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집에서 첫째랑 놀아주다 보면 숨바꼭질을 할 때가 있다. 재밌게 놀다가 문 뒤나 싱크대 사이에 숨는다. 첫째는 아빠를 부르며 날 찾기 시작한다. 한두 번 숨은 게 아니기에 장소는 뻔하다. 발자국 소리가 가까워지면 나는 "왁!" 하며 첫째를 놀라게 한다. 첫째는 밝게 웃으며 아빠가 호랑인 줄 알았다고 하곤 또 숨으라고 말한다. 그렇게 한동안 숨바꼭질이 이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첫째가 아빠가 호랑이가 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터무니없는 고민이지만 나름 진지해 보였다. 어흥하고 놀려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가 호랑이가 될 리가 없으니 말이다.
여느 날처럼 숨바꼭질을 하는 데 힘이 들어 실외기실 깊숙이 숨어버렸다. 평소에 숨는 곳도 아니고 베란다 밖이기에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첫째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땀이 나서 한숨 돌리고 나가기로 했다. 그렇게 한참 있다가 거실로 나가니 첫째가 이번에 아빠가 진짜 호랑이가 된 줄 알았다며 시무룩해한다.
장난기가 생겼다.
"아빠 얼마 뒤면 호랑이가 될지도 몰라."
"!!!"
첫째의 얼굴이 급격하게 심각해진다.
"안돼 아빠 호랑이되면. 안돼~"
딴 데 가지 말라며 나를 꼭 껴안는다. 아빠 없어지면 안 된다며 꼭 붙잡고 있는 모습에 뭔가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아빠 호랑이 절대 안 돼~ 걱정하지 마~"
다시 첫째의 얼굴이 밝아진다.
순수한 모습에 귀엽기도 하고, 괜한 장난에 마음 쓰이게 한 것에 미안하기도 하고. 날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것에 고마운 마음도 든다. 내 자식에게 내가 소중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살짝 벅찬 느낌이 든다. 아이가 커서 학교에 가고 사회에 나가더라도 이런 마음이 변치 않았으면 좋겠다. 물론 내가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일이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