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이번 주말엔 첫째와 처남의 생일 식사를 했다. 고급 중급집에서 점심을 먹고 우리 집에 와서 생일초를 불었다. 첫째는 처음으로 자기 초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불어서 껐다. 신나 하는 모습을 소중히 영상에 담았다. 두고두고 꺼내볼 것 같은 느낌이다.
처남의 생일 축하도 끝내고 케이크를 나눠먹으니 이제 슬슬 정리가 되는 분위기다. 시간은 오후 세시정도, 다들 피곤한지 살짝 늘어져 있는데 아내가 첫째를 데리고 처형네 집에 가서 자고 온다고 한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다. 우선 첫째는 처형네 집에 가서 언니들이랑 재밌게 놀 테고, 아내와 나는 각각 첫째와 둘째를 돌보면 된다. 더군다나 둘째는 아직 어리니 수유를 하거나 안아주며 유튜브를 볼 수 있다.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나와 둘째만 집에 남았다. 육아는 생각대로 순탄했다. 순한 편인 둘째는 잘 먹고 잘 잤다. 옆에 유튜브를 틀어놓으니 지루하지도 않았다. 저녁으로 햄버거를 시켰는데 막 먹으려던 찰나 둘째가 운 것만 빼면 그다지 어려운 것도 없었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둘째는 밤잠도 잘 잤다. 두세 시간 정도의 개인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첫째 한 명이었을 때는 나 혼자 1박 2일 육아를 한다면 부담스러웠을 텐데. 아이가 두 명이 되니 마인드가 달라진다. 한 명을 돌보는 건 마음에 부담이 없다.
다음날 아침까지 둘째는 평소처럼 잘 잤다. 아침 수유를 하고 둘째와 놀아주며 커피 한 잔을 하는데 뭔가 집이 적막하다. 첫째가 웃고, 울고, 다다다 뛰어다녀야 할 것 같은데. 문득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허전한 느낌이다.
점심은 둘째가 보채서 아기띠로 안아주며 먹었다. 묵직한 둘째 덕분에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우는 데 먹으려면 말이다.
오후 세시쯤 아내와 첫째가 집에 왔다. 평소처럼 첫째가 새벽에 자꾸 울어 잠을 못 자 피곤하다는 아내가 안쓰럽다. 새벽에 운 장본인은 집에 오자마자 우유를 달라며 징징거린다. 정신없지만 복작복작한 분위기가 문득 익숙하다. 육아가 생활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