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떤 이유에서든 행복 호르몬 수준이 낮아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게 되면, 세상 모든 것이 견디기 힘든 것으로 바뀐다. 내 일은 늘 맘에 안들고, 직장에서는 직원과 고객, 상사들이 끊임없이 괴롭힌다. 억울한 일은 갈수록 늘어나지만 그걸 해소해 줄 시스템이 없는 것에 화가 난다. (그런데 세상 모든 일이 그렇다. 대통령은 뭘해도 욕먹지 않은가.) 뉴스를 보면 늘 내 맘에 안드는 정치인들로 가득하고, 전세계적 불경기는 늘 내 마음을 괴롭히며 중동과 이스라엘, 우크라이나에의 전쟁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어차피 세상은 늘 개인에게 우호적인 곳이 아니었다. 왜냐면 한 개인이 사라져도 세상이 돌아가는 데에 아무런 지장이 없고, 자원은 늘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상대적으로 행복 호르몬이 가득 넘치는 시기다. 아무것도 없어도 늘 즐겁고 아무리 힘든 일도 쉽게 버텨낸다. 그러다 나이가 들거나 건강이 안좋아지면 행복 호르몬 수준이 낮아지게 된다. 행복 호르몬 수준이 올라가면 몸이 활동적으로 변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행복 호르몬의 양이 적어지는 것은 우리 몸의 적응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괜한 일에도 짜증이 나고, 일은 힘들고 뉴스만 틀면 분노할 꺼리들로 넘쳐나게 된다.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자기 머리 속 행복 호르몬 수준이 낮아졌을 뿐.
#6.
정치적 정당들과 언론, 정치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모두 극단적이다. 좌와 우, 보수와 진보 양 극단에 서서 극단적인 주장만 해댄다. 자신과 정치적 견해가 다른 집단은 모두 싸잡아 욕하고, 자기 편의 사람들은 무조건 두둔한다. 왜 그럴까?
정당과 언론인들에게는 극우, 극좌 성향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고객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행복 호르몬 수준이 낮은 사람들은 정치적인 성향도 극단적으로 변한다. 짜증과 분노, 스트레스가 늘어나면 심적으로 예민해지면서 자신과 다른 것들에 대해 반발심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강이 안좋아지면 자신과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배척하는 것은 전염병을 막고 타인으로부터의 공격에서 벗어나기 위한 우리 뇌의 방어 기전이다.
극단주의적 정치 지지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하고 자극적인 쾌감이다. 즉, 상대를 무작정 비난하고 우리편은 무조건 감싸는 데서 오는 강렬한 쾌감. 정치인과 언론, 정치 평론가들은 바로 그런 쾌감을 팔아 표를 산다. 당연히 주요 고객은 극단주의 정치 지지자들이 될 수밖에 없다.
#7.
SAD라는 증상이 있다. 계절적 변동에 의해 우울감이 느껴지는 증상인데, 이렇게 우울한 기분에서 탈출하기 위해 탄수화물 섭취가 늘어날 수 있다. 탄수화물은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뇌의 에너지원으로 쓰일 뿐 아니라, 혀에서 느끼는 탄수화물의 맛이 자극제가 되어 뇌 속 도파민을 분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 호르몬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탄수화물 뿐 아니라 뇌 속 행복 호르몬의 원료가 되는 음식에 대한 식탐이 늘어난다. 주로 달고, 짜고, 맵고, 기름진 음식들이 땡기는데, 특히 밤에 더 땡긴다. 밤이 되면 세로토닌이 멜라토닌으로 변환되어 잠을 준비하게 되는데, 우울한 사람은 세로토닌이 부족해 원료 물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밤 자체가 사람을 센치하게 만드는데 우울한 사람은 특히 더 감성적으로 빠질 수 있어 입으로부터 느끼는 자극을 선호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높은 당분과 기름진 음식, 자극적인 음식들은 단기적으로는 뇌에 즐거움과 쾌락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영양 균형을 무너뜨리고 뇌 속 염증 가능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더 큰 우울에 빠지게 만든다.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약해져 달달하고 자극적인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지 않으면 그 때마다 더 큰 스트레스를 받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이러한 과학적 이론을 알아도 행동을 개선하기는 어렵다. 왜냐고?
우리가 흔히 하는 착각은, 외부에서 가해진 물리력에 의한 우리의 행동과 자기 마음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스스로 하는 행동이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나를 강한 힘으로 잡아 끌었다고 하자. 그러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내가 너무나 허기진 상황에서 앞에 기름진 음식이 가득하다고 하자. 이 때 나도 모르게 손을 뻗어 음식을 내 입에 집어 넣는다. 이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두 번째는 충분히 나의 자유 의지로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고 여기기 쉽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첫 번째야 그렇다 치고, 두 번째의 상황이 과연 우리가 통제 가능한 상황일까?
결핍을 채우기 위해 우리 뇌가 본능적인 명령을 내릴때, 우리의 자유 의지에 해당하는 뇌의 영역이 순간적으로 그 기능이 차단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여전히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우리의 자유 의지에 대해 실제 이상으로 과신하고 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행복 호르몬 결핍 수준을 올리고, 유혹에 맞서 자기 자신을 통제하는 힘을 갖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과 긴 시간의 수양이 필요하다.
#8.
마음 결핍으로 인해 늘 행복 호르몬이 부족한 연예인이나 유튜버 등등은 악플 때문에 심한 상처를 받으며, 개중엔 심지어 자살하는 사람까지 있다. 그들에게 고수익과 많은 재산은 그들의 생명을 지켜주기에 아무 쓸모가 없었다.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에게 악플 다는 사람들은 보통 그 유명인과 비슷한 마음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기저에 깔린 심리적 메커니즘은 일종의 질투다. '분명히 나와 비슷한 결핍, 비슷한 우울과 스트레스를 겪는데 저 유명인은 나보다 훨씬 더 잘나가네? (겉보기에)대중들로부터 사랑을 받네? (나도 사랑받고 싶지만 못받는데) '
실은 그래서 악플 다는 사람들 중 싸이코패스나 진정한 악인은 별로 없다. 악플에 상처 받을 유명인들과 비슷한 멘탈들이 대부분이다. 타겟 유명인이 악플로 괴로워하는 모습을 그리며 악플러는 쾌감을 느끼는데, 그 쾌감으로 자신의 마음 결핍을 일시적으로 치유하는 과정에 중독되면 악플러는 악플을 끊을 수 없다.
악플러와 그들의 악플에 시달리는 유명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결핍의 전달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과의 관계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만약 직장 상사라든지, 고부 사이라든지, 어떤 형태의 지인이든지, 하여간 나를 주기적으로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고 해보자. 언어 폭행을 일삼는다든지, 의도적으로 상처 주는 말을 한다든지, 그 외 여러가지 방식으로 등등. 아마 거기까지는 내 착각이 아닐거다. 내가 심각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면 말이다. 그런데 왜 그 사람이 자꾸 나를 괴롭힐까?
그 이유는 바로 나와 그 사람이 같은 영역에서 마음 결핍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 결핍이 서로 다른 사람들 사이에선 소통도, 괴롭힘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 사람은 자신의 결핍을 나에게 이전하며 순간 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이다. 그 쾌감으로 자신의 결핍된 마음을 쓰다듬기 위해.
호구와 진상은 세트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한 쪽이 한 쪽을 소비하고 이용하는 관계가 이로써 성립한다. 이 관계를 끝내는 방법은 하나다. 상대방이 어떤 사람이든 - 직속 상사라 할지라도 - 즉시 관계를 끊는 것. 그 이후에 큰 불이익을 받는다? 바로 그 불이익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지껏 호구에서 벗어나지 못한 거다. 그 어떤 불이익도 자기 인생을 망치는 길보다 클 수 없음에도.
악플에 고통 받는 연예인들이 댓글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그로 인해 자신의 인기가 완전히 사라져 연예계에서 퇴출될거란 공포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불안이거나 혹 실현된다 해도 그저 언젠가는 그렇게 될 운명인 것을 잠시 앞당긴 것에 불과함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