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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Jul 01. 2023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누구나 살다보면 서로 이해하기 힘든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내가 보기엔 잘못된 행동을 누군가는 서슴 없이 하고, 나에겐 당연한 행동인데 누군가에게 크게 잘못된 행동이라고 지적받기도 한다. 이는 우선 가치관, 성격, 타고난 자신만의 생존 무기, 자라온 환경 등 서로 여러 면에서 타고난 것들이 다르다는 점을 그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런 경우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그 어떤 시도도 의미가 없기 때문에, 그냥 그런갑다 하고 받아들이는 것만이 최선이다.


그나마 조금 생각해볼 여지가 있는 경우는 분명 평소에 내가 잘 이해하고 있거나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 나와 다른 이해관계에 속하게 되는 경우다. 내가 알았던 그 사람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조금 다른 상황일 뿐인데 어떻게 저렇게 완벽히 낯선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놀랄 때도 있다. 


헌데 이것 역시 우리 뇌의 보상 회로와 적응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다. 학문적인 이야기를 굳이 꺼내지 않아도, 이미 모든 사람들은 여기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사랑에 푹 빠진 친구가 옆에서 보기에 어이가 없을 정도로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때론 멍청한 짓까지 하는 경우다. 자기 자식이 그렇게 왠 남자/여자에게 휘둘려 다니는 걸 보는 부모라면 속터지는 정도를 넘어 배신감마저 느낄 수 있다. 아니 잠깐, 알고 보면 우리들 모두 그런 경험이 있잖은가. 물론 시간이 지나면 자기가 왜 그랬는지 어이 없어하겠지만. 


그런 급격한 변화가 모두 우리 몸 속 성호르몬 분비에 의한 것임을 이제 우리는 모두 안다. 사랑에 빠진 나와 권태기에 접어든 내가 '생물화학적으로' 완전히 다른 존재라는 것도, 생물과 화학을 굳이 몰라도 우리는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과거의 우리를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다른 사랑에 빠지면 다시 그렇게 멍청한 사람으로 변해버리게 되고..그러면 그 때부터는 권태기에 머물렀던 과거의 나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을 이해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다만 겉보기에 달라진 것이 전혀 없기에 쉽게 납득이 어려울 뿐이다. 그렇게 윗사람을 욕하면서도 승진해서 본인이 윗사람이 되면 바로 그 욕했던 윗사람의 모습으로 변하곤 한다. 그 사람은 무슨 타락했거나 꼰대가 된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자리가 제공하는 새로운 보상체계에 길들여지게 된 것 뿐이다. 그 보상체계는 사랑에 빠질 때만큼은 아니더라도 분명 아랫자리에 있을 때보다는 더 강렬한 쾌감 호르몬이 분비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아랫자리에 있을때와 보상이 나오는 상황 자체가 개편된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새롭게 바뀐 보상체계를 거부하고자 노력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아랫사람일때 받았던 굴욕과 스트레스를 떠올리며 자기는 윗사람이 되면 절대 그렇게 안하겠다고 다짐하는 사람. 실제로 그런 사람은 윗자리에 올라서도 어느 정도는 그 다짐을 실천한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처음 생각했던 그 수준만큼 그 다짐을 실천할 수는 없다. 윗자리에 올라서면 보상체계도 변하지만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을 주는 요인도 바뀌는데, 이 둘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윗자리에서 받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을 견디기 위해선 그 자리에 제공되는 보상이 꼭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보상마저 거부하고 새로운 종류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압박을 견디려는 노력을 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그런 사람들을 바로 우리는 '수행자' '위대한 인품을 가진 사람' 등등으로 부른다. 대다수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인생 대부분의 기간동안 만나는 사람들은 바로 이 대다수 평범한 사람들이다. 물론 자기 자신을 포함해서.


특정 이익집단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경우 이해할 수 없는 요상한 행동을 더 자주 관찰할 수 있다. 자기 정당 소속 사람들의 모든 생각과 행동을 두둔하는 정치인, 정부가 무조건 잘못됐고 자신들은 정직하고 윤리적이라고 강조하는 의료 단체인들, 특정 학파나 계파에 속해 자신의 파벌들을 무조건적으로 두둔하는 사람들..각 이익집단에 속해 있으면서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꿔 말하면 그 사람은 그 이익집단에 명함만 걸려 있을 뿐 진심으로 그 조직원이 되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해당 이익집단이 제공하는 보상체계에 길들여지지 않았거나 길들여질 수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시간이 지나면 그런 사람들은 결국 그 이익집단에서 점점 외부인이 되어간다. 해당 조직은 그 조직의 보상체계를 온전히 받아들인 사람들에 의해 더욱 결속력과 영향력, 생존력을 키울 수 있다. 외부인들까지 유지하는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알고보면, 모두 각자의 보상체계 안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다. 누군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그냥 서로 다른 보상체계 속에서 살고 있다고 간주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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