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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Jun 09. 2024

퐁당퐁당 _ (D + 733일, D + 108일)

육아일기


 오랜만에 장인어른 장모님이 계신 농막을 찾아갔다. 아직 봄의 풍경을 맞기엔 조금 일렀지만 누렇게 마른풀 사이 초록빛이 반가웠다. 


 양고기 바베큐를 맛있게 먹고 장모님께서 둘째를 돌봐주는 사이 첫째와 함께 농막 주변을 둘러보았다. 곧 말라도 이상할 것 같지 않은 도랑에 올챙이가 잔뜩 있었다. 첫째는 신기한지 감탄사를 연발했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땅을 기어 다니는 벌레를 보며 소리치기도 하고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는 벌의 웅웅 거리는 소리에 뒷걸음질 치기도 했다. 


 농업용수를 모아놓은 연못에 별생각 없이 돌을 하나 던지니 퐁당 소리가 난다. 그런데 바로 옆에 있던 첫째에게 기대 이상의 반응이 터져 나왔다. 신기한지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며 다시 해달라고 난리다. 다시 퐁당. 큰 돌을 가져와 풍덩. 반응은 더 커졌고 이제 자기가 던지겠다며 나보고 얼른 돌을 가져오라고 한다. 


 혹시 연못에 빠질까 꼭 붙잡고 있는데 고사리 손으로 돌을 열심히 던진다. 물론 대부분의 돌은 연못에 가지도 못하고 바닥을 뒹군다. 그래도 계속 던지니 점점 실력이 나아진다. 100개는 넘게 던진 것 같다. 계속 던진다는 걸 간신히 설득해 다시 농막으로 돌아왔다.  


 그냥 집에서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농막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같이 퐁당퐁당 돌을 던지는 동요를 불러도 첫째는 그게 뭔 뜻인지 몰랐을 것이다. 연못에 던진 돌이 시원한 물보라를 일으키는 것을 보며 첫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설레고 신기해 인상 깊은 하루로 기억되지 않을까.  


 집에 있는 게 편하지만 계속 데리고 다녀야겠다. 세상엔 아이들이 경험하지 못한 신기한 것들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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