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주말 아침. 어김없이 둘째는 운다. 아직 새벽 5시라 이른 시간인데 울면서 분유를 찾는다. 전에는 그래도 7시까지 자더니 이젠 이가 나서 아픈지 잠이 줄어버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분유를 타고 쿠션을 받쳐 수유를 한다. 잘 먹는 둘째를 바라보며 멍하니 있다 보면 졸음이 쏟아진다. 젖병을 잡아주며 꾸벅꾸벅 졸다가 젖꼭지가 입 밖으로 나와서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깬다. 다시 젖병을 물리고 또다시 존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한다.
그렇게 졸다가도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면 잠이 좀 깬다. 카페인의 힘으로 오전 시간을 보낸다. 우리 가족 4명이 모두 활동하는 시간엔 아무리 피곤해도 쪽잠을 잘 여유는 없다. 둘째가 잠깐 잠들더라도 아내 눈치가 보이고 첫째는 쉽게 잠들지 않는다. 애들과 놀아주다 점심을 먹고 나면 1시쯤. 그래도 하루가 많이 남았다. 이제 슬슬 첫째를 낮잠 재울 시간이다. 첫째는 집에서 낮잠을 자지 않는다. 몇 번 시도해 봤지만 내 성격만 나빠질 뿐이라 그냥 포기하고 차에 태워 밖으로 나간다.
오늘은 그냥 근처 공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선사시대, 삼국시대의 유물은 첫째에겐 수준이 많이 높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시원한 에어컨 속에서 첫째의 에너지만 소모시키면 된다. 돌아오는 차에서 숙면을 취하길 바라며 말이다. 박물관 분위기가 괜찮았는지 집에 가기 싫다는 첫째를 설득해 차에 태우고 집으로 향한다. 출발한 지 10분 됐나, 신발이 불편하다고 짜증을 낸다. 잠투정이다. 곧 잠들겠구나 생각하며 이래저래 구슬린다. 이럴 땐 비타민 캔디가 최고다. 기분이 좋아졌는지 입안에 넣고 빨아먹다가 금방 잠든다. 나이스! 어느새 주차장에 도착했다.
이제부턴 기다림의 연속이다. 잠든 지 20 ~ 30분 만에 깨기도 하지만 3시간을 자기도 한다.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시동을 끄고 창문을 내린 뒤 하염없이 기다린다. 핸드폰 보는 것도 지루해지면 나도 의자를 뒤로 젖히고 잠이 든다. 한 시간 정도 잤을까. 그동안의 피로가 풀려 개운한 느낌에 일어났는데도 첫째는 아직도 자고 있다. 화장실 가고 싶은데... 자리를 비울 수 없어 참고 기다린다. 그렇게 30분이 더 흐른 뒤 첫째가 깨어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를 바로 차에서 내리고 집에 가면 안 된다. 첫째에겐 잠을 깰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무시하면 컨디션이 무너지고 하루종일 부리는 짜증을 온전히 감내해야 한다.
첫째에게 집에 가고 싶으면 얘기하라고 말해놓고 또 5분을 기다린다.
"집에 갈래."
소리가 들리자마자 짐을 챙긴다. 첫째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현관문을 연다. 아내가 반갑게 맞아 준다. 우리가 나가있는 동안 둘째와 낮잠을 잔 건지 아내의 컨디션이 좋다. 이 역시 다행이다.
그렇게 또 시간을 보내다 저녁을 먹고 아내는 첫째를, 나는 둘째를 재운다. 아내는 첫째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고 난 불을 끄고 거실 소파에서 둘째에게 분유를 먹인다. 오늘은 운이 좋아서 수유하자마자 잠이 들었다. 간단히 트림을 시키고 둘째를 침대에 눕힌다. 이대로 바로 잠들지 않을 수도 있기에 소파에 누워 동태를 살핀다. 피곤하다. 첫째가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핸드폰을 하며 소파에 눕는다. 잠이 들었나 보다. 첫째를 재우고 나오는 아내가 깨워줘서 간신히 일어난다. 이대로 쭉 자면 새벽에 일어난 뒤 다시 잠들기 힘들어 다음날이 피곤하다. 아내에게 자고 있으면 깨워달라고 부탁해 놓은 이유다.
육아를 하다 보면 쪽잠이 소중하다. 집안일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는 감당하기 힘들다. 첫째와 둘째는 순한 편이지만 쉬운 육아는 없다. 피곤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쪽잠은 10분이라도 달콤하다. 언제쯤 잠을 푹 잘 수 있을까? 주말에 하루종일 게으르게 늘어져 있던 때가 좋았는데. 그땐 그게 지루했는데 지금은 그때의 하루만 빌려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