키타니 카세트테이프
토니 타키타니 카세트테이프

뒷면에는 고독하게 작업을 하고 있는 토니 타키타니의 옆모습과 사운드트랙 크레딧을 추가했습니다.

해당 사운드트랙 작업당시, 사카모토는 일주일 동안 가편집된 영화의 VHS테이프를 보며 즉흥적으로 곡을 작업했다고 합니다. 가끔 고독한 집중력이 필요할 때면 토니 타키타니처럼 구부정한 모습으로 'Solitude'를 작곡하던 당시의 사카모토를 상상하며 토니 타키타니 VHS테이프를 틀어놓곤 합니다.

토니 타키타니 VHS 테이프

토니 타키타니를 마지막으로 하루키 원작 영화 사운드트랙 시리즈를 마무리합니다.

하루키의 첫 장편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도 일본에서 영화화되었으나 해당 작품은 너무 오래되어 접하기가 힘들었고, 그 유명한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도 영화화가 되긴 했지만 그의 소설을 영화화 한 다른 작품들에 비해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아 목록에서 제외했습니다.

카세트테이프를 만드는 행위는 사실 토니 타키타니라는 영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지만 이 영화와 음악을 사랑한다는 감정의 증거로서 역할을 수행합니다.


애플뮤직에 릴-레이 리뷰에서 소개하고 있는 영화들의 카세트테이프를 커버로 사용하여 플레이스트를 만들어두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한 번씩 방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music.apple.com/kr/playlist/tony-takitani-tape/pl.u-gxbll07u89DBbP?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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