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일주일 전부터 둘째가 밤잠을 잘 잔다. 9시쯤 마지막으로 수유를 하고 침대에 눕히면 새벽 서너 시쯤 한 번 깨서 분유를 먹고 다시 아침까지 잔다. 어제는 한 번도 깨지 않고 쭉 잤다. 둘째의 잠 담당인 나는 여유가 생겼다. 조금 더 지나면 둘째를 재운 후 자유시간을 가져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첫째가 문제다. 매일 1시간 이상 찡찡거리며 잠들지 못하고 있고 어제는 거의 두 시간 동안 계속 울었다. 아내는 첫째를 재우고 나면 녹초가 되어있었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날이 서 있었다.
처음에는 둘째가 잠드는 것만 걱정했는데 100일이 되기 전에 수월하게 통잠과 분리수면이 해결되었고 첫째는 수면 난이도가 더 올라갔다. 요즘도 새벽에 깨면 울면서 엄마를 찾는다. 아빠로는 달래 지지 않는다. 우리 생각으론 첫째가 어금니가 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첫째도 한때는 잘 잤는데, 둘째도 이가 간질간질하면 지금과 같은 평화로운 밤잠은 깨지게 되지 않을까.
두 명의 아이를 돌보느라 녹초가 되는 데 잠도 푹 자지 못하니 서로가 신경이 날카롭다. 오늘도 별 것 아닌 일로 싸웠다. 아내가 첫째 앞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꾹 참아 다툼은 끝났다. 큰 소리를 낸 게 마음에 걸리고 참지 못한 게 미안하다. 하지만 감정이 상해 쉽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아내도 아직 화가 풀리지 않아 냉랭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내와 대화가 없다. 첫째를 돌보기 위해 꼭 필요한 말만 했을 뿐이다. 풀어야지 풀어야지 하는데 오늘은 힘들 것 같다. 자고 나서 내일 생각해야겠다.
첫째 : 요즘 젓가락질을 잘한다. 밥을 먹을 때면 캐릭터 젓가락을 꼭 달라고 하고 고리에 손가락을 넣은 후 혼자 집어먹는다. 두 돌이 되지 않았는데 젓가락질이라니. 귀엽고 뿌듯하다.
둘째 :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더 좋아한다. 눈이 마주치면 배시시 웃는다. 잠깐 혼자 눕혀두면 울다가도 옆에 앉으면 그치기도 한다. 신기한 건 집에 사람이 많으면 칭얼거리지 않는다. 처갓집 가족들과 삼치회를 먹을 때도 어머님 퇴임식 케이크에 초를 불 때도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다들 순하다고 하는데 우리만 있을 때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