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요즘의 관심사는 둘째의 뒤집기이다. 살짝 늦은 감이 있지만 둘째라 그런가 조급함은 딱히 없다. 첫째 때도 좀 늦었으니 때가 되면 알아서 하겠지란 생각이다. 그래도 끙끙대며 노력하고 있는 둘째를 보면 대견하고 언제 뒤집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둘째가 태어난 지 137일.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표정은 어느새 바뀌어 우리를 보며 웃기 바쁘다. 목이랑 볼에 뽀뽀를 보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옹알이가 좀 늦은가? 생각했는데 스킨십을 해주면 폭풍 옹알이를 한다. 귀엽다.
최근에 첫째가 발달상태 검사를 받았다. 결과를 짧게 요약하자면 발달이 빠른 큰 아이. 진료실을 나올 때 의사 선생님이 "내년에는 젓가락질할 줄 알아야 해~"라고 했는데 아내는 이미 할 줄 안다고 대답하고 나왔다고 한다. 아쉬운 건 또래대비 말을 잘하는데 진료실에 들어가서는 어색해서 꿀 먹은 벙어리였다고 한다. 뭐 잘할 줄 알면 됐지. 꼭 의사에게 보여줘야만 하는 건 아니니 말이다.
시간은 잘 간다. 하루하루는 긴 것 같은데 계절은 휙휙 바뀌는 느낌이다. 그만큼 정신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어서 그런 거겠지. 개인시간이 조금만 더 있으면 좋겠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주변에선 아이들이 이쁜 이 시기가 아깝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내가 정이 없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딱히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첫째와 둘째를 보면 귀엽고 예뻐서 깨물어주고 싶지만 평일도 주말도 서로 다른 스케줄로 꽉 차 숨 쉴 구멍이 없다는 느낌에 이 시기가 얼른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 딸 둘이 모두 초등학교에 입학한 처형네 가족을 보면 한 결 여유가 있어 보인다. 쫓아다니며 챙겨줄 필요는 없으니까. 둘이 놀 때 집안일을 처리할 수도 있고 말이다.
저번에도 썼지만 어머니는 돌아보면 이 시기가 인생에서 제일 재밌던 시기였다고 하는데, 나도 그렇게 기억되려나. 현재 느낌으론 제일 재밌는 시기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고 제일 정신없는 시기인 건 맞는 것 같다.
지금 집 안은 조용하다. 두 공주님이 꿈나라에 가 계시기 때문이다. 덕분에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이렇게 글을 쓴다.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남들 다 보는 넥플릭스 시리즈 같은 건 시간을 너무 잡아먹어 시도할 생각도 하지 못한다. 재테크 공부하기에도 부족하니 말이다. 오늘의 할 일이 끝나면 짧게 유튜브 몇 개 보는 것이 전부다.
내일은 월요일. 출근이다. 주말도 힘들기에 월요병은 없어진 지 오래. 요즘은 흘러가는 대로 사는 느낌이다. 피곤하다. 얼른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