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건강의 비용 (1)

by 치의약사 PENBLADE


#1


아는 분이 평생 수십억의 재산을 일궈내셨다. 젊은 시절부터 돈을 위해 살았고, 견디기 힘든 직장 생활을 견디고 임원까지 달아 하루하루 힘겹게 사셨다. 중년의 나이에 암 판정을 받았고, 남은 인생동안 병원을 들락날락하며 살다 말년에 괴롭게 삶을 마감하셨다. 이 분은 젊은 시절부터 하기 싫은 일, 견디기 힘든 일을 견디며 매사에 불평불만 투성이었다. 유일한 보상은 돈이었다. 하지만 그 스트레스가 어디 가나? 늘 세상의 부조리함을 욕하고, 가족들을 괴롭히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그로 인해 암까지 얻어 마지막 수십년을 괴롭게 고통스럽게 보내야 했다. 그렇게 모은 수십억은 결국 제대로 쓰지도 못했다. 그 돈을 쓰면 삶이 더욱 괴로우니까.


이 분이 만약 자기 몸에 맞는 일을 하고, 즐거운 일에 매진하느라 돈도 제대로 못벌어 조금 불안한 인생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앞의 인생에서 받았던 스트레스와 뒤의 인생에서 받았던 스트레스, 그리고 둘 사이의 행복도 차이. 결국 그 차이의 비용이 수십억이었던 셈이다. 


#2.


정반대의 인생을 살고 있는 친구가 있다. 사회적으로 볼 때 그다지 생산적이지도 않고, 오로지 자신의 꿈을 향해 묵묵히 가고 있는 친구다. 상대가 스트레스를 받는지, 행복한지, 불안해하는지 여부는 그 사람과 대화를 해보면 바로 안다. 이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 그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눌 때보다 훨씬 더 내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의지할 수 있게 된다. 본인 스스로가 스트레스를 안받고 편안하기 때문이다.


이 친구는 머리도 좋고 능력도 있는 친구다. 만약 이 친구가 자기 자신을 누르고 하기 싫은 일을 하며 돈벌고 살았다면 분명 지금보다 재산도 쌓였을테고 생애 소득도 높았을거다. 그 차이를 대략 십 몇 억이라고 쳐보자. (표준적인 직장인들의 생애 소득 기준) 그렇다면 이 친구는 자기 마음의 안정과 평안, 스트레스 비용으로 십 몇 억을 지출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3.


의외로 재테크를 잘하고 사업을 잘 하는 사람들 중에 경제 관념이 별로 뚜렷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돈 계산도 잘 못하고, 수치화된 돈에 별로 친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돈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이다. 돈의 본질은 결국 사람을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물들을 교환할 수 있는 매개물이다. 그런 것을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돈을 과감히 쓰다보면 어느새 나와 남들 모두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가치물들을 얻게 되고, 또한 그런 것들을 생산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그것을 나중에 돈으로 바꾸는 것도 쉽다. 그 과정에서 약간의 현실 경제와 경영적 이론이 필요할 뿐이다.


엄청난 재산을 일군 사업가들 중에 남들 보기에 이해 안되는 지출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 얼마 안되는 비용을 아끼느라 온갖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정말 한심해 보이는 영역에 엄청난 투자를 한다. 재료비 몇 푼 아끼는 데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면서 사람 만나는데 돈을 엄청 쓰거나 아무것도 없는 허공과 같은 영역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한다.


이 사업가가 바로 돈의 본질, 더 나아가 부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다. 현재 없지만 미래에 가능성이 있는 것,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 줄 사람들에게 투자하는 것, 이것이 미래에 부를 증가시켜줄 가치의 본질이라는 것을 아는 거다. 재료비 몇 푼 아끼는 건 그에 따라 스스로의 불안을 줄여줄 보상심리의 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보이지 않는 가치를 얻기 위해 투자하느라 불안해진 마음을 달래주기 위한 나름의 심리적 견제인 셈이다.



#4.


사람마다 스트레스 비용과 행복 비용이 다르다. 그 비용은 우리 뇌 속 세로토닌, 엔돌핀, 도파민, 옥시토신 등 즐거움과 쾌감, 편안한 감정을 일으키는 호르몬의 분포와 관련 있다. 타고나기를 늘 업된 기분에 있는 사람과 다소 우울한 사람, 어린 시절 꽉 채운 마음으로 보낸 사람과 결핍이 있는 사람의 뇌 속 행복 호르몬 수준은 다르다. 이 둘이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한 비용과 행복한 감정을 느끼는 데 필요한 비용은 당연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인생의 목적은 행복을 많이 느끼고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거라고들 말하지만, 실은 사람마다 행복의 가격과 스트레스의 비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이를 행복 호르몬의 수준으로 단순화시켜 설명해 보자면..


행복 호르몬 수준이 낮은 사람은 행복을 위해 큰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더 많은 수입,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일보다는 일상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런 일은 현실적으로 큰 보상이 안따를 가능성도 그만큼 높다.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느라 하기 싫지만 돈이 되는 일을 포기할 경우의 생애 소득 - 그 만큼이 바로 스스로의 행복 호르몬 수준을 지키기 위한 비용이 된다.


어떤 일이든 더 높은 자리, 더 높은 수입은 더 높은 책임과 스트레스를 부여받게 된다. 혹은 그 자리 자체는 즐겁더라도, 그 자리에 오르기까지 장기간 높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행복 호르몬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겐 그런 자리를 포기하는 것이 전체 인생의 관점에서는 더 좋은 선택일 수 있다. 감당 못할 스트레스를 장기간 지속적으로 받느라 몸과 정신이 파괴되면 그 이후의 인생도 순탄할 수 없다. 그 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혀 혹 원하는 자리에 오른다 해도 삶이 공허해질 수도 있다.


왕조 시대 때 가장 속편한 사람들은 왕이 아니라 왕 바로 아래의 신하들이었다. 책임은 안지고 왕에게 듣기 좋은 말만 하면서 뒤로 자기 재산 챙기고 은근히 실세를 발휘한 그들..밖에서 봤을 때는 왕 밑에 사람이라 에~ 할 수 있지만 은근 실속은 혼자 다 차리고 있었다.


< 능력 > 에는 지능이나 주어진 외적 조건 외에 스스로가 갖춘 행복 호르몬 수준, 그에 따른 스트레스 적응 능력까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본다. 때로 이런 능력은 그 어떤 능력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사업가가 지치지 않고 성공에 이를 때까지 달리는 능력, 회사에서 높은 자리에 오를 때까지 견디는 능력, 예술가나 학자, 작가가 성공적인 창작물을 만드는 능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기나긴 기간동안 스스로의 행복을 지키고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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