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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병운 Jan 24. 2023

[정이]

농심 우동의 국물이 끝내준다던 김현주가 아머로 무장한 전쟁 영웅을...

초반엔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극 중 류경수 배우의 연기와 톤이 너무 이상해서 기량 문제보다 디렉팅이 문제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상호 감독이 애초부터 자멸과 자학 개그를 결심한 것일까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가뜩이나 [카터], [야차], [서울대작전] 등 넷플릭스산 국내 라인업들의 성패가 여러모로 기대를 꺾는 경우가 많아 근심스럽기도 했다.


연상호 감독의 근래 활동이 OTT를 중심으로 한 기존 작품의 리메이크나 확장이나 연계가 많거니와,([돼지의 왕] 등), 향후 이어갈 프로젝트도 대기를 기다리고 있으니([지옥]) 이 정도면 [방법]과 [괴이] 등 그만의 화법과 불안한 분위기를 품은 여러 이야길 담고 있는 창작자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에 [정이] 역시 이런 맥락으로 인식했음은 물론이다. [로보캅] 류의 디스토피아 미래상 속 인간 본연의 정체성을 되묻는 화법의 서사는 실상 흔하거니와 여러 갈래의 창작물을 만드는 그의 노선에도 걸맞은 신작이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의 실체를 보니 [사이버 펑크 2077 : 엣지 러너]와 [엘리시움]의 작품들처럼 소득의 계급차로 인한 의료 복지의 차이를 보여주는 황량한 세계관 조성이다. 그가 현대를 다룬 대표작 [부산행]  등에서 꾸준히 보여줬던 사회와 대중을 보는 서늘한 시선이 여지없이 이어진 모양새다. 자본과 기술의 엄연한 한계에도 연상호는 자신의 방식으로 연상호 버전 [알리타 : 배틀 엔젤]을 만들었다. 이족 보행 인간형 AI 안드로이드들이 인간의 기억을 카피해 버전 업된 채로 4족 보행 군사 훈련 로봇과 싸운다. 칙칙한 공기와 미술을 기반으로 연상호 버전 [공각기동대]에 놓인 셈이다.


이런 기반에서 들려주는 이야기엔 앞서 언급한 류경수 배우가 분한 김상훈 소장에 대한 서사와 고 강수연 배우가 분한 윤서현 팀장에 대한 서사가 얽혀 있다. 전언한 해당 배우의 이상한 연기의 톤에 대해선 어떤 이유가 있었고, 어쨌거나 강수연 배우의 경우엔 캐스팅을 통한 올드한 연기 방식과 모성에 대한 슬픈 아우라를 형성한다. 배우 개인의 슬픈 개인사는 공교로운 일인데, 특히나 극중 설정상 이렇게 이 부분이 일정 부분 일치한다. 덕번에 감상에서 공교로운 슬픔이 전달되었다.


그 슬픈 아우라엔 안드로이드 정이(jung-e)의 인간으로서의 모성으로서의 본래 정체성과 딸이었던 윤서현 팀장의 관계가 연루되어 있다. [부산행], [지옥] 1시즌 같은 작품들에서 이미 가족의 이야길 다루며 눈물샘을 자극하는데 능숙했던 연출자였기에 이건 낯설지 않다. 다만 [반도]의 구교환이나 [염력]에서의 정유미 같이 변칙적인 악역이 인상을 남겼던 전례에 비해 캐릭터의 매력은 다소 떨어진다. 모녀 관계를 통한 감정의 설득은 의도로 보이나 전반적으로 다소 취약하다는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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