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화캉스라는 말이 있다. 육아를 하고 있을 때 화장실에 가면 마치 바캉스에 간 것처럼 편안하고 조용함을 느낀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랬다. 육아로 정신없는 와중에도 배가 아파 화장실에 간다고 이야기하면 아내가 막을 명분이 없다.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면 느긋하게 볼일을 해결하고 나온다. 아이가 깨어있는 중에 가장 맘 편히 핸드폰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이런 화캉스는 둘째가 태어난 다음부터 끝나버렸다. 아이가 둘이 되니 아내가 화장실 갈 때 둘째를 데려가라고 한다. 배가 아프면 일단 아기의자를 화장실 문 앞에 놓는다. 그다음에 안방문을 잠그고 들어와 화장실 앞 의자에 둘째를 앉힌다. 그리고 화장실을 활짝 열어놓고 볼일을 본다.
전엔 편하게 핸드폰을 봤었지만 지금은 둘째가 심심하지 않도록 놀아줘야 한다. 재밌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괜히 화장실 바닥에 물을 뿌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는 심심한지 울기 시작한다. 최대한 달래 보지만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럼 그냥 포기하고 볼일을 서둘러 마무리한 후 둘째를 안고 거실로 나간다.
샤워도 비슷한 경우다. 마찬가지로 샤워할 때 둘째를 화장실 문 앞에 둔다. 머리를 감고 거품을 내면서도 아이가 지루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역시나 울기 시작하면 서둘러 마무리. 볼일을 보는 것도, 씻는 것도 아이가 태어난 이후론 쉽지 않다.
어려움이 생기니 마음도 좁아진다. 거실에서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아내가 샤워하러 간다며 화장실로 향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둘째를 데려가라고 하니 살짝 얼굴이 굳는 아내. 멈칫하더니 둘째를 안고 화장실로 향한다.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육아가 시작된 이후로 참 많이 싸운다. 분위기를 보니 오늘도 티격태격하지 않을까. 하 싸우는 것도, 냉랭한 분위기에서 화해를 하는 것도 이젠 지겹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몸이 좀 편해져야 덜 싸우겠지. 어서 그날이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