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생활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을 하면 대부분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얘기한다. 어렸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 취미와 관심사가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 무리를 만들다 보니 공통점이 많아 대화가 잘 되는 편이다. 그리고 설사 성격이나 가치관이 맞지 않더라도 다른 무리를 찾고 꾸리는 게 어렵지 않다.
그러나 직장은 그 직업과 회사를 선택했을 뿐 각기 다른 배경과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윤 추구와 같은 공통의 목적을 가지고 모이다 보니 수많은 이해관계와 갈등이 존재한다. 하루에 8시간. 하루의 3분의 1. 어쩌면 가족이나 연인보다 오랜 시간 함께 하지만 그만큼의 배려나 자비는 없다.
회사에 들어간 초기에는 직장을 나의 인간관계의 하나의 터전이라고 보고 부단히 관심사를 맞는 사람을 찾고 무리를 만들며 일상을 함께 나누는 일에 몰두했었다. 시시콜콜한 연예 가십거리나 진부한 연애 얘기를 서로 나누며 출근이라는 루틴에 뭔가 변화를 주려고 했던 거 같다. 그만큼 나의 사적인 영역에 공적인 사람들을 들이곤 했는데 이게 일적으로 잘 못 엮이다 보면 애매한 상황에 맞닦들이곤 했다. 사적으로 친한데 일이 엮이면 묘한 긴장감이 흘렀고 친한 관계가 멀어지면 일에서 더욱 매몰차 졌다.
일은 일일뿐, 회사는 회사일 뿐이라는 생각을 공고히 갖게 된 건 오랜 휴직 후 복직했을 때였던 거 같다. 결혼과 육아로 나에게는 챙겨야 할 것들이 늘어났고 시간은 항상 부족했다. 한정된 시간 내에서 나에게 맡겨진 일을 하려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했다. 나는 그동안 내가 힘썼던 '무리 유지하기'에서 발을 뺐다.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영향을 미치는 나에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내 일만 하는 소극적인 나로. 인간관계 지향적인 사람에서 과업 지향적인 사람으로 말이다.
그러나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던 '무리에서 빠져나오는 일'이 화살이 되어 나에게 돌아왔다. 직장생활에서는 가십거리가 항상 필요했고 그것의 주인공은 무리밖에 있는 누군가였다. 작은 일이 커졌고 살이 붙었고 처음 시작이 어땠는지를 누구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렇게 실체 없는 눈덩이가 커져갔다. 현실도 무리도 버겁게 느껴졌다. 맞서 싸울 에너지가 고갈되어 어디서부터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싫다고 피하기만 했었던 직장생활에서의 무리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오랫동안 따스함을 느끼는 무리에 대해서도 추억해봤다. 직장생활 못지않게 힘들었던 무리를 생각해보면 어린이집, 유치원 엄마들의 모임이었던 거 같다. 아이라는 공통점은 가지고 있지만 엄마들 각자 정말 가지각색이고 시기와 질투도 많아 말로 사람을 살리고 죽이던 무리. 절친이라고 생각했지만 자신의 안위에 따라서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경험들. 아프기도 했지만 사람에 대해 무뎌지고 자의에 의한 무리가 아닌 타의에 의한 무리는 마음을 두지 않고 전략적으로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엄마들 모임 중 가장 끈끈하고 오래가는 무리가 조리원 동기 모임이다. 시간이 흘러서 만나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고 나를 있는 그대로 봐주는 무리다. 오랜만에 만나서 브런치를 함께 하는데 다들 엄마들 모임에서 치이고 빌런을 만난 얘기를 하는데 다들 느끼는 게 비슷하다는 것에 웃음이 났다.
자의에 의한 무리, 타의에 의한 무리. 좋든 싫든 직장생활이라는 곳에서 생활하려면 다소 무리(無理)가 되더라도 무리 속에 있어야 생각이 들었다. 그게 싫으면 떠나야 하는 거라고. 환경을 바꾸지 않고 불평, 불만만 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무리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고 뽐내듯, 나도 그 안에서 무리로 전략적으로 사는 것. 직장생활을 하려면 꼭 필요한 것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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