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아내가 갑자기 날 깨웠다.
"열이나. 39.7도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제 아내와 내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는데 코코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서 무증상으로 끝나려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돌이 지나도록 이렇게 높게 열이 난 것이 처음이라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선 119에 전화했다.
"안녕하세요. 저희 아기가 열이 39도가 넘는데 이 경우에 119에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물어보라고 진료 시 안내받아서요."
상담원은 비대면 진료병원을 알려줬고 급히 전화를 했다. 아내는 해열제를 먹이고 물수건으로 코코를 주물러줬다. 코코의 얼굴이 벌겉다.
비대면 진료병원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다시 119에 전화를 하니 다른 병원을 안내해 줬다. 세 군데를 전화했는데도 받는 병원이 없다.
"알려주신 데로 전화를 했는데 받질 않네요. 어떻게 해야 하죠?"
내 목소리가 점점 높아진다. 상담사는 비대면 진료병원으로 계속 연락을 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다고 한다. 결국 급한 마음에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아니 지금 애가 열이 39도가 넘는데 계속 방법이 없다고 하면 어떡합니까! 지금 애기 데리고 나가면 되나요?"
코로나에 감염된 나와 아내는 밖에 나갈 수 없다. 상담사도 목소리를 높인다.
"1339(질병관리청) 전화해 보셨어요? 보건소에는요? 깊게 알아보시지도 않고 소리만 지르면 어떡합니까! 급하신 건 알겠는데, 지금 코로나 걸린 심정지 환자가 발생해도 출동 못하는 상황이에요! 주말이고 하니 안 받는 거 같은데 현재 최선의 방법은 비대면 병원에 전화하는 겁니다. 이대로 응급실 가셔도 코로나 환자라 진료 못 받아요."
마음만 급했지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계속해서 비대면 병원으로 전화해 볼 뿐이었다.
얼마 뒤 당직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다. 진료는 어렵고 오전 9시부터 진료가 시작되니 그때 다시 전화 달라고 이야기했다. 현재로선 방법이 없고 9시가 될 때까지 열이 내리지 않으면 부루펜 계열의 해열제를 교차 복용해 보라는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답답했다.
아기가 열이 나면 위험하다는데 코로나로 인해 응급실에 가지도 못하고 해열제도 부루펜 계열이 없어 그냥 물수건으로 마사지만 해줄 뿐이었다. 코코의 몸이 불덩이 같았다. 이대로 코코를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공포스러웠다.
아내가 침착하게 할 수 있는 걸 해보자고 해서 우선 부루펜 계열의 해열제를 퀵서비스로 시켰다. 그때 아까 통화를 했던 당직 간호사가 전화가 왔다. 자기가 보건소에 전화해 보니 부모가 코로나에 감염됐더라도 심각한 경우에 아이의 열이 내리지 않으면 병원에 전화하지 말고 9시에 병원을 직접 내원하라고 이야기해 줬다. 전화통화가 빗발쳐 연결되기도 쉽지 않다고 말이다. 눈물 나게 고마웠다. 우선 최악의 경우에 대처방안이 있으니 그나마 안심이 되었다. 그사이 퀵서비스로 해열제도 받아 코코에게 먹여줬다.
해열제를 교차 복용한 뒤 30분쯤 지났을까. 열이 38도 초반으로 떨어졌다. 아직 열이 있지만 그래도 고열은 아니라 맘이 좀 놓였다. 아내와 나는 해열제가 효과가 있으니 병원에 직접 가지는 말고 비대면 진료만 받아 약을 복용하기로 결정했다. 소아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 코로나로 열이 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한 것도 영향이 컸다. 밥을 먹지 않거나 축 처지고, 열경련이 일어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했는데 코코가 해당하는 사항은 없었다. 미열은 있지만 잘 놀고 잘 먹었다. 열 외에 기침을 하거나 콧물이 나는 증상도 없었다.
그렇게 3일 정도가 지나니 코코는 열이 내렸다. 중간에 자는 도중 열이 39도가 넘는 경우도 다시 생기긴 했지만 해열제를 먹으면 곧 가라앉았다.
3일간은 정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코코의 열이 조금만 올라도 마음이 불안했고 계속 최악의 결과를 상상했다. 응급실에라도 갈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나와 아내가 코로나에 감염되었기에 그냥 집에서 간호해 주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코로나로 열이 나고 목이 아프고 기침이 났지만 우리가 아픈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똑바로 의사표현도 못하는 내 아기가 눈앞에서 열이 나고 있으니 가슴이 아팠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내가 대신 아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아픈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참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며칠이 지나고 코코가 많이 나아진 지금은 열이 나는 것 자체는 그리 큰일이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기를 키우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열이 나기도 하는데 코코가 그동안 건강했기에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을 뿐이었다. 다음부턴 좀 더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그때도 마음이 아플 테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