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밝았다. 코코를 데리고 결혼식 참석을 위해 장거리 이동을 하는. 전날 잠들기 전부터 머릿속에는 다음 날의 계획이 맴돌았다. 아침에 일찍 준비를 하고 코코가 낮잠을 잘 시간에 서울로 출발을 한다. 목적지 바로 옆 모교에서 코코와 같이 사진을 찍고 결혼식에 참석한다. 식이 끝나면 코코가 두 번째 낮잠을 잘 시간이니 잠든 코코와 함께 집에 도착한다.
어떤 부모든 그럴듯한 계획이 있다. 아기가 목놓아 울기 전에는.
처음엔 잘 맞아떨어졌다. 차에 탄 코코는 하품을 했고 곧 잠이 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한 시간 뒤에 생겼다. 잠에서 깨어난 코코가 울음을 그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장거리 차량 탑승은 처음이어서 그런지 답답해했다. 휴게소에서 산 고구마스틱으로 근근이 버티며 서울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롯데타워에 잠깐 설레기도 했지만 찰나였다. 코코의 징징거리는 소리에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간신히 도착한 모교. 나의 대학생활이 있는 학교에서 코코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았다. 일단 너무 더웠다. 코코를 안고 걸어가는데 땀이 쏟아졌다. 또 어찌나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지 올라가자고 하면 내려가고 돌아가자고 하면 똑바로 가버렸다. 결혼식장에 참석하기도 전이었는데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다. 간신히 몇 장의 사진을 찍고 친구의 결혼식장으로 향했다.
야외에서 진행된 결혼식은 정갈했다. 하지만 내 상황은 정갈하지 못했다.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던 코코는 또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평소 같으면 번쩍 들어 안아줬겠지만 이미 사진을 찍을 때 내 체력은 바닥을 기고 있었다. 코코를 어르고 달래고, 중간에 기저귀도 한 번 갈아주고, 아기용 의자도 없는 곳에서 무염식을 먹는 코코에게 짭짤한 국수로 저녁을 먹였다. 징징거리는 와중에서도 국수는 어찌 그리 잘 먹는지. 아내와 나도 간단히 저녁을 먹고 사진을 찍자마자 급히 마무리하고 차로 향했다.
아내와 나는 서울로의 이동을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다는데 동의했다. 이건 쉽게 결정할만한 사안이 아니었다. 아기를 데리고 차로 장거리 이동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만 해야 하는 것이었다. 서울에 결혼식 참석을 할 거였으면 차라리 기차를 타고 왔어야 했다.
신중한 결정을 하지 못한 대가로 아내와 나는 집으로 오는 3시간 동안 코코의 징징거리는 소리를 추가로 들어야 했다. 아기 뻥튀기인 떡뻥과 고구마 스틱 봉지가 수북이 쌓여갈 즈음 집에 도착했다. 안고 있던 코코를 내려놓고 정장을 벗어던지자 비로소 편안해졌다. 그러자 내 결혼식이 생각났다.
참석해 준 모든 분에게 감사했지만 특히나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멀리서 아기를 데리고 참석한 사람이었다. 단순히 시간과 돈의 문제가 아니었다. 아기와 동행하며 생기는 모든 상황을 인내하며 참석해 준 것이다. 내가 아기를 키우기 전까진 미처 몰랐다. 그분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결혼식에 참석해 준 것이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육아를 하기 전엔 이러한 세상이 있는지 몰랐다. 단순히 인생에서 겪어야 할 하나의 과정, 단계로 생각했던 육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올해도 참석해야 할 결혼식이 몇 건 더 있다. 어떡해야 할까. 임신한 아내에게 코코를 맡기고 다녀오는 것도 쉽지 않은 결정인데. 벌써 머리가 살짝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