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6. 주말 아침, 북한산 둘레길
새소리에 새벽에 눈을 떴다.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일어나
산에 올랐다.
다른 예쁜 꽃이 참 많은데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들꽃에
더 마음이 간다.
내가 원하는 건 남다른 게 아닐 거다.
그냥 특별할 것 없이 지내고 싶다.
그렇게 나랑 취향이 맞는 누군가가
한 두 명쯤 있으면 그만이다.
걷고
오르다 보면
어딘가로 향하게 될 거다.
처음부터 목적지가 없어도 상관없다.
나무 숲에서 자그마한 조약돌을
보물찾기 마냥 찾으면
오래도록 바라본다.
누군가에는 하찮은 순간이
누군가에는 전부 같다.
푸르름이 반갑다.
싱싱하게 살아있어 줘서
이런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수줍은 듯 연하게 피어오르는 잎은
삶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준다.
높은 곳에 오르면
모든 것이 작아 보인다.
현실의 커다란 문제도 작게 보인다.
마음이 힘든 날
울며 계단을 올라갔는데
고사리 손이 웃으며 인사해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너만 그런 거 아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몸도 마음도 무거워
더는 올라가지 못하던 날
한 참을 바위 위에 앉아서
바라보고 또 바라봤었다.
그냥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진정이 된다.
정상에 다다르지 않아도
산속에 푹 잠겨있는 듯한 기분이
참 좋았다.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듯한 기분,
걷고 또 걸으면
모든 상념이 숨이 되어 날아간다.
보잘것없는 평범한 삶에
가끔은 벅찰 만큼
찬란한 순간이 찾아오기도 한다.
누군가는 놀라서 도망가고
누군가는 애써 외면하며
누군가는 그것이 무엇인지 직면한다.
나를 본다는 건
때론 참 위태로운 일이지만
값진 일이기도 하다.
삶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를 놓치고 싶지 않은
그 마음을 누군가는 알아줄까?
대나무 숲에서
비밀을 말하듯
산속에 못다 한 이야기를
숨겨두고 온다.
그러다 또
산에 오르면
산이 내 이야기를 노래 삼아 들려줄 거다.
보는 것만으로도 소중하다.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자꾸 욕심이 생긴다.
난 내일 또
산에 오를 거다.
이 마음의 끝을 알 때까지.
다다를 수 없는 나라에
가고 싶은 마음으로
또 산을 오를 거다.
#등산
#산책일기
#북한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