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둘째가 기어 다닐 수 있게 되면서부터 자매의 난은 시작되었다. 첫째가 사부작사부작 놀고 있으면 둘째가 와서 망가트리고 헤집어 놓았다. 첫째는 짜증을 내며 둘째를 때리고 얻어맞은 둘째는 엉엉 울며 눈물을 흘린다.
이전엔 질투가 나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때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는데 당황스러웠다. 첫째의 팔을 꼭 붙들고 동생이 귀찮게 해도 때리면 안 된다고 훈육하면 대답은 곧잘 하지만 결과는 바뀌는 게 없다. 둘째가 첫째 주변으로 향하면 멀리 떼어놓기 바쁘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앞으로 1년간은 더 심해질 거라고 한다. 둘째를 가지며 부모가 놀아주지 않아도 둘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상상했는데. 이러한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2~3년은 지나야 될 것 같다. 물론 그때도 자매끼리 계속 싸울 테지만 말이다.
첫째에게 물건을 집어던지면 안 된다고 말하면 첫째는 그럼 둘째는 왜 던지냐고 물어본다. 둘째는 아기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첫째는 자기도 아기라고 한다. 순간 할 말이 없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둘째를 안아주려고 하면 멀리서 첫째가 달려와 자기부터 안아달라고 떼쓴다. 그동안 둘째는 뭘 잘 모르기에 첫째를 안아 준 후에 둘째를 안아주곤 했는데, 요즘엔 둘째도 세상을 좀 알게 됐는지 자길 먼저 안아주지 않으면 역시 운다. 안아주느라 몸도 힘든데 울음소리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
가족모임에서 처조카들을 보면 부럽단 생각이 든다. 첫째가 초등학교 3학년 둘째가 1학년이다. 어느 정도 커서 손도 덜 가고 둘이서도 잘 논다. 내가 원하던 자매의 모습이다. 둘째를 낳기 전 처형은 애들은 자기들이 알아서 큰다고 했었는데. 왜 그런 거짓말을 한 걸까.
그래도 둘째가 신생아였을 때보단 육아가 수월해졌다. 앞으로도 조금 더 수월해질 것 같다. 멋모르는 사람들은 셋째는 안 가지냐고 물어본다. 셋째를 키울 생각을 하니 숨이 턱 막힌다. 둘째도 이렇게 힘든데 셋째? 아예 고려사항에 없다. 아내와 나는 둘에 만족하려고 한다. 둘만 키워도 버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