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 페이스북, 유튜브에는 화려한 인생이 가득하다. 자신의 일상을 잔뜩 꾸민 사진과 영상을 올린 게시자들의 욕망, 스스로에 대한 불만으로 어딘가에 있을 화려한 인생을 찾는 독자들의 욕망이 만나는 공간이 바로 소셜 미디어다. 이 둘의 욕망은 소셜 미디어 속의 인생을 정말로 실재하는 '화려한 인생'으로 조작한다.
그런데 과연 화려한 인생은 가능한가? 인간의 쾌감/행복 중추는 쉽게 무뎌지는 속성을 지녔기 때문에 그 어떤 강렬한 쾌감과 행복도 시간이 지나면 곧 지루한 감정으로 대체된다. 자신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모든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들 역시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기 마련이다. 매력적인 사람들과 늘 함께하는 것처럼 보이는 인생은 어떤가? 인간은 누구나 주인공으로 살고 싶어하는 존재이자, 다른 누군가가 주인공이 되는 것을 가만 두지 않는 존재다. 자신의 화려한 인생을 유지해줄 그 매력적인 사람들은 어느샌가 각자의 길을 찾아 떠나거나, 이상하게도 자신을 견제하고 공격하는 사람들로 변해 버린다.
그럼에도 과연 소셜 미디어 속 사진과 영상의 느낌과 유사한 인생은 가능한가? 물론 누구나 잠깐의 시간 동안 그런 삶의 단편을 맛볼 수 있지만 - 기념일 파티, 해외 여행, 발표회 등등 - 그런 인생이 지속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인생은 알고보면 지극히 고독하고, 비밀스럽고, 한편으로 외로운 감정의 무대 위에 진행되는 연극이 아닌지.
대단한 인생, 화려한 인생인줄 알았더니 보통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생이라고 밝혀진 경우도 많다. 신비주의에 가려져 팬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옛 유명 연예인과 가수들이 심리 상담 프로에 나와 별로 행복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을 고백한다. 국가와 사회, 혹은 어떤 위대한 가치를 위해 일한다고 알려진 대단한 직업들이 알고보니 그냥 일반 직장인이 돈 벌러 일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드러나 버렸다. 명예, 보람, 정서적 즐거움 등 비물질적 가치들이 사라지는 시대가 되면서 모든 것이 돈을 중심으로 단순하게 평가받고 있다.
예전에는 명예, 인정, 공동체와 국가의 발전 등등 비물질적 가치들이 값지게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그런 가치들의 생명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어떤 사명감, 자부심을 갖기 힘들고, 명예로운 일을 한다고 누군가의 존경을 바라기도 쉽지 않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비물질적 가치는 만족스러운 인생을 위한 필수 요소였지만, 이제 그런 가치들은 점점 사람들의 추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알고보면 개인이 느끼는 자기 인생의 현실은 자기 자신만이 안다. 깊은 산 골 허름한 오두막에 앉아 글을 짓는 사람은 자기가 지은 이야기 속의 주인공이 되어 매일 매일 영화같은 세상을 체험하고 있을지 모른다. 중심가 거대한 빌딩의 고층 건물에 앉아 사람들을 지시하는 일을 하는 사업가는 하루하루 추락해가는 회사의 매출 그래프를 보며 마음 속에서 지옥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매일 변화 없이 직장과 집을 오가는 사람은 직장에선 스트레스를 받다가도 집에 오면 아이들 웃음 소리에 다시 없을 행복감을 누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의 뇌는 즐거움과 고통을 느끼는 지점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게 만들어져 있다. 그래서 남에게 즐거운 인생이 나에게는 고통일 수 있고, 그 반대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의 부모 조차도 나의 뇌 속 행복 회로와 고통 회로가 어떤지 절대로 알 수 없다. 내가 내 자식의 뇌 속 회로를 절대 알 수 없는 것은 물론이다. 자신의 현실은 자신만이 알 수 있고 그 현실을 어떻게 구성할지 역시 고독하게 홀로 결정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