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5. 주말 아침, 메이필드 호텔
도심에서 가까운 호텔에서
1박 2일 휴식을 취했다.
푹신한 침구에서 편안히 자고
아침 산책에 나섰다.
보랏빛 라벤더를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든다.
초록빛 싱그러운
풀내음이 코 끝에 스친다.
아침 햇살을 받아 앞 다투어
기지개 켜는 풀잎들이 귀엽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에 들어서면
내가 소유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내가 누리고 있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놓을 수 있을까?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헌 집은 아는 집
새 집은 미지의 집
새 집이 헌 집보다 좋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러나 연꽃처럼
피어나는 마음을 돌릴 길이 없다.
숨기고 숨겨도
고개를 들고 봉긋 솟아오른다.
붉게 물든 마음은
누가 보아도 알아채기 쉽다.
그런 체, 아닌 척,
연극은 끝나기 마련이다.
기와지붕 단청처럼
마음속 이야기가
그려지면 어떨까?
오색빛깔 화려한 그림은
움직이지 않아 마음이 놓인다.
알록달록 꽃 속에 마음을
잠시 잠깐
담아놓으면 어떨까?
지그시 바라만 보기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거다.
고즈넉한 풍경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상에서도
이런 평정심을 가지고 싶다.
비슷해 보이는 장독대도
들어있는 게 다르다.
비슷해 보이는 사람도
속 마음이 다르다.
길을 보면 자꾸 가보고 싶어 진다.
힘들고 고달플 거를 알면서
돌아오는 길이 험난한 것을 알면서도
그 순간엔 그냥 가보고 싶다.
그 끝엔
신기루 같은 행복이 있을 것 같다.
고생했다고
널 위해 준비했다고
그런 가슴 뛰는 순간이 있을 것 같다.
방울방울 맺힌 이슬은
누군가의 눈물이고
누군가의 수고로움이다.
내가 울지 않으면
상대가 울게 되고
상대가 울지 않으면
내가 울게 된다.
사람의 의지로
마음으로 할 수 없을 땐
누구에게라도 빌고 싶은 마음이다.
세상을 아는 누군가가
나에게 길을 알려주면 좋겠다.
언젠가
나만의 텃밭을 가꾸고 싶다.
내가 뿌린 대로 자라고
자란 대로 거두는
그런 소소한 자연의 흐름을 느껴보고 싶다.
호기롭던 지난날이 부끄러워
고개 숙이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소리치며 달려가 보고 싶다.
보는 이가 있는 것처럼
때로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자유롭게
나만의 무대에서
춤을 추고 싶다.
새벽이 지나고
동이 트면
알게 될 거다.
어둑한 곳곳마다
빛이 스며들면
모든 게 선명해질 거다.
전하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이지만
함께 하고 싶은 것들이
수 없이 많지만
기다리고 기다리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꽃을 꺾고 풀을 뜯는 행위는
금지되었지만
달콤한 욕망이다.
흔한 풍경 속에서
나만의 꽃, 풀을 발견하듯
그렇게 가만가만 살펴보자.
다시 돌아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만
처음 마음과는 다르다.
몇 번을 더 돌아야
벗어날 수 있을까?
#산책일기
#메이필드호텔
#소유와욕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