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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Jul 01. 2023

여자와 남자 뇌의 차이 (1)

여자아이들은 인형을 좋아하고 친구들끼리 모여 재잘대며 놀기 좋아하며 남자아이들은 로보트나 공룡을 좋아하고 친구들끼리 쉽게 다툰다? 한 때 이런 생각이 문화적 편견일 뿐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무의식적으로 부모가 아들과 딸을 각각 사회적 남성, 여성의 취향을 선택하도록 유도하면서 남아와 여아가 어릴 때부터 편향된 성적 행동을 학습한다는 것. 


이제는 그런 주장이 모두 개소리라는 것이 밝혀진지 오래다. 태아는 발생 시작 후 8주가 지날 때부터 남성이냐 여성이냐에 따라, 즉 Y 염색체를 가졌는지 여부에 따라 서로 다른 뇌를 발달시키기 시작한다. 남자 아이는 테스토스테론 호르몬을 듬뿍 받으며 뇌의 '남성화'가 이루어지고, 여자 아이는 차근차근 '여성화'된 뇌를 갖게 된다.


아기때부터 여자아이는 남자아이보다 상대방의 감정에 쉽게 공감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래서 유독 여자아이는 엄마의 눈에 자기 눈을 잘 맞추고, 엄마 표정과 감정 변화에 따라 웃거나 우는 등 감정 표현을 곧잘 한다. 발생 시기 테스토스테론에 푹 절여진(?) 뇌를 갖고 태어난 남자아이는 그보다는 움직이는 모빌에 좀 더 반응을 한다든지 엄마의 눈 외 다른 것들에 관심을 갖곤 한다.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며 또래들과 조금씩 어울리기 시작할 때도 남자아이는 일찍부터 경쟁적이고 공격적인 놀이를 좋아하며 그런 놀이에 어울리는 장난감에 관심을 보인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들보다 활동적이고, 남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경향이 있어 부모가 야단을 쳐도 툭하면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정리해 둔 물건을 어지르고 또래 친구들과 금방 싸우곤 한다. 반면 여자아이는 부모나 주변 어른들의 눈치를 많이 보며 또래 친구들과 협력적인 놀이에 관심을 보인다. 자연스레 친구들과 취향을 공유 하며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장난감에 더 큰 관심을 보이게 된다.


흔히 '스트레스'에 대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몸 속에서 투쟁 혹은 도피 반응이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남녀 차이와 관련된 연구가 진행될수록, 여자에겐 '투쟁 도피' 보다는 상대에 대한 협력, 사회적 유대를 증진시키는 반응이 더 우세하게 나타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과거 원시시대 시절부터 가족 공동체를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과 협력 관계를 맺으며 지내는 것이 자신이 키우는 아이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주었을 것이다. 그런 성향의 유전자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에 의해 잘 발현되도록 진화했을 것이고, 이로 인해 현대의 여성들 역시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높은 협력과 공감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나이가 들어 사춘기를 지나며 남녀는 각각 또 한 차례의 테스토스테론 / 에스트로겐 홍수를 맞이하게 되고, 이로 인해 남녀의 뇌는 다시 한 번 남성의 뇌, 여성의 뇌로 분화를 시작한다. 흔히 알려진대로, 남성은 일 분마다 성적인 생각을 하는데 비해 여성은 하루에 한 두 번에 그치는 것 역시 성호르몬 차이의 결과다. 연인 사이에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 오해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이론들이 나와 있어 거의 상식이 된 바 있어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겠다.


흔히 남자는 자신의 유전자를 뿌리는(?) 존재라 바람을 피는 성향이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여자 역시 스스로와 아이의 이익을 위해 바람을 피워야 할 매우 강력한 동인을 갖고 있다. 이를테면 여자들은 배란기때가 되면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면서 보다 잘생기고 대칭적인 외모의 남자와 '성적 일탈'을 꿈꾸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한다. '보다 잘 나가는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낳기 위해.. 반면 한 남자와 사랑이 깊어지거나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게 되면 쾌감을 일으키는 도파민 호르몬의 분비량이 줄어들고 평안함과 안정을 추구하게 만드는 옥시토신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는데.. 그 결과 한 남자에 대한 애착이 깊어지게 된다. 


결국 호르몬 분비 시기의 기간 차이에 따라 남녀의 바람 행동이 달라지는 것 뿐이다. 남자는 상대적으로 바람 행동을 유발하는 호르몬 상태가 여자보다 더 길고, 여자들은 바람 행동을 유발하는 시기가 드문 드문 있는 것이 차이라는 소리다. 많은 여성들은 그래서 '안정적이고 자원 조달을 잘 하는 편안한 남자' 와 '잘생기고 대칭적인 몸을 가진 남자' 둘 모두를 (들키지 않고) 주기적으로 파트너로 삼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는다. 물론 남자들은 늘 새로운 여자를...?


남자와 여자가 과연 일부일처 성향이 어울리는가? 이것은 사람에 따라 너무나 차이가 커서 일률적으로 말하기가 어렵다. 곤충이나 동물들의 성생활을 보면 일부일처를 유지하는 종은 거의 없으며.. 수컷과 암컷은 각자의 이익과 태어날 새끼들의 이익을 위해 서로를 끊임없이 속이는 전략을 구사한다. 인간종 역시 진화하면서 서로 수많은 성적 전략을 갖추고 때로 수정하고 발전시키면서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고.. 어쩌면 일부일처에 어울리는 남 녀 자체가 그리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다만 뇌 호르몬의 측면에서 보자면 남자는 바소프레신을 받아들이는 수용기, 여자는 옥시토신을 받아들이는 수용기가 많을수록 가정에 충실하고 바람을 피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는 한다. 


중요한 건 이 모든 남녀 차이는 어디까지나 일반론적인 이야기라는 거다.


개개인은 유전적 구성부터 각자가 지닌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 성장 환경도 서로 무척 다르다. 지구상에 단 한 쌍도 서로 같은 사람이 존재할 수 없을 만큼. 남자들 중에도 남성 호르몬이 별로 없는 사람부터 과하게 많은 사람까지 수많은 스펙트럼이 존재할 것이고, 여자들 역시 각자가 서로 다양한 에스트로겐 농도 스펙트럼을 가질 것이다. 그 뿐 아니라 단순히 성호르몬 차이로 설명할 수 없는 다른 수많은 유전적 요인들과 환경적 요인들이 있으며... 그 모든 것을 밝혀내는 날은 인류의 멸망 전까지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 날 까지도 지구상엔 그 전날의 사람들과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태어날테니까...


남녀의 차이를 너무 구별지어 차별의 근거로 삼는 것도 문제지만, 남녀를 완전히 똑같은 존재로 보는 것 역시 우스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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