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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ug 06. 2023

조직과 기회주의자

분야에 상관 없이 직장 조직 관련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신기할 정도로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나같이 조직 시스템은 체계적이지 않다는 것, 꼭 약강강약 기회주의자들이 있고, 그들이 중간 관리층으로 무척 빨리 승진해서 포진해 있다는 것, 유능한 실무진들을 나가게 만드는 시스템이 작동한다는 것, 조직의 장기적인 발전(?)을 저해하는 사람들이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 등등..


처음에는 세상이 부조리하다 / 윗사람들이 잘못하는 거다 등등의 생각을 하게 되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뀐다. 그냥 사회진화론적 관점에서, 조직의 생존을 위해 그게 최선 아닐까 하고.


혁신을 하고 비용을 줄이고 능력이 우대받는 조직이 승승장구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지만, 그리고 조직의 대표조차 그걸 강조하지만, 이상하게 조직 구성원들은 거꾸로 가는 것 같다. 그리고.. 알고보면 거기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조직이 승승장구하는 행동, 즉 발전적인 움직임엔 리스크가 따른다는 것, 그 리스크를 감수하고서 조직을 개혁했을 경우 물론 성공 가능성도 있지만 조직 자체가 큰 피해를 입을 확률도 높다는 것, 그리고 결국 리스크를 감당하기 싫어하는 것은, 애초에 그런 개혁을 강조했던 조직의 대표라는 것..


그럼 조직 대표가 문제인가? 그런데 더 위로 올라가보면 새로운 그림이 보인다. 그냥 해당 분야의 시장 자체가.. 다른 모든 조직들이 그런 상태로 서로 각자의 영역을 안정적으로 지킨 상태로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 그래서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개혁을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움직인다는 것.. 그럼 그렇게 현상 유지에 만족하는 각 조직의 대표들 모두가 싸그리 문제인가?


그런데 더 더 위로 올라가보면 또 새로운 그림이 보인다... 우리나라 역사를 볼 때.. 과거부터 지금까지 해당 분야에서 그 누구도 개혁을 해서 성공한 케이스가 거의 없다는 것.. 실패 케이스가 더 많았다는 것... 그 정도에서 아 수긍을 하게 되지만, 누군가는 더 파고들어 더 위로 올라가본다. 그러면 또다시 새로운 그림이 보인다..


한국의 역사,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가.. 리스크를 걸기보다 지금 있는 거라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기 위해 웅크리고 있을 때 더 생존 가능성이 높다는 것..


우리나라의 유수의 대기업들, 공기업들이 뭔가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것은 그냥 대한민국이란 거대 조직의 생존을 위한 사회적 전략의 최적화 결과일지 모른다.


어떤 조직에 들어갔는데 기회주의자가 많다... 그러면 그 조직은 기회주의자들을 더 필요로 하는 곳이고.. 거기에 내 자리는 없을 수도 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한들...


학계의 경우, 어떤 분야는 대학원생들끼리 사이가 무척 안좋고 정치판이 벌어진다. 알고보면 그런 곳은 교수의 학계 파워가 엄청 세고.. 모두의 협업이 있어야 논문이 나오는 곳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자리도 많이 나오고, 잘나가는 분야이기도 하다. 또 어떤 분야는 교수와 대학원생 모두 순수 그 자체다.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다. 그리고 알고보면 그런 곳은 교수가 학계에 아무런 영향력도 없고, 연구는 개인이 알아서 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 사회에서 별로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도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자리도 별로 없고 개인이 알아서 해나가야 한다.. 그러니 대학원 분위기는 좋을 수밖에.


어떤 기업에서는, 기회주의자 성향의 임원이 유능한 실무진들을 닦달해서 성과를 낸다. 그리고 그 성과를 가로챈다. 그 사이에 낀 어떤 과장 / 부장이 마음을 먹는다. '나는 기회주의자 임원처럼 행동 안하겠어. 나만의 철학을 갖고, 능력주의로 가겠으~' 그렇게 원칙을 세워 일을 하기 시작한다. 시간이 흐르면, 그 과장 부장은 어느새 위 아래 모두에서 오는 일감을 떠안고 아무런 보상 없이 과로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제서야 깨닫는다. '아.. 그냥 조직 구조가 그렇게 최적화되어 있는 거였구나'


그 과장/부장은 에이 더럽다 하고 조직을 때려치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업을 하기로 한다. 사업체를 세운다. 그리고 '나는 능력주의로 가겠으. 기회주의자 배격하겠으. 모두가 다니고 싶어하는 직장을 만들겠으' 그의 명성을 듣고 많은 인재들이 찾아온다. 그리고 그 회사엔 정말로 기회주의자도 없고, 얼마 안가 그 회사는 정말로 모두가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었다! 능력주의라 해서 유능한 인재들이 계속 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돈이 안벌린다... 그리고 사업체 대표가 이상하게 일을 겁나 많이 한다. 아니, 알고보니 다들 버는 돈에 비해 일을 별로 안해도 되서 모두가 다니고 싶어하는 회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 회사를 가장 다니기 싫은 사람은 결국 그 대표 뿐이었다..


그 대표가 조사해보니..그 대표가 사업을 벌인 그 시장 자체가, 그런 식의 자기철학을 갖고 운영할 만한 곳이 아니었다. 한마디로 시장 자체가 개판같은 정글이었던 것. 그 정글 속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역시나, 자기가 그만두고 나왔던 그 ㅈ같은 조직같이 운영해야 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어라? 그럼 그 유능한 직원들은 뭐지? 그 유능한 직원들은... 실은 일은 잘하지만 이 '개판같은 정글'의 산업의 분위기에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이었던 거시다..


무물론 내가 조직을 바꾸겠다! 조직을 개혁해서 더 나은 조직으로 만들겠다! 라는 사명을 갖고 열심히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시간이 지나면서 조직이 조금씩 변할 수도 있다...그런데 너무 오래 걸리는 게 문제일 뿐.


이렇게 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다들 깨닫는다. 아.. 그냥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냥 이 사회의 조직 구조를 만드는 인센티브가 그렇게 설정이 되어 있는 거구나. 그건 이 나라의 역사와 문화와 밀접한 거라.. 쉽게 바뀌긴 어렵겠구나. 그냥 다녀야겠다....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 등의 유수의 기업들을 다니다 온 친구들의 말을 듣는다...아 역시 미국 유럽은 달라... 어? 근데.. 거기 조직도 어느 정도 문제가 있네? 우리와는 또다른...


그냥 어쩌면 인간의 한계인가부다 하고 결론을 내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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