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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래된서점 Apr 10. 2017

雨花, 2017

커피볶는헌책방, 오래된서점




봄, 2017


미처 끝나지도 않은 봄의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듯

목련꽃잎이 후두둑 소리를 낸다.


떨어지는 목련꽃잎은 묘하게 슬프다.


길바닥 위에 까맣게 변해가는 목련 꽃잎이

뼈까지 썩어 들어간 아버지의 욕창과 같았다.


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잎은

5년이 넘게 간이침대에서 먹고자며

아버지를 간호하는 엄마의 청춘 같다고 생각했다.


1억원에 육박하는 병원비, 승산 없는 법정싸움이 2년째,

수술 후 원인불명의 심장마비로 아버지가 의식불명이 되고

병원에서 맞이하는

아마도 다섯번째 봄.


더 슬픈 건 아버지일까, 엄마일까


병원 가는 길

어느새 피고, 어느새 지는

벚꽃잎과 목련꽃잎을 바라보다가

아버지, 엄마가 생각났다.


누군가에게는 왔고, 누군가에게는 지나갔을

2017년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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