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주말 아침. 먼저 깨어난 둘째를 돌보다가 잠에서 일어난 첫째가 오길래 힘껏 안아주고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첫째는 귀찮긴 하지만 싫진 않은 듯 "살살~"을 외친다.
그때 아내가 이야기한다.
"어제 친구들이랑 맥주 한 잔 하면서 들었는데 이성인 아빠가 딸아이한테 강제적으로 스킨십을 하는 게 좋지 않대. 다른 이성이 자기한테 강제로 스킨십을 해도 된다는 걸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서 조심해야 한대. 가장 중요한 건 첫째의 의사표시야. 싫다고 말하면 하면 안 돼."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빠가 딸한테 하는 스킨십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니. 맘대로 스킨십을 하지 못하는 것이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아내의 말이 구구절절 맞아 결국 받아들이기로 했다.
당황스러운 건 첫째의 반응이다. "첫째야 아빠가 뽀뽀해도 될까?"라고 물어보면 단호하게 안된다고 이야기한다. 안아주는 것도 마찬가지다. 몇 번 시도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 우울하다. 먼저 안아달라고 할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추가적인 시도에도 스킨십에 실패한 후 이제 깜깜한 저녁시간이 되었다. 잠 잘 준비를 마친 첫째가 내게 다가와 갑자기 안아달라고 한다. 들고 있던 강아지 인형과 함께 안아준 후 이불에 첫째를 눕혀주며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오늘 애정표현이 부족해서인지 기분이 더 좋다.
육아를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부족함을 발견한다. 중요한 건 태도인 것 같다.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게 맞다면 계속 나를 바꿔나가야 한다. 오늘도 또 하나를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