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첫째는 말을 잘하는 편이다. 어린이집 친구나 지인의 자녀들과 비교하면 조금 빠르다. 말이 빨리 트이는 게 머리가 좋고 지적능력이 우월한 건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괜스레 뿌듯하다. 잘하는 게 못하는 것보단 나으니까.
요즘은 첫째가 하는 표현에 깜짝깜짝 놀랄 때가 많다. 어린이집 하원을 시키고 나서 동네를 산책하고 있는데 멀리 차가 지나가자 "아빠, 빠방 조심해."라고 이야기한다. 말도 말이지만 아빠를 걱정하는 첫째의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 괜스레 찡한 마음이 든다. 항상 염려하고 걱정하는 건 부모의 역할일 줄 알았는데 자식도 부모를 걱정한 다는 걸 느끼고 나니 더 소중한 마음이 든다.
며칠 전엔 아내가 첫째와 자면서 대화한 내용을 말해줬는데 마음이 꽉 차는 느낌을 받았다. 첫째는 미아방지 목걸이를 하고 있다. 아내는 내가 프러포즈할 때 선물한 목걸이를 하고 있다. 나는 목걸이가 번거로워 차지 않았고 둘째는 아직 어려서 미아방지 목걸이를 해주지 않았다. 아내와 첫째가 누워있는데 첫째가 정확히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첫째 목걸이는 할미가 사줬어. 엄마 목걸이는 아빠가 사줬어. 아빠랑 쑥쑥이(둘째) 목걸이는 없어. 코코(첫째)가 사줄래. 택배로 와."
누군가가 보면 큰 의미 없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내겐 특별했다. 나와 둘째의 목걸이가 없는 걸 눈여겨본 것도 그렇고, 그 목걸이를 자기가 사주겠다고 마음먹은 것도, 그리고 평소에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택배로 왔던 걸 기억했던 것도 모두 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언제 이렇게 큰 건지. 한 달 한 달. 말하는 실력이 느는 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만큼 조심해야 할 것도 많다. 얼마 전 아내와 말장난을 치다가 아내가 내게 "재수 없어."라고 이야기하자 옆에 있던 첫째가 "재수 없어."라고 따라 했다. 아내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두 손으로 입을 막았고 나는 애기들 앞에서 말조심해야겠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이 자식들에게 스며드는 게 직접적으로 느껴지니 부담스러운 마음도 든다.
자녀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다짐하지만 그러는 척하는 건 얼마 가지 못한다. 굳은 결심을 해도 내 평소 생각과 행동이 새어 나올 수밖에 없다. 곧은 아이로 키우려면 내가 올바른 부모가 되는 수밖에 없다. 부모가 되는 건 여러모로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