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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Jul 11. 2023

사람을 갈아 넣어 이룩한 경제의 한계

요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계에서 젊은 신입들을 구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은 예전 세대들과 달리 힘든 일,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일을 굳이 참으면서까지 할 필요성을 못느끼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가 이룬 부에 기대 살 수 있는 여유가 있어서이기도 하지만, 보다 큰 관점에서 보면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사람을 갈아 넣어 이룩한 경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젊은 세대의 경향은 시대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일 뿐이다.


한국만큼 살기에 편리하고 가성비 좋은 나라가 없다. 쿠팡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도착하거나 길게 잡아도 하루 이틀내에는 도착한다. 동사무소나 구청에 가서 민원을 넣으면 거의 대부분 한 시간 이내에 처리가 끝난다. 의료비는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반면 의료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거의 모든 물건들을 배송료만 내면 인터넷으로 주문 받아볼 수 있을만큼 온라인 쇼핑몰이 발달했고, 배달 음식 주문은 어디든 1시간을 넘지 않는다.


집수리 비용도 저렴하고, 전자제품들의 경우에도 A/S 시스템이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저렴하고 확실하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제품들 대부분이 1인당 GDP가 비슷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한국은 심지어 영화나 드라마 제작비조차 적게 든다. 넷플릭스 드라마나 영화관 영화들이 전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알고보면 제작비 가성비가 세계 최고 수준이다. 과학 기술도 비슷한 사정이라, 한국의 과학 기술은 투입된 연구비 대비로 치면 세계 최강의 가성비를 자랑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사람을 갈아 넣어 경제를 효율적으로 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덕분에 사는 것은 편리해졌지만, 그만큼 삶도 고단해졌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효율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의 경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술과 유흥, 과소비와 해외여행으로 풀어야만 한다. 노동 강도가 높다보니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에서도 스트레스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국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반도체 역시 사람을 갈아 넣어 만든 기술이다. 심지어 K-POP 가수 역시 연습생들을 갈아 넣어 만든 프로젝트 그룹이다. 효율적으로 사람을 갈아 넣어 생산성을 뽑아내는 기술이야말로 대한민국이 가진 세계적인 특허기술이 아닐까 싶다. 물론 그 특허는 누구도 복제하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세계 1위의 자살율, 세계 최저의 저출산율..사람을 갈아 넣어 이룩한 경제가 시대의 변화 앞에 그 한계를 드러낸 상징적인 지표라고 본다. 갈아 넣었긴 한데 그렇게 만들어진 부의 상당분이 땅 값에 묶여있는 어이 없는 상황도 추가..


자원도 없고 지정학적 위치도 불리하고 땅도 좁은 나라에서 고학력 저학력 할 것 없이 모두를 갈아 넣어 쌓아올린 한국 경제의 현재. 이미 현실화가 시작된 AI 기술은 과연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이 될까 아니면 우리의 사람 갈아넣기 플랫폼과 대대적인 충돌을 일으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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