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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내맘대로 Aug 06. 2023

한국 사회 : 지나고 보니 이해 되는 점들

분명 한국 사회가 개인의 입장에서 매우 불합리하고, 불공정하며, 비이성적인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물질적으로는 나아지고 있는데 정신적으로는 점점 쇠퇴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럼 다른 선진국들은 괜찮냐, 하면 그건 절대 아니다. 그리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은, 알고보면 전부 이해되는 측면도 많다. 


지하자원도 없고, 오로지 머리에 든 걸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 나라다. 반경 수백km 내에 전세계 국방력 2,3,4위 국가들이 둘러싸고 있고, 툭하면 핵미사일을 쏴서 가루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전세계의 가장 비이성적인 나라인 북한과 맞대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선 수출을 해야 하는데, 자원이 없으니 중간재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어 생산품의 마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과학 기술 역사가 짧기 때문에 이렇다할 원천기술도 없다. 그러나 경제 성장은 지속되어야 하는데, 경제 성장이 멈춘 순간 국방비에 쏟아부을 돈이 줄어들고 이는 곧 안보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주변에 세계 국방력 2,3,4위 국가들과 북한이 있다...


어느 조직이든, 그 조직의 문화와 구성원들의 행동은 그 조직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말은, 몇몇 소수의 지배자의 행동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말로 해석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윗물도 그 조직의 생존과 깊은 관련이 있다. 즉, 조직이 생존하기 위해 적합한 조직 문화와 체계가 있다면, 그에 맞는 리더가 자연스레 그 자리를 맡게 된다는 의미다. 만약 그 리더가 그 조직의 생존에 방해가 된다면, 결국 언젠가는 그 조직이 무너지거나 그 리더는 조직으로부터 축출당하게 된다. 


이 말은, 지금 한국 사회의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은 한국이란 국가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국가 내부는 평화로워 보이지만, 밖에서 볼 때 한국은 강대국들과 깡패국 사이에 끼어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의 국방력이 약해지고 미국과의 동맹에서 벗어나면, 그 순간 우크라이나처럼 언제 침략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바깥 상황이 이렇게 ㅈ같은데 과연 한국 사회의 정치,경제,문화가 ㅈ같은 부분이 없을 수 있을까? 이 정도면 굉장히 양호한 상황이다. 오히려 한국인들이 그만큼 똑똑하니 이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칭찬받을 일이다. 


문제는 그래서 앞으로도 우리가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문제점' 들은 나아질 가능성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은 앞으로도 돈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국가로 남을 것이다. 어디서 조사를 해봤는데, 한국 포함 주요 선진국들 사람들에게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를 물었더니 다른 나라들은 가족, 사랑, 명예, 인간관계 등등 다양한 것을 꼽았는데 오직 한 나라, 우리 나라만 '돈'을 가장 많이 꼽았다고 한다. 한국은 앞으로도 그럴텐데, 이는 한국의 지정학적 상황은 앞으로도 변함 없기 때문이다. 


그런 고로 우리나라에서 예술이나 기초학문 등 돈이 안되는 분야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다. 그냥 없다고 보면 된다. 모든 예술과 학문 중 결국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투자만 이루어지게 될거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결국 돈되는 쪽으로 엮을 길을 찾는 것이 최선이다. 진정한 예술과 학문을 하려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가는 것이 좋다. 괜히 한국에서 왜 돈 되는 것에만 투자 하냐 칭얼대며 한국과 다른 미국, 유럽을 비교하지 말자. 꼴사나울 뿐이다. 


몇몇 돈되는 문화 컨텐츠 산업 관련된 처우도 마찬가지다. 웹툰 작가, k-pop, 드라마나 영화 분야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우와 보상 문제가 오래전부터 이슈가 되어왔다. 물론 그동안 큰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문제가 많다고 하는데, 아마 끝까지 선진국 수준을 기대하긴 어려울 거다.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여러 현타가 오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왜 직장 상사들 중 놀고 먹는 사람이 있을까, 왜 남을 괴롭히기만 하는 저 상사가 승진을 제일 빨리 하고 가장 많은 돈을 벌까, 왜 위에선 책임을 안지고 아래로만 책임이 내려올까..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좋지만, 그 순간 '아 맞다, 한국은 그런 사회지..' 하고 수긍하면 된다. 국가 생존을 위한 이런 조직 문화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의 조직 문화는 전부 한국 사회에 최적화된 형태이기도 하다. 조직은 개인보다 훨씬 더 똑똑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조직의 작동 원리에 의구심이 든다면, 그냥 그 조직을 떠나는 편이 낫다. 그 조직은 그렇게 살아남아온 조직이니까. 


비인간적인 입시 교육? 안바뀐다. 세세하게 설명하기 귀찮지만, 지금과 같은 교육체제가 유지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있고, 그 이유는 결국 한반도의 생존과 관련되어 있다. 그러니 이런 입시 지옥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그냥 아이는 다른 나라에서 교육시키는 것이 낫다. 이 나라는 안 바뀐다. 안 바뀌는 이유는 다시 말하지만 다들 몰라서가 아니다. 이 나라에 유학파 출신들, 외국 살다 온 사람들 부지기수로 많다. 그냥 한국 교육은 지금이 최적화된 형태라고 보면 된다. 


티비를 보다보면 정치인들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고,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아 개인 뒷돈을 챙겨온 것을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고위직과 정치인들은 국가 정보에 대한 접근이 있어야만 가능한 땅투기에 열올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그거.. 어쩔 수 없다. 아무리 감시 기구를 만들고 정권을 바꾸고 해도 안 바뀐다. 한국 사회에서 노력 대비 가장 이문이 남는 장사가 국가를 수익 모델로 삼아 빨대로 수익을 빨아먹는 사업이다. 


현재 의료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자. 의료계는 국가가 건강 보험으로 수입을 챙겨주는 영역이자 국가 공권력으로 면허를 제한하는 독점 사업 영역이다.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각종 공공기관과 공기업은? 역시 국가 돈으로 운영하는 사업체다. 일부 대기업? 국가가 발벗고 나서서 수출길 열어주는 사업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좋지 않은 직장으로 알려진 거의 모든 직장들 -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들 - 은 국가 돈 슈킹과 상관이 없이 자력으로 생존하는 구조다. 이같은 상황 역시 앞으로도 변하지 않는다. 

정리하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잘 사는 방법은,


입시 교육에 최적화된 공부를 잘해서, 어떻게든 국가 재정에 빨대 꽂아 빨아먹는 업무와 관련된 직종에서 일하면서, 책임은 가급적 회피하거나 다른 곳에 미루고, 가급적 단기적으로 돈되는 일 혹은 재테크를 알아보며 사는 것이다. 


그리고 이미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 주변에 꽤 있을지 모른다. 그동안 그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며 살았는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알고보면 한국 사회에서의 최적화된 생존 전략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딱 저대로 살면, 우리 사회에 살면서 더이상 불평 불만을 할 이유가 없다. 저 조건에서 하나씩 빠질수록, 그로 인해 감안해야 할 불편한 점들, 불만이 생길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구나, 하고 받아들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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