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휴가 극성수기인 이 기간에 어린이집 방학이 시작된다. 이번 어린이집 방학은 총 7 영업일. 주말을 포함하면 11일 연속으로 진행된다. 첫째가 어린이집을 가지 않는다니. 부담감이 밀려온다.
어린이집 방학으로 집에 첫째와 둘째가 있으면 최소 2명의 돌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육아에 여유가 있다. 혼자서 둘을 볼 수는 있지만 집안일을 하기도 어렵고 간신히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게 돌봐주는 것도 벅차다.
이번 여름 방학은 장모님께서 3일 도와주시고 내가 4일 여름휴가를 쓰기로 했다. 다음날부터 본격적인 휴가(육아)가 시작되기에 마음이 무거운데 회사 후배가 물어봤다. 선배님 어디 놀러 가시냐고. 나는 가긴 어딜가냐는 말을 남기고 조용히 퇴근했다.
못 갈 건 없다. 하지만 날도 더운데 익숙하지 않은 숙소와 휴가지에서 고생할게 눈에 훤하다. 이번엔 그냥 시원한 에어컨이 있는 집에 머물며 중간중간 키즈카페도 가고, 시에서 운영하는 유아용 수영장도 가며 보냈다.
네 명의 가족이 계속 붙어 지내니 여러 에피소드가 생긴다. 기저귀를 떼고 있는 첫째는 온 집안에 오줌을 휘갈기며 다녔고. 아내와 나는 마트 주차장에서 대판 싸웠으며, 책을 보여주기 위해 데려간 도서관 매점에서 과자를 사 먹였다가 책은 읽지 않고 과자만 달라고 떼쓰는 통에 도서관과 친해지기 위한 당근은 처절한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힘들었던 일이 먼저 생각나지만 좋은 추억도 많았다. 둘째가 이유식 한 그릇을 다 먹고, 첫째가가 출처가 어딘지 모를 괴상한 춤을 추는 통에 배꼽을 잡고 웃고, 국립 과학관에 데려갔을 때 화장실에서 소변을 잘 가려 뿌듯하기도 했다. 물론 변기에 잘못 앉혀 코코와 내 옷이 오줌에 젖는 작은 사건은 있었지만 말이다.
월화수목이 휴가여서 금요일 출근을 하고 집에 오니 또 주말이다. 요즘은 주말이어도, 월요일이 되어도 별 생각이 없다. 회사퇴근, 육아출근, 육아퇴근, 회사출근의 반복인 느낌. 그래도 애들이 없었다면 이렇게 행복하게 웃을 수 있었을까. 몸이 힘들어도 행복하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면 오히려 아기를 갖겠다는 결정이 더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