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평소처럼 턱걸이를 하기 위해 준비를 했다. 턱걸이 봉을 설치하고 타이머를 설정하려는 순간 첫째가 와서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한다. 아빠가 먼저 하고 나서 봉에 매달릴 수 있게 해 준다고 하니 알겠다고 하며 초롱초롱한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다시 타이머를 설정하고 턱걸이를 시작한다.
끙끙대며 1세트를 하고 나서 1분 30초 타이머를 맞춘다. 휴식시간을 정해놓지 않으면 늘어지고 운동의 강도를 일정하게 할 수가 없다. 거칠어진 숨을 내쉬고 있으니 첫째가 "아빠 잘한다~"라고 얘기하는데 괜스레 뿌듯하다. 휴식 시간이 지나고 2세트, 좀 쉬었다 다시 3세트를 마무리한다.
온몸에 열기가 훅 올라온다. 나도 모르게 턱걸이봉을 정리하려 하니 첫째가 "아빠 나도 해야지!" 소리친다. 큰일 날 뻔했네 깜빡해 버렸다. 첫째를 들어 올려 턱걸이봉을 잡게 한다. 꽉 잡고 최대한 오래 버텨보라고 말한 뒤 손을 놓는다. 물론 언제 떨어질지 모르니 잡아줄 준비를 하면서 말이다.
하나, 둘, 셋, 넷, 다섯
평소에는 셋까지 세면 떨어졌는데 오늘은 꽤 버틴다
여섯, 일곱, 여덟(?)
어?
아홉, 열!
열까지 숫자를 세자 첫째가 손을 놓는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안전하게 잡아준다. 그리고 기뻐서 소리쳤다.
"와 대단해 10초나 버티다니!"
내가 턱걸이를 할 때 가끔 매달리게끔 해주었을 뿐인데 금세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빠가 하는 걸 하고 싶어 하기에 별생각 없이 해줬는데 이렇게 나아진 모습을 보이다니. 뿌듯하다.
한참을 대견스러워하다가 문득 묵직한 책임감을 느낀다. 부모가 하는 걸 따라 하고 싶어 하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자식들. 긍정적이고 건강한 생활습관과 행동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쁜 걸 따라 하게 된다. 물론 나도 사람이니 항상 좋은 모습만 보여줄 순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나를 넘어 자식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을 하니 가볍게 생각하고 넘기기 어렵다.
순간 방금 전 아내에게 짜증 내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그걸 첫째와 둘째는 모두 지켜봤다. 이런 것까지 따라 한다면. 등골이 서늘한 느낌이다. 좋은 것만 보여주려고 노력해야지. 물론 쉽지 않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