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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아본 사람이 더 잘 산다는 말

by rextoys

가끔 누군가의 그런 푸념 들어본 적 없어?


아는 사람 혹은 친구 중에, 학생 때 놀기 좋아하고 대학 때도 펑펑 놀고 사회 나가서도 즐기며 살았던 애가~ 글쎄 결혼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벌고 인생도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그러면서 열심히 살았던 자기 처지를 보며 초라하다며 눈물 글썽.


그러고 보니 그런 비슷한 소리, 살면서 많이 듣지 않았어? 공부 열심히 하고, 어른 말씀 잘 듣고, 학교에서 하란대로 살아온 성실한 사람들 보다, 연애 실컷하고 여행 디립다 하고 팽팽 놀기 좋아했던 애들이 더 잘 나가고 있더라는 어른들의 말씀들!


이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왠지 나도 당장 나가 놀아야 할 것 같지 않아? 인생을 너무 열심히 살고 있지만 별로 즐기지 못하고 있다면 더욱 그런 생각이 올라오겠지. 게다가 놀아본 사람들이 더 잘나가고 있다잖아?


그런데 사실, '놀아본 사람들이 더 잘 산다' 라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몰라. 인생에는 워낙 변수가 많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난 모습들이 어떻게 한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 세상에는 무엇인가에 몰입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사람들 중 성공한 사람들도 무척 많을 테고, 놀기만 하다가 패가망신한 사람들도 많을 테니까.


다만 여기서 '놀아본' 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는 있어. 우리는 보통 인생을 구성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놀기'와 '공부하기' '여행가기' '일하기' 등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생각하지. 그런데 어떤 사람이 수학 문제 푸는게 너무 즐거워서 수학 문제 풀이에 몰두했다고 쳐 보자구. 이 사람의 행위는 공부하기에 해당하는 걸까 놀기에 해당하는 걸까?


또 누군가는 여행을 좋아해서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해 봐. 여행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인간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달았을 수도 있지. 또한 우리와 다른 환경, 시스템 하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들을 보며 자기가 생각했던 기준이 늘 옳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가능성도 충분하고. 이런 사람이 돌아와서 직장에서 일을 한다고 해보자.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법을 그 누구보다도 더 잘 할 수도 있을 테고, 외국에서 경험했던 이색적인 삶의 모습을 떠올리며 사내에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드는데 기여할 수도 있겠지. 그런 과정에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을테고.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 여행은 공부하기에 해당하는 걸까 놀기에 해당하는 걸까?


연애를 수없이 많이 해본 사람은, 연애를 통해 자신에게 어떤 정서적 상처가 있는지, 이성을 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등을 깨달을 수 있겠지. 그러면 그 사람은 결혼하기 위해 배우자를 고를때 자신에게 잘 맞는 사람을 잘 고를 수 있을 거야. 적어도 연애 안 해 본 사람보다는 말이지. 결혼 후의 인생에서 서로 얼마나 잘 맞는지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잖아. 그렇다면 이 사람에게 연애는 더 행복한 삶을 위해 공부 했다고 봐야 하나 그냥 놀기에 불과했다고 봐야 하나?


이쯤에서 '놀아본 사람이 인생 더 잘 사는 이유' 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지 짐작이 갈거야. 우리는 우리의 행위들을 강박적으로 어떤 카테고리 안에 분류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을 뿐이라는 거지.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 직장에서 일하는 것을 제외한 다른 모든 것을 '놀기' '여행하기' 등 그저 소비하는 뉘앙스의 카테고리에 분류시켜 버린 거지. 어떤 사람이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은 그 사람에게 반드시 이득인가?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누군가는 그 시간에 다른 경험들을 하고 있을 수 있겠지.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놀기' 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는 경험들을 말이야. 그 덕분에 그 누군가는 공부만 하는 사람보다 훨씬 더 다양한 것을 익혔을 수도 있는 거야.


결과적으로 '놀아본 사람이 인생을 더 잘 산다' 는 말을 풀어내면 곧 '자기에게 맞는, 다양한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인생을 더 잘 산다' 라는 말이 될테고, 그래서 어쩌면 이 말은 진실에 가까울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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