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아닌 어느 시대에 태어났든 평범한 보통 사람으로 태어날 운명이었다고 가정하면, 누구에게나 인생은 전쟁이다. 20세기 중반 이전 평범한 사람들은 모두 하루하루 먹고 사는것도 힘들었다. 사람들은 늘 전쟁의 위협, 도적과 강도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고, 국가 권력을 잡은 관리들에게 평범한 서민들은 수탈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20세기 중반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독재정권이 들어섰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별로 불만이 없었다. 그만큼 그 이전 시대들 모두 정치환경이 최악이었으니까.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살게된 오늘날, 여전히 인생이 전쟁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배가 불렀다든가, 비교의식이 팽배해서 그렇다는둥, 욕심이 많아져서 그렇다는 식의 겉핥기식 원인 분석은 아무 의미가 없다. 좀 더 본질적인 이유가 내재되어 있는것 같다.
나는, 삶을 전쟁으로 인식하고 늘 끊임없이 대비하며 살았던 조상들의 유전자가 적자생존에 성공해서라고 생각한다. 조그만 사건에도 가슴 졸이고, 타인의 적대적인 태도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남과 비교하며 좌절하고, 조금 일이 안풀린다고 온세상이 무너질 것처럼 감정이 요동치는 성향이..생존과 번식을 위한 더 많은 자원을 획득하고 자연 재난과 인간이 만든 재앙에 대처하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되었다는 의미다.
맘 편하게 인생을 즐기기 쉽지 않은 것은 그래서 잘못된 반응이 아니다. 느긋하게 살지 못한다 해서 스스로를 자책할 필요가 없다. 인생을 힘겹게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가 지금 생존할 수 있게된 가장 강력한 근거나 다름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