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진 삶을 좋아하세요?

당신의 마음속 톰소여는 어디 있나요.

by 작가님




회사에서 오랫동안 준비하고 생각했던 일이 어그러져서 멘붕상태가 된 후 어떻게든 살 길을 찾아보려 아등바등했다. 그러나 나도 모르게 점점 그 일에서 마음이 내려놔지고 내 일상에 시선이 돌아가게 되었다. 좋게 말하면 적응력이 생긴 것일 수도 있고 나쁘게 말하면 현실도피겠지만 큰 아픔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이제는 그냥 하나의 공처럼 느껴진다. 묵직하고 부피가 제법 커서 어디선가 날아왔을 땐 무척 아팠지만, 손으로 잡고 바닥에 내려놓으니 공은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다.



정해진 삶





자유분방한 탱탱볼 같던 나는 20대 후반에 이르러 안정되고 싶었다. 유유자적 바람 같이,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이 살겠다는 예전 마음과 다르게 나에게 맞지 않을 것 같은 관료적인 회사에 들어가고 매달 적지 않은 월급을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성에 차지 않아서 적당한 때에 안정적인 신랑감인 남편과 결혼을 했다. 가족의 완성은 4명이라며 겁도 없이 아이를 둘이나 낳았다. 갈 길이 정해진 삶이 최고인 줄 알았고 현재는 워킹맘으로 회사에서 집에서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안정적이라고 생각했던 직장생활은 딱 생활이 가능한 만큼의 적은 월급을 주고 있고 가족은 나에게 큰 기쁨이지만 때론 나를 지치게 한다.



나도 모르게 나 자신을 정해진 틀에 자꾸 맞추고 있었다. 그 틀에 들어가려고 안간힘을 쓰다 보니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서 쓰리고 아팠다. '들어가면 편해지겠지'하는 헛 된 희망을 품고 어떻게든 들어가 보려고 했다. 계획하고 정해진 것들이 틀어질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가 바라던 직장에서 부서이동을 하면 내 인생이 행복할까?라고 근본적인 질문에 yes라는 답을 선뜻할 수 없었다. 30살이 되면 'Sex in the city'에 캐리처럼 커리어우먼이 되는 줄 알았고 풍족한 생활과 편안한 삶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30대는 20대와는 크게 다르지 않은 질풍노도의 시기였다. 육아도 직장도 내 손안에 확 쥐어지지 않았다. 모래처럼 자꾸 흘러나가 좌절감을 맛보게 했다.





30대라는 나이가 내가 생각하는 안정과는 거리가 먼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긴 인생을 하루의 시간으로 빗대어 봤을 때, 30대는 오전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무얼 할지 계획하고 실행하는 때이고 낮과 오후, 밤, 심야까지 나에게 남은 인생의 시간은 정말 길다. 아직 안정되기엔 난 젊고 어리고 정해진 삶을 살기엔 인생이 넘 아쉽라는 결론을 내렸다.




네 마음속 톰소여는 어디에 있니?





20살 매일 함께하던 스케쥴러 앞 장에 써놓았단 말이다. 그 당시 하루에 3-4시간 자며 스케쥴러가 빼곡하게 하루의 일을 계획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다. 그 당시 많은 경험을 하는 나 자신에게 더 치열하게 모험하라고 써놓은 글귀였다. 마음이 시키는 일을 하라고 후회하지 말고 너만의 모험을 떠나라고 했던 그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직장과 가정, 두 가지 공간에 나라는 사람을 가두기엔 앞으로 남은 나의 인생은 너무나 길고 내 마음속 톰소여가 너무 가엾다. 직장은 직장, 가정은 가정이고 나는 나의 재미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에서의 역할이 있고, 엄마로서의 책임감이 나를 짓눌러도 나는 나로 살 책임이 있다. 좌절과 위기는 성공과 기회의 다른 이름이라는 걸 새롭게 느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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