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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진 Nov 08. 2016

떠나고 싶다.

삶에 지친 그대에게



 요즘 서점가와 브런치를 비롯한 SNS에서도 여행기가 넘쳐난다. 여행기를 곰곰히 읽다 보면 부럽단 생각을 많이 한다. 여행 자체도 그렇지만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 그 느낌을 글로 옮겨놓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호주에서 보낸 워킹홀리데이 10개월, 거기서 바로 인도로 떠나 40일. 4년 전 일이지만 외국에서 보낸 1년 남짓한 시간은 내게 색다른 경험이 되었고 그 덕에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다만 당시엔 이러한 경험을 글로 옮겨놓을 생각을 하지 못했다. 아니 수첩에 끄적거리긴 했지만 몇 줄 옮겨적으면 턱하고 막히는 느낌에 펜을 던져버리곤 했다.


 한국에 돌아와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 여행기를 적으려 했다. 하지만 흐려진 기억에 진땀을 흘렸다. 굵직한 사건은 기억이 나는데 작은 부분은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 구멍을 '그랬던 것 같다.'는 상상력으로 한참을 메우다 파일을 지워버렸다. 여행기가 아니라 자서전을 집필하는 느낌이었다. 아직 살날이 창창한데 말이다.


 '내 역량이 부족했다.'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가끔 책을 읽었다뿐이지 무언가를 글로 표현해 보지는 않았으니까. 그러고 보면 수려한 여행기를 써내리는 사람은 방금 잡은 생선처럼 싱싱한 글을 독자에게 로켓 배송해줄 준비가 된 사람들일 것이다. 언젠가 떠날 여행을 고대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요즘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상당한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더라도 '1년 정도 무급휴가를 주는 제도가 생기면 어떨까?'라는 상상을 한다.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탕진해서라도 신명 나게 세상을 누비고 올 텐데. 그런 상상은 매일 아침 정각에 울리는 알람 소리에 성실히 깨어지곤 한다.


 '철없는 생각일까?'


 긴 여행을 떠나고 싶은 것인지 현실을 회피하고 싶은 건지 내 자신에게 부단히도 질문했다. 그러면 보통 이렇게 무난하게 사는 게 행복이라는 편이 근소한 차로 이기곤 했다. 익숙함에 속아 소중한 것을 잊지 말라는 충고와 함께.


 여행기가 많이 읽히는 이유는 떠나고 싶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단 거겠지. 부쩍 추워진 날씨만큼이나.


 성공이 내 노력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기울어진 세상이라도 남 탓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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