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서둘러 주차하고 어린이집으로 향한다. 살짝 늦은 감이 있어서 마음이 급하다. 어린이집에 도착하고 인터폰으로 이야기한다. "첫째요~" 네 알겠습니다 라는 대답과 함께 문이 열린다. 조금 기다리고 있으면 첫째가 어린이집 선생님과 걸어 나온다. 고양이 모양의 출석카드를 카드 리더기에 찍고 신발을 신긴다. 신발을 신기며 오늘 특별한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과 잠깐 대화한다. "오늘도 잘 자고 잘 놀았어요~" 다행이다. 첫째에게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를 시킨다. 고개를 꾸벅 숙이면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은 좀 특별한 날이다. 곧 5월 8일 어버이날이라 그런지 종이로 만든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첫째의 손에 들려있었다. 첫째의 사진과 종이꽃들이 나무 막대기와 찰흙에 꽂힌 어찌 보면 조금 투박한 꽃바구니지만 엄마한테도 보여 줄 거라며 자기가 들고 가겠다는 손이 야무지다. 평소 루틴대로 뽀로로 음료수를 사러 가고 있는데 갑자기 꽃바구니가 공중에 흩뿌려진다. 바구니 줄이 풀려서 쏟아져버린 것이다. 무릎을 꿇고 서둘러 정리하고 있는 데 잡은 손을 잠깐 놓은 사이 첫째가 갑자기 다른 곳으로 걸어간다. 첫째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이야기했지만 돌아보지도 않고 제갈길을 간다. 혼란스러운 와중 들리는 오토바이소리, 공포스럽다. 꽃바구니를 내팽개치고 얼른 첫째를 안고 돌아왔다.
위험한 일은 없었다. 첫째는 아파트 단지 내를 천천히 걸어 다니고 있었고 배달 오토바이 아저씨도 첫째를 인지하고 피해 가려고 하고 있었다. 꽃바구니를 정리하느라 첫째가 시야에 사라진 사이 들리는 오토바이소리에 내가 좀 놀랐을 뿐이다. 정리를 끝내고 바구니에 풀린 줄을 묶는데 풀리지 않은 반대편을 보니 한 번만 묶여있다. 최소 두 번을 묶어야 풀리지 않을 텐데. 한 명의 선생님이 여러 명의 아이들을 돌보다 보니 손이 부족한 걸 테지만 디테일이 아쉽다. 어설피 묶인 줄, 대충 신긴 신발, 뒤집어 입혀져 있는 옷. 당연하게도 제대로 신경 써주는 사람은 부모밖에 없다.
뽀로로 음료수를 사고 평소 자주 앉는 벤치에 앉았다. 간식은 뭐 먹었는지, 오늘 어린이집은 재밌었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물론 제대로 된 대화는 되지 않지만 얼추 알아듣고 얼추 다 대답한다. 첫째는 주변 아이들보다는 말이 빠른 편이다. 작은 입에서 나오는 말에 기분이 좋아 첫째에게 귓속말을 했다.
"첫째야 아빠가 비밀 이야기해 줄까? 아빠는 첫째를 사랑해."
내 비밀을 들은 첫째가 배시시 웃는다. 진중하지 못한 아빠는 첫째에게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첫째야 아빠 비밀을 들으니 기분이 어때?"
한참을 고민하더니 대답한다.
"소중해."
눈에 눈물이 고였다. 창피하게 흐르진 않았지만 먹먹한 감동이 가슴을 울린다. 근래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언제 이렇게 큰 건지. 먹고, 울기만 했던 아이가 커서 내게 소중하다고 이야기하다니. 평소의 걱정을 털어버리고 순간 따뜻한 감정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준 첫째가 고맙다. 이래서 힘들어도 키우는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