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놀이를 했다 _ 육아일기 (D + 492일)

by 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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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은 조그마한 밭을 가지고 계신다. 가끔 가족끼리 농막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는데 이번 주말에도 초대를 받아 놀러 갔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조그마한 아기 풀장에 물을 받아놓으셨다는 것이었다.


아기 풀장은 코코의 수준에 딱 맞았다. 물은 30cm 정도로 코코의 무릎 깊이였다. 코코는 풀장을 보자마자 신이 났다. 방수 기저귀를 채우고 수영복을 갈아입힌 다음 풀장에 내려줬다. 처음엔 어색한지 살짝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금방 적응해서 재밌게 놀기 시작했다.


찰랑거리는 물을 만지며 신기해하는 코코를 보고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서서도 놀고 앉아서도 놀고 장난감을 가지고도 놀았다. 서늘한 지하수에 한여름의 더위가 다 가시는 것 같았다.


장모님이 장어와 고기를 구워주셔서 먹으러 가려는데 코코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내가 코코를 먼저 돌보고 후에 교대하기로 하고 밥을 먹었다. 숯불에 구워서 참 맛있다. 놀러 올 때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시기 고마울 따름이다.


한참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갑자기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보니 아내는 코코를 안고 있었고 코코는 얼굴이 빨개져 기침을 하며 울고 있었다. 코코가 자기의 무릎 남짓한 깊이의 물에 빠진 것이었다. 혼자서 잘 걷기에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넘어져서 얼굴이 물에 빠지니 당황해서 허우적거리기만 하고 일어나지 못했다고 했다. 아내가 바로 코코를 건져냈지만 간담이 서늘했다. 조금만 늦게 발견했어도 큰일 날 뻔했다. 접시물에 코박는 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았다.


기침을 하는 코코를 달랜 후 다 같이 모여 고기와 장어를 먹었다. 진정된 코코는 장어를 곧 잘 받아먹는다. 밥을 다 먹으니 코코가 다시 풀장에 들어가자고 조른다. 아까 허우적거린 건 다 잊은 모양이었다. 이번엔 나도 같이 풀장에 들어가 코코와 놀아줬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니 허리 정도밖에 물이 차지 않았지만 충분히 시원해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시간 넘게 같이 놀았다. 어쩜 그렇게 에너지가 넘치는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집에 돌아오는 길, 코코는 카시트 위에서 골아떨어졌다. 물놀이하느라 피곤했겠지. 얼굴이 참 평온해 보인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영유아의 경우 얕은 물에 빠져 사망하는 사건이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고 한다. 잠깐 다른 곳에 한눈 판 사이 변기 물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이다. 방심하지 말고 더 신경 써서 돌봐줘야지. 말 그대로 한시도 눈을 떼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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