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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제일 어렵다. 존중하지 않으니까

by rextoys

치과의사는 의무적으로 일 년에 몇 번 관련 교육 이수를 해야 한다. 치과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 교육은 치과 업계의 다양한 학회들이 주최하는 세미나를 통해 이루어진다. 학회들은 대부분 치과 치료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지만, 치과의사의 정책과 치과 업계의 직업인들과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학회도 있다. 이런 학회들은 치료 외적인 것들, 예를 들어 치과 의사의 수급 문제나 치과 의료 제도의 개선 방향, 치과가 나아가야 할 발전 방향 등을 연구하는 학회라고 볼 수 있다.


이런 학회가 주최하는 세미나에서 가끔 치위생사 수급 문제와 관련된 안건을 다룰 때가 있다. 즉 치과에 비해 치위생사가 부족하며 동네 작은 치과들의 경우 특히 치위생사를 구하기가 어려운 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때마다 꼭 다음과 같이 말하는 사람이 있다 :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아니 뭐 일도 못하면서 돈만 많이 달라고 하고..일을 잘해야 그에 맞는 돈을 주지..그리고 또 어떤 애는 오전에 들어와서 하루 일해보고 바로 나가기도 해. 이상한 애들도 많단 말이지..아 정말 치과 대부분이 작은 치과인데 작은 치과는 직원 구하기가 너무 힘들어요"


이 말을 자세히 살펴보자. 어떤 것을 알 수 있는가? 우선 말하는 사람이 직원 구하기 어려워 한다는 점, 작은 치과는 직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는데 눈치 챘는지.

위 사람은 직원을 전혀 존중하지 않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인간관계가 어렵다고 말한다. 흔히 사람이 제일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는 복합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사람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 라든지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사람이라든지 등등..


어떤 사람은 가장 친한 사람에게 배신당했다며 분노를 토해낸다. 또 어떤 사람은 요즘 사람들이 고마워할 줄 모른다고 비난한다. 잘해줬는데도 뒤통수를 친다거나, 친해진 줄 알았는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들의 말을 듣고 있다 보면 인간이란 참으로 치졸하고 계산적인 존재인 것만 같다.


그러나 그들 대부분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그들은 그들이 말하는 친했지만 배신한 사람, 고마워할 줄 모르는 요즘 사람, 잘해줬지만 뒤통수 친 사람, 친해진 줄 알았는데 도움을 주지 않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진심으로 궁금해 했을까? 한 번이라도 그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싫어하며 어떤 상처가 있는지, 자신과의 관계에 대한 상대의 속마음은 어떤지 알려고 노력이나 했을까?


그저 자신의 필요에 의해서 친하게 대하고, 잘해준 것은 아니었을지. 진심으로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속내가 어떠한지, 어떤 생각과 감정을 품고 있는지 주의 깊게 살폈다면 상대가 배신하고 뒤통수를 치며 전혀 뜻밖의 행동을 하는 것 정도는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의 세미나에서의 말을 다시 한 번 살펴보자. 직원을 구하기 힘들고 기껏 구해진 직원이 툭하면 나가며 일도 못하는데 많은 돈을 요구한다? 그의 말에선 그가 직원을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는 직원을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전기를 주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는 기계처럼 생각했던 것이다. 일도 못하는데 많은 돈을 요구한 직원을 그 사람이 관심을 갖고 살폈다면, 그 직원이 어떤 사람인지 금새 파악했을 것이고, 만약 그 직원이 정말로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그 직원과 자신은 인연이 아닌가 보다, 하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굳이 밖에 나와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불만을 호소할 필요가 없다. 들어오자마자 나간 직원은 어떨까? 그 직원은 왜 일을 제대로 하기도 전에 나가 버렸을까? 직원도 사람이고 사람은 누구도 바보가 아니다. 치과에 들어온 순간 뭔가 분위기가 쎄한 것이, 치과 원장이 직원을 존중하지 않는다거나 과도하게 업무가 많다거나 등등. 그런데 위 사람은 그저 그런 직원을 '이상하다' 라고 단정지어 버린다. 애당초 그 직원이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을 생각하고 느꼈는지 관심 자체가 없던 거다.


진심으로 존중을 하는 것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사람 자체에 관심도 호감도 안 가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저 인연이 아니라 생각하고 가까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관심도 호감도 안 가는 사람에게 친한척 하고 잘해주는 것은 단지 이용하는 것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상대라고 그것을 모를 리가 없다.


사람을 잘보는 사람이 있고, 못보는 사람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람을 보는 눈은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이 어려운 것은 다른 이야기다. 사람을 보는 눈이 없는 사람은 대개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자기에게만 집중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들 중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그들은 의존하는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존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부족한 것을 상대를 통해 채우려고, 이용하기 위해 의존하는 것일 뿐.


사람이 어려운가? 그렇다면 사람을 존중부터 해보고 그런 생각이 다시 떠오르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존중하는 것은 무척 힘들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 일이다. 사람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자기 자신이 외로워지기도 한다. 그런데... 원래 인간은 외로운 존재라는 뻔한 말이 여기서 다시 증명되는 것 뿐이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라는 당연한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안생기고, 그러다 보니 사람이 어렵다고 느끼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간이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이며, 홀로된 자신으로서 살 자신이 없는 한 타인을 존중하며 사는 것은 죽을 때까지 불가능하다. 결국 어느 순간엔 선택을 해야 한다. 외롭게 살면서 타인을 존중하며 살 것인가,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거나 그들을 이용하고 또 자신도 이용 당하고 배신 당하며 살며 주기적으로 '아 사람이 참 어렵다' 라고 한탄하며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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