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둘째와 눈이 마주친다. 아빠를 알아보고 웃는다. 손을 잡고 흔들어주다 둘째의 가슴팍에 내 얼굴을 파묻으니 꺄르륵하며 웃는다. 예쁘다. 아직 뒤집기는 못하지만 정말 많이 컸다. 하지만 그만큼 아내와의 갈등도 잦다.
오늘은 아내가 첫째를 데리고 백화점에 가기로 했다. 집에서 낮잠을 재우는 게 어려워 주말엔 외출하며 차에서 재우곤 하는데 어제는 내가 첫째를 데리고 외출했고 오늘은 아내 차례였다.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첫째에게 치카치카를 시키는데 치약이 묻은 칫솔을 가지고 화장실 밖으로 갑자기 도망간다. 첫째에게 이리 와서 이를 닦으라고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전혀 듣지 않는다. 결국 아내가 있는 거실까지 나가버렸다.
그때 어제 아내가 화장실 밖에서 칫솔질을 한 게 떠올랐다. 애들이 배우니 칫솔질은 화장실에서만 하자고 여러 번 이야기한 터였다. 어제는 별 말을 안 했었는데 코코가 이렇게 행동하니 갑자기 짜증이 치민다.
"여보 어제 칫솔질 밖에서 했지. 화장실에서만 하기로 했잖아."
아내는 곧바로 반격한다.
"아니 첫째가 화장실에서 나와서 닦는 게 내 탓이야? 안 그래도 요즘 화장실 안에서 닦으려고 노력 중이고 어젠 애들이 안보길래 밖으로 나온 거야."
나도 질 수 없다.
"어찌 됐건 칫솔을 들고 나온 거잖아. 우리가 약속한 건 나오지 않기로 한 거고."
싸움은 점점 커졌다. 둘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첫째는 불안한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본다. 한참 동안 칫솔질에 대해 싸우다 정리정돈, 서운했던 것 등등 여러 주제로 넘어간다. 목소리는 작아질 줄 모른다.
아내와 나는 아이들 앞에서 싸우지 않기로 약속했었다. 하지만 트러블이 생기면 그 약속은 깨지기 일쑤다. 연년생 애 둘을 케어하려니 몸도 마음도 지쳐 아내와 나 둘 다 잔뜩 날이 서있다. 작은 일도 그냥 넘기지 못한다. 최근에 화를 내지 말자고 맘을 먹고 몇 번 참았는데 결국 오늘 틀어져버렸다.
한 바탕 싸우니 거실에 냉랭한 공기가 맴돈다.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고 아내는 첫째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나는 집에서 둘째를 돌본다. 꺄륵꺄륵 웃는 모습이 예쁘고 기특하지만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든다. 이번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목소리 크게 싸웠으니 오래갈 텐데. 갈등은 한순간인데 서먹서먹한 분위기는 며칠이 간다. 이래서 누군가는 참아야 하는 건데 어리석었다.
아내가 오기 전에 쓰레기통도 비우고 로봇청소기도 돌린다. 사과하긴 싫고 정리한 걸 보고 아내 마음이 풀렸으면 하는 얄팍한 수작이다. 뭐 근데 이 정도로 풀리지 않을 걸 잘 안다.
싸우고 화해하고, 또 싸우고 화해하고. 육아를 시작하고 지겹도록 싸운 것 같다. 아이가 생기기 전엔 딱히 크게 싸운 적이 없었는데. 점점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편히 마음 둘 곳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