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은 자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라고 했는가. 이 말은 의외로 꽤 들어맞는 말이다. 물론 학창시절 모두를 고생시켰던 '입시 공부' 에 한정시킨다면 이야기가 좀 달라질 수 있겠지만, 한 개인이 사회에 나와 진출하게 될 수없이 많은 분야들을 살펴 보면, 각 분야마다 꼭 높은 성취를 나타내는 부류의 사람들은 즐기는 자들인 경우가 대다수다. 아니, 애초에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성취를 이룰 수조차 없는 경우도 많다.
위 문장, '머리 좋은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라는 말을 듣는 순간 마음 한구석이 편해져옴을 느낀 적이 있는가. 게다가 세상 살다보니 실제로 머리 좋은 자, 노력하는 자를 떠나서 즐기는 자가 가장 큰 성취를 이루어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하게 되고, 그럴 때마다 더더욱 마음이 편해지진 않았는가.
우리가 마음이 편해진 이유는 단순하다. 머리가 좋은 것, 노력을 하는 것보다 왠지 '즐기는' 것이 만만해보이지 않는가. 아니 세상 일이 이렇게 쉽다니?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는 거였어? 머리 좋은 건 타고나야 하고 노력하는 건 왠지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야 하는 건데 즐기기만 하면 된다니, 너무 싱거울 정도로 간단하지 않은가!
라는 착각을 하기 전에 그럼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어떤 부류의 사람이 과연 '즐기는 자'가 될 것인가?
어렸을 때 학교에 물리학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다. 이 친구가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무슨 다른 세상에 가 있는 것 같다. 조금만 공부해도 물리학을 비롯한 모든 과학 과목에서 만점을 받았을 뿐 아니라 늘 물리학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를 자랑스레 이야기하곤 했다. 그 친구의 물리학 이야기를 듣다 보면 머리가 복잡해졌지만 그 친구는 그 복잡한 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쉽게 풀어내더라. 시간이 충분히 흘렀고, 그 친구는 국내 박사만 마친 후 명문대 물리학과에 젊은 교수로 임용 되었다.
친구 중에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사회에 나가 본격적으로 일을 하기 전부터 과외로 엄청난 돈을 벌 정도로 유명한 과외 선생이었을 뿐 아니라 상가 가치와 입지 분석에 있어 거의 천재적인 심미안을 가진 녀석이었다. 대학 시절부터 자기만의 특허를 몇 개 갖고 있었고 지금도 계속 특허를 연구 중에 있다. 상황 판단력과 예측력이 보통의 사람이 하는 수준을 넘어설만큼 뛰어난 친구다. 이 친구는 자기 일을 너무나 좋아해서 노는 것보다 일하는 것에서 가장 큰 즐거움을 느낀다고 종종 말한다.
재능을 발견한 사람에게 노력은 무색하다. 이는 천재적 소설가 스티븐 킹이 자신의 자전적 책에 쓴 말이다. 내가 조금만 머리를 굴려 문제를 해결한 것 뿐인데 주위 모두가 놀란다든지 손쉽게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어찌 즐겁지 아니하겠는가. 즐기는 자는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노력하기를 싫어한다. 노력해도 어떤 대단한 성취를 이룰 재능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안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서서 오아시스를 발견할 마음으로 열심히 즐겁게 뛰어다닐 멘탈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도를 들고 1킬로미터 서쪽에 오아시스가 있다는 확실한 정보를 가진 사람이라면 서쪽을 향해 즐겁게 뛸 가능성은 높다. 세상 사람들은 누구나 '노력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얻는' 것을 좋아한다. 자연스러운 일이다.
노력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얻으려면 그만큼 여러 재능과 운, 각종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런 상황에서라면 그 노력이 너무나 즐거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을 발견했다면 그는 곧바로 '즐기는 자'가 될 자격을 얻게 된다.
즐거운 일이 없다 해서 좌절하지 말고 내가 하는 일을 즐기는 자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하나 없다. 왜 자꾸 평범하게 태어난 것을 부정하려고 하는가. 나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영화 감독이나 시나리오 작가가 될 수 없었다. 프로 영화 감상러는 될 수 있었겠다. 사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주부들은 프로 드라마 감상러라는 직함 정도는 받을 자격이 있지 않을까? 세부 전공으로 재벌2세와 철벽녀 장르 하나 씩은 전부 이수하지 않았을까 싶고.
세상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거 없다. 심지어 게임도 잘하는 사람은 따로 있더라. 그냥 평범하게 태어난 걸 받아 들이시라. 일은 아무리 노력해도 결국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알테니 싫지 않을만큼 적당히 하고, 어느 정도는 운에 맡기는 게 좋고. 학교에서는 민주주의와 평등을 가르칠 요량인지 마치 모든 것을 노력으로 극복 가능한 것처럼 - 즐기는 것조차도 - 학생들을 세뇌시켜왔지만, 뒤늦게 깨달아 헛된 목표를 갖고 사느니 애초에 세상의 이치를 어느 정도는 알려주는 것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