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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extoys
ChatGPT Image 2025년 4월 13일 오후 08_54_27.png


지난 글 1~4 에서는 식욕과 우리 몸이 살 찌는 원리에 대해 자세히 살펴 보았습니다. 이 원리는 현재까지 이루어진 수없이 많은 연구들의 요약이며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연구가 더 진행되어 미래에는 지금의 결론과 달라진 부분이 나타날 수도 있겠죠. 현재까지 이루어진 연구들을 종합해 볼 때 내릴 수 있는 결론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실은 우리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기도 하죠. 성공적인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아, 그 전에 먼저 애초에 '성공적인' 의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래에서 살펴 보겠지만, 단기간에 살을 빼서 단기간에 수행할 과업이 있다면 - 예를 들어 결혼 사진이나 프로필 사진을 서둘러 찍어야 한다든지, 방송 촬영이나 스포츠 체급 관리를 위해, 기타 여러 이유로 단기간 살을 빼야 한다? 그러면 다양한 종류의 비만약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또한 병적 상태의 비만이나 폭식증이 있다? 정신과 약 처방 및 필요하면 역시 아래에 설명할 수술적 방법이 더 확실할 수 있습니다.


즉 여기서 말한 '성공적인 다이어트'의 의미는, 오랜 시간 혹은 거의 평생 가져갈 수 있는 건강한 식습관을 뜻하며, 이는 한마디로 단기간만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제외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 입니다. 이를테면 지중해식 식단이라든가 앳킨스 다이어트는, 실제로 효과가 있고 꽤 좋습니다. 그러나 지킬 수 없다는 것이 문제겠죠. 특히 우리나라처럼 자극적으로 맛있는 다양한 음식들이 넘치는 곳에선 말입니다. 두 끼든 세 끼든 샐러드에 닭가슴살과 달걀만 먹고 모든 고기는 삶아서 기름을 쪽 빼고 먹는다면 살도 안빠질 수가 없고 건강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겠죠. 하지만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동안의 내용 중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배고프거나 기운이 없다고 몸에 저장 에너지가 부족한 것은 아니며, 현대를 사는 우리들은 저장 에너지가 부족할 수가 없다.

즉 습관을 잘 들이면 뭘 먹지 않은 시간에도 우리 몸이 저장 영양분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도록 만들 수 있다.

몸 속 에너지 대사는 매우 복잡한 시스템 하에 균형 있게 조절되고 있으며, 이 균형을 깨뜨리는 것 자체가 과잉 식욕과 과체중, 비만을 야기한다.

몸 속 에너지 대사엔 뇌 속 여러가지 보상 회로, 장내 미생물 구성, 체내 다양한 호르몬과 염증 상태 등 여러가지가 관여하며, 결과적으로 이들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 - 즉 건강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가장 좋은 다이어트 방법이다.

다시 말해 건강을 해치는, 즉 에너지 대사의 균형을 깨뜨리는 모든 다이어트는 반드시 요요 현상 뿐 아니라 과잉 식욕과 과체중, 비만을 야기하게 된다.

장기간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 체내 호르몬 대사에 문제를 일으켜 에너지 대사의 균형을 쉽게 무너뜨릴 수 있다.

우울과 불안등 정신적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을 경우 자연스레 음식으로 풀고자 하는 욕구가 커진다.

식사로 인한 체중 관리에서 가장 중요하게 인식해야 할 부분은 '인슐린 저항성' 과 '장내 건강한 미생물 관리' 이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로. 자극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포기하지 못한다.


결국 이 내용들을 종합해 볼 때, 가장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다이어트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를 외우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1) 간헐적 단식

2) 야채 많이

3) 정제당은 식사 시간 내에만


그동안 비만 해소를 위한 수없이 많은 방법론이 개발되고 시도되었으며 각각의 효과들이 평가된 바 있습니다. 이를테면 생활 방식이나 규칙적인 운동을 6개월~2년 가까이 코칭하는 방법, 칼로리 제한법으로 먹는 칼로리보다 운동 등으로 쓰는 칼로리가 더 커지도록 하는 방법, 다양한 방식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방법 등을 시행 후 그 효과를 평가했죠. 모두 다 어느 정도는 체중 감소 효과가 있었지만, 결국 다시 복구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칼로리 제한법 같은 경우는 우선 이론적으로 맞지 않습니다. 살이 찌는 원리는 단순히 칼로리를 더하고 빼는 원리 보다는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과잉 분비된 인슐린이 계속해서 식욕을 촉구하고 몸 속에 들어온 탄수화물과 지방을 지방 세포에 과잉으로 밀어넣는 것과 관련이 깊습니다. 산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 아니라는 의미 입니다. 강도 높은 운동의 경우는 결국 시간이 갈수록 더더욱 허기지게 만들어 더 많은 식사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데, 이 때 억지로 식사를 참는 경우 스트레스가 증가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자극적 음식 욕구만 더 커져버립니다. 자연스레 더더욱 살이 찌기 쉬운 자극적 음식에 탐닉하게 되죠. 물론 성공적으로 강도 높은 운동을 아예 일상 습관으로 만들어버린 경우라면 근육도 생기고 몸도 건강해지니 그 때부턴 당연히 다이어트니 비만이니 하는 문제는 남 이야기가 되겠죠.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것은 '살을 빼기 위해 억지로 운동을 하는 경우' 를 뜻하며 실제로 헬스장에 갔다가 평생 헬스장의 충성 고객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을 겁니다.


그런데 한 가지 매우 지속적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보인 방법이 하나 있으니 그것이 바로 '간헐적 단식' 입니다. 우선 단식은 고대부터 지금까지 여러 종교적 의식으로 사용되어온 방법이며 실은 인간의 몸 자체가 어느 정도 단식을 해야 건강하도록 최적화되어 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지난 수십년을 제외하면 인류는 늘 자주 굶주리며 살았고, 농업 혁명이 일어나기 전 수십 만 년동안 식사는 늘 불규칙했죠. 규칙적으로 먹어야만 생존에 유리한 인류종은 수십만 년의 역사 기간 동안 사라지고 불규칙적으로, 즉 가끔 먹고 가끔 단식할 때 가장 에너지 효율이 좋도록 몸의 원리가 바뀐 인류종들이 살아남아 현재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가설 하에 비로소 칼로리 제한법이 효과가 없는 이유, 인슐린 저항성에 의해 살이 찌는 기전이 있는 이유가 설명 됩니다.


고대 그리스 격언엔 '굶으면 인지 능력이 향상된다' 는 말이 있으며 독성학을 만든 필립 파라셀수스는 굶는게 최고의 치료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히포크라테스는 아플 때 먹는 건 질병을 먹이는 행위라고 했으며 '영웅전'을 쓴 플루타크는 약을 쓰기보다 오늘 굶는 게 낫다는 말을 남겼죠. 과거에도 사람들이 단식이 유익하다는 것을 관찰한 근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늘날에 와서는 삼 시 세 끼를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는 알 수 없는 신화에 길들여져 (그만큼 음식이 넘쳐 나기도 하지만) 단식의 효과를 도통 알 수가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가끔 단식을 시도한 정치인들은 알았을까요?


진화적인 이유 외에, 실제로 여러 연구들을 통해 간헐적 단식은 그 효과를 인정받아왔습니다. 간헐적 단식은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다음의 방법들이 알려져 있습니다.


1. 이틀에 하루동안 완전히 굶는 법

2. 1주일에 2일을 아예 굶고 나머지 일 수 중 2일간은 저칼로리 음식을 먹는 법

3. 매일 24시간 중 6시간 이내에만 먹고 나머지 시간에 굶는 법

4. 아침과 점심만 먹고 쭉 굶는 법


이러한 방법들은 체계적인 과학적 원리에 의한 것이라기 보다는 경험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이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침과 점심만 먹을 수도 있지만 또 누군가는 점심과 저녁만 먹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일단 먹는 시간 외의 시간 동안엔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당분이나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이 들어간 그 어떤 음식도 먹지 않으며 오로지 물 혹은 쓴 맛의 커피, 차만을 마셔야 한다는 것,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 가급적 저녁 식사 이후엔 잠에 들 때까지 그 어떤 것도 먹지 말 것 등입니다.


우리 몸은 24시간 주기의 생체 리듬이 있기 때문에, 이 생체 리듬에 따라 주기적인 영양분 흡수와 분해가 맞춰져 있습니다. 다만 생체 주기에 절대적으로 고정된 것이 아니며, 습관을 어떻게 들이냐에 따라 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앞서 알아본 대로, 아침에 계속 식사를 할 경우 아침이 되면 배가 고프고 기운이 없지만, 장기적으로 아침에 식사를 거를 경우 우리 몸은 아침에 사용할 에너지를 충분히 비축해놓고 아침 시간 배고픔을 그다지 느끼지 않도록 바꿉니다. 생체 리듬에 맞춰진다는 의미는 이것이 24시간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에 이렇게 습관을 들이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정도로 배고픔을 느끼고 사용 에너지 비축도 그에 따라 맞춰진다는 뜻입니다.


우리 몸이 1차로 사용하는 에너지는 여지껏 알아보았듯이 탄수화물에서 분해되어 나온 가장 기본 단위인 당분(Glucose) 입니다. 그러나 오랫동안 에너지 영양분 섭취를 안할 경우 우리 몸은 지방 조직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지방산으로 만들어 혈액으로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 지방산은 간에서 '케톤체' 라는 화합물로 바뀌는데, 케톤체는 특정 화학 구조(케톤기)를 가진 일련의 화합물들을 총칭하는 용어입니다. 흔히 알려진 '케톤 다이어트' '케톤식' 의 원리도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다만 알려진 것과 달리 실제로 당분을 모두 사용한 후 모든 에너지를 케톤으로 사용하는 체질로 바꾸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의 단식이 필요합니다. 아마 충분한 영양섭취를 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경우는 몇 주간 단식해야 할 지 모릅니다. 대개 이런 체질은 오랫동안 굶을 수밖에 없는 아프리카 등의 국가에 나타나는 극단적인 케이스이므로 오해의 소지가 생길 수 있습니다. 탄수화물 대신 극단적으로 고기만 먹는 황제 다이어트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케톤만을 사용하는 몸이 되기는 어려운데, 고기를 먹을 때 어떤 식으로든, 맛을 위해 첨가물을 살짝 첨가할 때조차 당분이 반드시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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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사람의 몸은 기계와 같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당분을 바닥까지 다 쓰고 그 다음 저장된 지방을 꺼내 케톤으로 만들어 쓰는게 아니라, 둘 다 어느 정도 적당히 사용하면서도 당분을 더 많이 쓸 뿐입니다. 실제로 매일 세 끼를 먹고 간식을 먹는다면 끊임없이 당분이 공급되기 때문에 지방이 분해되어 케톤체로 쓰일 일이 없겠죠. 그러나 12시간 이상 공복 시간을 가지면 서서히 지방이 분해되어 케톤체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다만 모든 에너지를 케톤체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대부분의 에너지는 당분으로 충당하면서 일부의 에너지를 케톤체로 사용하는 상태가 되는 거죠. 우리 몸이 그만큼 정교하다는 의미 입니다. 당분은 케톤체보다 에너지 흡수율도 높고 에너지를 추출해서 사용하는 속도도 빠릅니다. 즉 효율적이라는 의미죠. 당분이 충분하다고 당분만 먼저 다 쓴 후 그 때부터 케톤체를 에너지로 사용한다면 사람들은 당분이 떨어질 때까지 마음껏 활발하게 움직이고 활동하다가 (먹는 것도 잊고) 케톤체를 에너지로 사용하기 시작하면 갑자기 추욱 늘어져 버리겠죠. 몸의 입장에선 에너지 관리를 그렇게 하는 것이 무척 큰 손해입니다. 당분을 주 에너지로 사용하다 오랜시간 식사가 들어오지 않으면 당분 사용을 줄이고 조금 덜 효율적인 지방을 꺼내 쓰는 것이 좋은 전략이죠. 바로 그런 몸의 습성을 이용하는 것이 간헐적 단식입니다.


간헐적 단식에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가급적 12시간 이상의 공복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은 것은 12시간 이후부터 케톤체의 사용이 시작된다는 연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경험적으로, 실험적으로 12시간~18시간 이상 공복기를 가져야 충분히 지방이 분해되어 케톤체로 사용되는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그 정도를 지키는 것이 좋겠죠. 아직까지 여러 방식의 간헐적 단식 중 특별히 좋은 방법이 있다고 밝혀진 연구는 없습니다. 직접 본인이 이런저런 방식으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단식의 기간 중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그 어떤 것도 섭취하지 않는 것입니다. 단식 시간이 끊기지 않고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18시간 단식과 6시간 동안 간헐적 단식을 하는 경우와 단식 없이 6시간 간격으로 식사를 하는 경우, 같은 음식 같은 성분 같은 양을 먹더라도 체내 지방 분해 및 케톤체 생산 비율은 다를 수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 일정량 케톤체가 생성될 수 있어도 후자의 경우엔 전혀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즉 후자의 경우 지방 분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의미) 공복 기간 중 우리 몸에선 세포 내 손상된 단백질, 조직 등을 청소하고 미토콘드리아 생합성을 일으키며 산화물을 제거합니다. 합성된 케톤체는 뇌에서 신경 합성 촉진 효과를 발휘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앞서 우리 몸을 비정상적으로 살찌우게 하는 원인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인슐린 저항성엔 지방세포가 축적되어 이로 인한 염증이 상당부분 영향을 미친다고 했죠. 간헐적 단식은 이같은 상황에서 인슐린 저항성을 줄여준다는 연구가 많습니다. 서로 다른 다양한 간헐적 단식법에서 체중 감소 효과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인슐린 저항성을 줄였다는 보고도 있구요. 간헐적 단식을 통해 콜레스테롤 비율이 건강하게 유지되고 혈관 속 혈액의 흐름을 막는 방해물의 생성을 막으며 염증 수치, 혈압 개선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 외에 지켜야 할 것으로 식사 시간 도중 야채나 샐러드 등 섬유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장 내 유익한 미생물의 구성은 과식을 방지하고 정신 건강 유지에 도움을 주어 자극적인 음식에 대한 유혹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유익한 미생물이 늘어날수록 그리 건강하지 않은 식사를 하더라도 해당 음식물을 장 내에서 충분히 분해할 능력을 갖추게 되죠. '황제 다이어트' 라 해서 탄수화물을 끊고 고기만 먹는 다이어트가 있는데 이런 다이어트의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이런 방식의 식사가 장내 미생물 환경에 무척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고지방 고단백 식사는 장내에서 오래 머물며 부패하기 쉬워서 미생물 균총에 불균형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건강한 미생물의 양을 늘리기 위해선 그런 미생물들의 먹이인 섬유질을 충분히 섭취해 주어야 하죠. 고기를 1만큼 먹으면 야채를 3만큼 먹으라는 말이 있는데, 먹는 순서도 역시 중요합니다. 야채를 먼저 먹어 어느 정도 배를 채운 후 고기를 먹으면 금방 배부르기 때문에 고기만 먹을 때보다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게 되죠.


또한 중요하게 지켜야 할 부분은 공복의 시간동안 아무리 적은 양이라도 정제당을 먹지 않는 것입니다. 물론 지방이나 단백질 음식도 먹지 말아야 하겠지만 이것은 의외로 지키기가 쉽습니다. 정제당이 함유된 음식만큼 자극적이지도, 당기지도 않을 테니까요. 공복 시간동안 정제당을 끊을 수 있다면 다이어트의 절반은 완성한 거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각종 쓴 맛의 차는 장의 특성 수용체에 작용하여 입맛이 당기지 않도록 막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있다고 앞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쓴 맛 성분에 대해 우리 몸이 거부하는 특성을 이용한 것이죠. 이것이 한 번 습관이 형성되면 공복에 쓴 맛 음료를 마시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공복 시간동안 이렇게 쓴 음료에 익숙해진 후 식사 시간동안 마음껏 맛있는 음식을 먹는 식으로 보상을 주고 이것을 습관화 시키면, 이런 식의 보상 습관화된 식사 습관을 장기간 유지하기가 쉬워집니다. 식욕은 단순히 욕구가 생기고 그것을 채워서 해소한다는 식의 단순화된 메커니즘만 있지 않습니다. 자극적이고 당분이 많이 함유된, 쾌락을 주는 음식은 먹어도 먹어도 더 갈증만 일으키고 전혀 채워지지 않습니다. 마약 중독과 비슷하지요.


혹 단식 후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 요요 현상이 오는 것 아니냐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요요 현상은 앞에서 살펴보았듯, 우리 몸의 에너지 조절 기구가 균형을 잃었을 때 나타나는 문제 입니다. 즉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몸의 건강을 해치고 생체 리듬을 깨는 방식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발생하는 문제죠. 단식이든 다이어트든 이전에 절대로 몸의 건강과 에너지 대사 균형을 깨지 않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몸에 무리를 주는 다이어트와 단식은 반드시 요요 혹은 그 이상의 체중 증가를 불러일으키고 오히려 음식에 대한 중독을 더욱 크게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외에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잠을 푹 자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잠을 푹 자기 위해선 당연히 야식을 끊어야 하죠. 야식이 몸에 좋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음식이 자는 동안 제대로 소화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를 넘어섭니다. 우선 음식이 위장에 남아있는 상태에선 잠을 푹 잘 수가 없고, 몸 속 호르몬 균형이 깨져 버립니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에너지 대사에도 영향을 미치고 스트레스를 증가시켜 음식에 대한 욕구를 일깨우고 특히 자극적인 음식을 원하게 만들죠. 그렇게 몸에 들어간 음식들은 과잉이 되어 몸 속에 지방으로 저장되구요.


잠을 푹 자는 것과도 관련이 있지만, 무엇보다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어느 날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아 맵고 짜고 달달한, 기름기도 많은 자극적인 음식으로 풀었다? 이 때 우리 뇌에선 스트레스를 중독적인 쾌락 물질로 풀 때와 같은 도파민 보상 반응이 일어납니다. 한 번 이런 식으로 뇌의 중독 보상 회로를 가동 시키면, 그 때부턴 몸 속 에너지 균형이나 배고픔, 포만감과 상관 없이 자극적인 음식에 중독될 수 있습니다. 배고프지 않아도, 식사를 충분히 한 뒤에도 스트레스를 받거나 기분이 안좋으면 바로 자극적인 음식에 손이 가는 거죠. 이 때 먹는 음식은 점점 더 그 쾌감의 크기가 줄어들어 더욱 더 많은 음식을 먹도록 만드는 악순환이 시작됩니다. 마약 중독과 원리가 다르지 않습니다. 한 번 이런 상태에 접어들면 맛있는 음식을 보면 참기가 너무 어려워지며, 머리 속에선 '음식은 어차피 먹으라고 있는 거니까' '먹지 않을때 받는 스트레스보다 먹어서 푸는 스트레스의 이득이 훨씬 좋다.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곱다잖아' 라는 합리화 기제가 발동됩니다. 착각입니다. 먹지 않을때 받는 스트레스를 먹어서 풀 수 없으며 다만 쾌락 보상으로 잠시 잊을 수 있을 뿐, 시간이 지나 몸의 에너지 대사 균형이 깨지면 더더욱 사소한 일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몸이 되어 버립니다. 앞서 뱃살이 불룩 나온 사람들이 사소한 일에도 쉽게 화나 짜증을 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바로 지속적인 다이어트 습관을 만들기 위한 생활 습관 방법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다만 비만 정도가 심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까지 있는 경우, 고도 비만 등의 경우, 여러 이유로 단기간에 살을 빼야 하는 경우는 (요요를 감안하더라도) 그 외에 수술적 방법과 약물을 사용한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약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1) phentermine + topiramate 라는 정신 신경 자극제가 있습니다. 교감 신경을 흥분 시켜 우리 몸을 늘 긴장 상태로 만듭니다. 눈 앞에 맹수가 달려들 때 작동하는 것이 바로 교감 신경인데 이는 몸 속 중추 신경을 자극하여 식욕을 억제시키는 약이라고 하겠습니다. 맹수가 달려들 때 맘 편히 음식을 먹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겠죠? 또한 당연히 교감 신경을 오랫동안 자극하므로 그만큼 부작용도 있습니다. FDA에서 2012년 승인 받은 약이며 3개월 이하 사용을 권장하는 약입니다. '나비약'이라고 불리며 효과도 크지만 부작용도 커서 아마도 언젠가는 사용을 안하게 되지 않을까 추측하고 있습니다.


2) Naltrexone-Bupropion 이란 약은 FDA에서 2014년에 승인 받은 약입니다. 이 약은 비만 치료 외에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를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용하며 우울증이나 담배 중독, 알코올 중독에도 사용되는 약입니다. 역시 정신 신경계 약이라 부작용도 크며, 장기간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진 않습니다.


3) Orlistat : 장에서 지방을 흡수하는 과정 자체를 차단하는 약입니다. FDA에서 1999년에 승인 받은 약이며 효과 이전에 소화불량이 잦아서 그다지 많이 사용하진 않고 있습니다.


그 외 복용 후 위나 장에서 부피가 팽창해서 포만감을 불러 일으키는 약도 있지만 현재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며, 당뇨약 중 metformin이라는 약도 체중 감량 효과가 있지만 비만 처방에 직접적으로 사용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당뇨 증상을 완화시키는 원리와 비만을 감소시키는 약의 원리가 비슷한 부분이 있긴 합니다. 이런 방식을 극대화시켜서 처음에 당뇨 약으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비만약으로 크게 위세를 떨치고 있는 약이 바로 GLP-1 자극약, 즉 삭센다와 위고비 입니다.


삭센다는 상품명이고, 약의 성분 이름은 liraglutide 입니다. 위고비 역시 상품명인데, 성분 이름은 semaglutide라고 하죠. 사실 성분 이름이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두 약 모두 GLP-1 이라는 우리 몸 속 호르몬과 유사한 모습의 약입니다. 우리 몸엔 혈당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주요 호르몬으로 인슐린과 글루카곤이 있습니다. GLP-1은 글루카곤의 일부가 잘려서 만들어진 호르몬으로, 정식 풀 네임은 그래서 Glucagon-like-pepetide-1(글루카곤과 같은 펩티드) 이라고 합니다. 펩티드란 단백질과 아미노산의 중간 정도 되는 물질이라 생각하면 되고, 그래서 삭센다와 위고비는 일반 캡슐이나 정제처럼 보관할 수가 없어 특수한 주사통에 보관을 해야 하며 주사로 맞아야 합니다. 현재까지 효과는 위고비가 더 좋고 사용도 편리하다고 하지만 (삭센다는 매일, 위고비는 주 1회만 맞으니까) 가격도 그만큼 위고비가 비쌉니다.


삭센다는 FDA에서 2014년, 위고비는 2021년에 비만약으로 허가가 났고 국내에는 각각 2019년, 2023년에 허가가 난 약입니다. 삭센다와 위고비와 같은 GLP-1 유사약은 당뇨 치료제로도 사용되는데, 비만을 줄이는 방식과 당뇨 증상을 조절하는 방식이 비슷한 원리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만약으로서 GLP-1 유사약은 뇌 속 시상하부에 작용해서 식욕을 억제하고, 위 음식물 배출을 늦춰 결과적으로 식사량을 줄이도록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약입니다. 결과적으로 GLP-1 약의 효과는 간헐적 단식을 성공적으로 지키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GLP-1 유사약은 삭센다와 위고비 외에도 계속 새로운 약이 개발되고 있으며, 최근 개발된 '마운자로' 라는 약은 두 약보다 더 개선점을 추가해서 더 큰 효능을 나타낸다는 임상시험 결과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사용하기 불편한 주사제 외에 먹는 방식의 약을 개발중인 제약회사도 있으며, 이렇게 개선된 비만약, 부작용이 덜한 비만약들이 줄줄이 나오면 언젠가 비만과 관련된 이슈는 더이상 큰 문제가 아닐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 연구중에 있는 가설이긴 하지만 GLP-1은 식욕 억제 외에도 정신 건강에 도움을 주거나 심혈관계 질환 등 다양한 성인병에도 개선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가히 만병통치약으로서의 가능성이 있는 약이라 하겠습니다. 또한 기존의 정신 신경계 약과 달리 간헐적 단식처럼 식사량 자체를 줄이는 약이므로 부작용도 매우 작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욱 발전된 비만약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 외 극단적인 비만 치료 방법으로는 물리적인 보형물을 넣는 위내 풍선법, 위의 양을 수술로서 줄이는 위소매 성형술, 복강경 위소매 절제술, 위밴드술 등등이 있습니다만 이는 치료가 어려운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방법으로서, 반드시 전문 병원 의료진과 깊은 상담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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