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당시 나는 프랑스에서 온 룸메이트를 비롯한 7명의 외국인과 같이 살고 있었다. 영어 실력을 키우려고 호주에 왔기에 그들과 같이 사는 건 좋은 일이었다. 일이 끝난 후 맥주 한 잔에 드라마를 보기도 하고 함께 바다에 가기도 하는 등 즐겁게 지냈다. 놀면서 느는 영어 실력은 덤이었다.
다만. 불편한 점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친구들이 가끔 피는 대마초였다. 물론 불법이다. 하지만 호주에선 우리나라에서처럼 사회적으로 용납이 안 되는 큰 문제가 아니라 벌금을 내면 넘어갈 수 있는 경범죄였다. 대마초를 피운 후 친구들은 술에 취한 것처럼 변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분이 좋아지고 식욕이 왕성해진다고 했다. 특히 자기 전에 피우면 노곤한 느낌에 깊은 잠을 잘 수 있단다.
당연한 순서로 친구들은 내게 대마초를 권했다. 호기심이 생겼지만 거절했다. 나의 가치관과 맞지 않았다. 적당한 쾌락은 음식에 간을 하는 소금처럼 삶을 맛깔나게 하지만 쾌락을 위한 쾌락은 소금에 음식을 넣은 듯 짜다 못해 쓸 뿐이니까. 그렇게 두세 번 거절하니 룸메이트가 날카로워졌다. 자기 딴에는 나를 생각해서 권한 것인데 내가 싫다고 하니 기분이 상한 것이다.
“너 왜 안 피우는 건데?”
한국은 물론 호주에서도 불법이기에 피우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러면 너는 지금 우릴 범죄자로 보는 거야?”
언성이 높아졌다. 가벼운 벌금 정도이기에 범죄자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솔직히 말해봐. 걸릴까봐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너는 겁쟁이야. 어떻게 해보지도 않고 나쁜 줄 알아?”
겁쟁이라니! 내가 추구하는 삶에 대마초가 없을 뿐이었다. 화가 나고 말문이 막혀 더듬거리다가 소리쳤다.
“너는 사람을 죽여 봐야 그게 나쁜 것인지 알겠어? 너한텐 다르겠지만 나에겐 그런 느낌이야. 알아?”
룸메이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삶은 죽음으로서 완성되는 것이기에 언제나 불완전한 우린 겪어가며 세상을 조금씩 이해해간다. 하지만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우리의 삶은 영원한 듯, 영원하지 않기에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 각기 다른 그릇을 가지고 태어난 우린 나름의 지혜의 깊이에 비추어 무엇을 겪을지 판단해야 한다. 처음부터 지혜로운 사람은 없기에 실수에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의 위대한 영혼이라는 ‘마하트마 간디’ 역시 자신이 저지른 어리석은 행동에 후회했다. 다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삶의 충고가 영혼을 울릴 수 있게 마음을 열고 있는지, 그것이 중요하다.
호주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인도로 여행을 떠나 관광지를 둘러보고 있을 때 어떤 사람이 뒤에서 속삭였다.
"마약! 마약!"
인도사람이 한국어를 하는 것에 신기함을 느낀 것도 잠시, 마약을 판매하려 한다는 사실에 거부감을 느꼈다. 그런데 잠시 동행하던 한국인 여행자는 아니었나 보다. 호기심에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한 묶음을 구매해서 가방에 넣는다. 말리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가 설득하더라도 인도를 여행하며 다시 일어날 법한 일이기에 모른 체했다.
다만 아무 일 없이 안전하길. 그리고 쾌락을 위한 쾌락에 사로잡히지 않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