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그리고 좌와 우

by 치의약사 PENBLADE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해서 도움을 준 것이 결과적으로 그 사람에게 상처로 돌아가는 경우가 있다. 좋은 성과를 기대하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오히려 아무것도 안하니만 못할 정도의 손해로 끝나는 일도 세상엔 다반사로 일어난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도 없고 목표한 바대로 이룰 수도 없는 너무나 당연한 인간의 한계 때문에, 정치에서도 보수와 진보, 좌와 우의 균형이 필수적이다.


노동자를 위한 진보정책이 시간이 흐른 뒤 오히려 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독이 될 수 있고, 재벌과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보수정책이 시간이 흐른 뒤 엉뚱하게 노동자의 권리 향상에 득이 될 수 있다. 경제를 활성화시키 위한 보수 정책이 경기 상황을 후퇴시킬 수도 있고, 기업들을 규제하는 진보 정책이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가장 미래 지향적이고 발전적인 정치란 보수와 진보, 좌와 우가 균형있게 서로 견제하며 같이 가는 정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당연히 정치적 입장이 다른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일은 피할 수 없다. 나의 입장을 끝까지 고수하고 나와 다른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려하지 않는 것도 인간의 한계 때문에 일어나는 너무도 자연스러운 모습이다.


다만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상대를 극단적으로 무시하고 비난하는 생각과 행동은, 이미 개인의 정치적 견해같은 것으로 이해될 문제가 아니다. 그건 그냥 불안과 심적 문제에서 비롯된 정신 질환이다. 이같은 정치적 정신질환에 빠지면 객관적인 기준을 세우거나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능력을 잃어버린다. 과거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이 바로 그렇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적응 못한 불안한 대중들의 광기에서 시작되었다. 일부 개인이 정치병에 걸리는 것은 별 문제가 되지 않지만, 정치병이 집단의 다수에 전염되면 그 때부터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된다.


인생과 세상은 그 어느 것 하나 확실한 것이 없는, 불확실한 것 투성이다. 본질적으로 모든 것은 변하고 나 자신도 계속 변한다. 마음이 건강할 땐 이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뇌 속 세로토닌과 도파민, 엔돌핀 등 즐거움과 쾌감을 주는 호르몬들이 만성적으로 부족해 불안한 상태가 되면, 변화를 두려워하기 시작한다. 두려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통제욕을 느끼고, 자신의 생각이 확실히 옳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람들의 말만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 생긴다.


그 때부터 극단적인 정치 평론가나 폴리테이너들, 상대는 무조건 틀리고 자기 당만 옳다는 정치인들의 말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된다. 특히 나와 비슷한 정치 성향을 지닌 쪽 사람들의 말은 아주 뭐 귀에서 꿀맛이 느껴진다. 잊혀진 가족을 만난 기분이 들 수도 있다. 그들이 상대 진영을 비꼬고 욕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부족했던 뇌 속 즐거운 호르몬들이 마구 분비되는 느낌이다.


정치도 스포츠와 같은 면이 있어서, 니 편 내 편 나눠 우리편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관람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오락거리가 될 수 있다. 정치가 점점 그런 속성을 띠는 것은 그런 관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일일 연속극과 플랫폼 드라마, 스포츠 외에 오락거리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니까.


다만 정신적 문제로 극단주의적 정치 성향을 내비치며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헐뜯으며 결핍된 마음을 채우는 사람들은 멀리할 필요가 있다. 정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문제이기 때문에, 주변에서 일찍부터 도움을 주지 않으면 언젠가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핍된 뇌를 극단주의적 정치 행동에 의한 단기적 쾌락으로 채우는 습관이 고착화되면, 나중엔 그런 행동에도 내성이 생긴다. 그래서 더욱 큰 쾌감을 느끼기 위해 계속해서 극단주의적 정치 행동을 일삼게 된다.


어느 한 쪽만이 무조건 옳고 한 쪽만이 무조건 그르다는 생각이 들 땐, 내 마음이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으려 노력한다. 나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면, 확실히 스트레스를 받아 마음이 견디기 힘들때 나도 모르게 어느 하나의 가치만이 무조건적으로 옳다는 쪽으로 기운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럴 때마다, ‘세상에 그런 건 없어’ 라고 주문을 외우는 게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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