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어린아이들은 보통 애착인형을 가지고 있다. 잘 때 끌어안고 자곤 하는데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청소년, 성인이 돼서도 애착인형에 기대는 사람이 있다고 하니 사람이 성장하는 데 있어 심리적으로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아내와 나도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서 애착인형을 만들어주는데 신경을 썼다. 첫째가 자는 침대에 토끼인형, 강아지 인형등 귀여운 인형을 두었고 과연 이 인형들 중 어떤 게 애착인형이 될지 궁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결과는 어이없게도 매일 베고 자는, 뒤통수를 예쁘게 만들어주는 아기베개가 첫째의 애착인형이 되었다. 애착인형이 꼭 인형이 아니라 다양한 사물이 될 수도 있다고 읽긴 했지만 그 결과가 눈앞에 펼쳐질 줄은 몰랐다.
첫째는 그 이후로 잠을 잘 때나 멀리 차를 타고 나갈 때 아기베개를 항상 찾는다. 매일 찾다 보니 자주 빨 수가 없어 땀냄새, 침냄새가 나곤 하는데 세탁을 하는 사이 똑같은 브랜드의 똑같은 베개를 사줘도 냄새로 구분해 내곤 진짜 아기베개를 가져오라고 소리친다. 결국 얼른 드라이기로 말려 가져다줄 수밖에 없었고 매일 사용하는 베개는 계속해서 낡아가고 있다. 이러다 해지고 구멍이 나면 저 베개를 어찌해야 할지 난감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의 애착인형을 만들어줄 때는 그냥 평온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침대에 강아지 인형 등을 뒀지만 주변에 다른 물건이 애착인형이 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하고 지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상을 벗어난 물건이 애착인형이 되어 아내와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둘째의 애착인형은 내가 둘째를 재울 때 베는 쿠션이 되었다.
밤 8시가 되면 아이들을 재울 준비를 하는데 첫째는 아내가, 둘째는 내가 재운다. 첫째가 들어오지 못하게 턱이 있는 침대에 둘째를 눕히고 수유를 한 뒤 재우기 시작한다. 나도 자는 척을 해야 해서(혹은 진짜 잠들던지) 내가 간단히 벨 수 있는 쿠션을 침대 한 구석에 두었다. 둘째는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하다 잠들었고 나는 기다리다 잠드는 경우가 많았다. 중간에 깨서 안방침대로 향하곤 했는데 쿠션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둔 것이 화근이었다. 내 냄새가 짙게 배어있는 쿠션에 둘째는 의지하기 시작했고 요즘은 다른 인형을 제쳐둔 채 내가 베고 있는 쿠션에 얼굴을 비비며 잠에 든다.
내가 베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하고 내가 누워있는 반대편에 쿠션을 두면 내가 아닌 쿠션에 가서 잠이 든다. 예쁜 인형이 애착인형이 되어서 꼭 안고 다니는 모습을 생각했었는데 한 명은 아기베개 한 명은 소파 쿠션을 들고 다니게 되었다. 애 키우는 게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더니 이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느낄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